루는 여동생 린을 살리기 위해 신과 계약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통 새햐얗고 작은 방
안에 있었다. 루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여긴....어디지...?"
" 여긴 내가 마련한 곳인데, 맘에 드니?"
낭랑한 목소리가 그의 중얼거림에 대답한다. 루가 놀라서 뒤를 보니 흰 머리를 가진 예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런데 여자아이의 머리 위에 뾰족한 귀가 보이고, 등 뒤에는 열 개의 꼬리가 보였다. 루가 물었다.
" 너. 누구야. 사람 아니지?"
" 난 아이린 이라고 해. 줄여서 린이라고도 하지~"
그녀가 밝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루는 그녀가 정체를 밝히지 않자 다시 물었다.
" 너 누구냐고. 인간 아니잖아. 정체를 밝혀!"
" 알았어. 난 인간이 아니야. 그렇지만 네 적이 아니란다. 난 너와 계약했잖아?"
" 설마 대가가 너랑 나랑 여기서 평생 사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싫다고!"
루가 그녀의 정체를 알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누가 그거래? 대가는 따로 있어. 여긴 임시로 만든 거라 이렇게 텅 빈 것 뿐이라고!"
" 그럼 대가가 뭔데?"
" 대가는 다른 세상에서 1년간 살다 오는 것. 물론 원한다면 내가 동행할 거야."
" 다른....세상이라고?"
" 네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든 갈 수 있어. 다만 원래 네가 살던 세상은 안 될 뿐이야. 자, 어느 세상에 가고 싶어?"
린이 말했다. 루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세상으로 가야 할지. 그러다 문득 머리에 스쳐 가는 한 웹툰이 있었다. 자신의 여동생 린이 좋아하던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라는 웹툰 속 세상으로 보내줘."
" 좋아. 나도 동행할까?"
" 동행해."
" 근데 거기에 가려면 특기를 설정해야 해."
" 그럼 텔레파시로 해 줘."
" 알겠어. 근데 왜 텔레파시야?"
" 멀리 있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잖아?"
"............."
린은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리곤 조용히 게이트를 열었다.
" 자, 가자."
" 좋아."
그리고 두 사람은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게이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루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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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ㅜ......루.....루..! 루! 일어나봐!루!"
" 으음........"
루는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비비고 앞을 보니, 많이 봤던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린과 이영싫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몇 번이나 봤었던 웹툰. 루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그곳의 배경과 너무나 똑같은 곳이었다.
" 정말.....웹툰 속으로 들어온 거야?"
" 당연하지. 날 뭘로 본 거야?"
".......대단한걸."
" 여기서의 네 이름도 루야. 난 아이린이고. 넌 날 린이라고 불러도 좋아."
" 근데 우리가 살 집은 어딨어?"
" 우린 이제 나가의 사촌이 될 거야. 부모님이 해외로 출장을 가셔서 큰이모네였던 나가네에서 살게 된 남매지~"
" 누가 첫째냐?"
" 아직 안 정했으니 네가 정해."
".......내가 오빠를 하지. 너 여동생 해."
" 알겠어. 오빠라고 안 불러도 되지?"
" 당연하지."
루와 린은 나가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가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 어서 와라. 루, 린!"
"" 안녕하세요, 큰아버지.""
" 너희 왔구나. 어서들 와라."
"" 안녕하세요, 큰어머니.""
루와 린이 합창을 했다. 나가의 부모님이 만족스러워 하며 방을 내주셨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가였다.
" 안녕? 루. 린."
"" 안녕. 나가(형)(오빠)""
둘은 또다시 합창을 했다. 둘 다 나이를 중2로 해 둬서 나가가 3살 위였다. 둘은 나가의 고등학교 옆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나가는 두 사람을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의젓하고 얌전했던 두 사람은 돌보기가 쉬웠다- 가 설정이었기 때문이었다.
" 응. 형은?"
루가 자연스럽게 되물었다. 나가가 대답했다.
" 요즈음 히어로가 되라는 제의가 들어와서 피곤하긴 해."
루는 그 말을 듣고 지금 귀능이 나가를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히어로가 되라는 제안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 형. 근데 히어로는 힘들잖아. 만날 형광색 쫄쫄이나 입고.."
" 24시간 악당 쫓으니 직업도 못 구하는데 히어로라고 말도 못하니 가족들은 백수로 알고."
" 하드코어한 봉사 땜에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불우이웃이 되잖아."
" 내 말이. 근데 계속 끈질기게 제의가 들어와서.."
" 힘내 형."
" 화이팅!"
둘은 나가를 응원해 주었다. 하지만 어차피 나가는 히어로가 될 운명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두 사람은 영혼없이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