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7화

" ... "

아파

빛 하나 들지 않아, 오직 그늘로만 가득한 캄캄한 창고에 혼자 남겨져있다. 회색빛 먼지들에 의해 말끔했던 교복셔츠는 순식간에 더럽혀졌으며, 몸 이곳저곳엔 보기 싫은 생채기들이 잔뜩 나 있었다. 새까만 먼지들이 불쾌해, 이 지저분한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은 지금 많이 다쳐있으니깐, 태형 스스로도 자신의 꼴이 꽤나 비참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엄마한텐 뭐라 말하지- 분명 놀라실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눈 앞이 흐릿해졌다. 졸려

끼익-

자신이 잠에 빠져들 때쯤, 낡은 문이 열리며 듣기 싫은 소음이 귓가로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박쥐굴 같던 창고에도 하얗고 따뜻한 빛이 들었다.

"누가 이래놨어"

" ... "

"전정국이냐? "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건다. 대답, 대답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꺼풀이 무거워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파르르- 뜨고 자신에게 말을 건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윤기였구나, 윤기야-

난 너무 졸려서 잘래 조금만 아주 조금만

-

생기 잃은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좋아한다 말한 태형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정국을 괴롭혔다. 좋아한다라, 좋아한다는 것은 도대체 뭘까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정국도 태형을 좋아하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어서 문제일 뿐, 소문을 내서 태형이 아이들과 멀어진다면 태형은 자신만 바라보게 되겠지, 때려서라도 고통을 주면 알아서 나만 바라보게 되겠지, 등의 착각을 해왔다. 이것이 정국 나름대로의 잘못된 사랑방식인 것이다. 이 이상한 감정은 모두 태형 탓이라며, 자신은 충분히 이럴 수 있다며 항상 자기합리화 시켰다. 그리고 죄책감을 회피하며 지내왔다.

그런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고통스러워할 태형의 마음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

윤기는 그대로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버린 태형에 한숨을 푹 내쉬며, 태형의 교복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보나마나 전정국의 짓이겠지 뻔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학교에 좀 더 늦게 도착했다. 뭐 항상 지각이지만, 이번에도 사유는 단순했다. 늦잠. 참 편하게 사는 윤기였다. 느릿느릿 준비를 하고 학교에 도착하니, 오늘따라 평소에 비해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을 느꼈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 건가 싶어, 반 여자아이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태형이 정국을 꼬셔 관계를 맺었다는 소리였다. 지랄, 태형의 사정을 아는 윤기에겐 너무나도 같잖은 헛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태형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국도

너무나도 촉이 좋은 윤기는 이번에도 낌새가 이상해,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정국에게 끌려가고 있던 태형을 봤다는 몇몇 아이들에게 소식을 들어가며, 마침내 태형을 찾아낸 것이었다.

윤기는 잠든 태형을 자신의 등에 업고 보건실로 향했다.

전정국 너도 참 가지가지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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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12 00:55 | 조회 : 6,545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텍스트가 자꾸 날아가서 다시 생각하고 쓰고를 반복했네요... ㅜ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공주들~ 이번에도 즐감하시고 하트와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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