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8화

기껏 도착한 보건실 문이 잠겨있다. 왜 하필 이럴 때, 2차로 곤란해진 윤기는 태형을 업은 채로 가만히 서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처럼 담을 넘어 자신의 집에 데려갈까 생각했지만, 자신의 등에 용케 업혀있는 태형의 덩치를 자각하며 포기했다. 짧고 굵은 고민 끝에 얻은 결과는 단순했다. 잠든 태형을 잠시 보건실 앞 의자에 앉혀놓고 자신은 행정실에 가, 대충 둘러댄 뒤, 여차저차 보건실 비상 열쇠를 받아냈다. 윤기는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 태형을 침대 위에 눕혔다.

"잘도 자네"

부시시한 태형의 머리카락을 다정한 손길로 정리해주던 도중, 단추가 떨어져나가 살짝 벌어진 카라 안으로 보이는 태형의 목에 붉은 자국이 윤기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윤기는 조심스레 자국을 확인하기 위해, 태형의 단추 하나를 더 풀러냈다. 어라, 아무리 봐도 이건 키스마크였다. 이게 왜 있는 거지? 순간 정신이 멍해지던 참에, 반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김태형이 전정국을 유혹해서 관계를 맺었대-

윤기는 이제서야 상황이 하나 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

윤기는 어리석지 않았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소문을 믿었겠지만, 윤기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내다보며 증거 하나 없는 헛소문을 믿고, 한 아이를 괴롭게 하는 멍청한 아이들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가고 있었다.

-

대충 추측을 해보자면, 일단 정국이 태형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주범일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정국밖에 그럴 녀석이 없었으니, 게다가 태형의 목에 남겨진 키스마크, 원치 않은 관계를 맺은 건가- 전정국이 그걸 악용한 것 같은데 말이야.

윤기는 태형의 더러워진 교복을 보며, 저런 것을 입고 쉬었다간 오히려 몸이 더욱 나빠질 것 같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체육복을 가지러 반을 향했고, 동시에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한 편, 태형은 편히 잠에 들지 못하고 자꾸만 몸을 뒤척였다. 몸도 아프겠지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기에, 잠에 들어도 당연히 편히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태형은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꿈 꾸지 않고 깊게 잠들면 좋을 텐데 말이다.

태형이 몸을 뒤척이며 쉬고 있을 때, 윤기는 빠르게 자신의 체육복을 사물함에서 꺼내와 보건실에 도착했다. 보건 선생님이 오늘 하루 출장을 나가, 보건실 안에 있는 사람은 윤기와 태형이 다였다.

"얼마나 맞은 거야... "

태형의 교복을 하나씩 벗겨내자, 여린 몸 위로 보이는 수많은 생채기들이 윤기의 눈살을 절로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태형의 상태는 보는 입장에서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아파보였다. 윤기는 체육복과 함께 가져온 자신의 손수건에, 보건실 싱크대를 사용하여 따뜻한 물로 손수건을 적셨다. 손수건의 물을 적당히 짜낸 뒤, 태형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자신의 흰 손수건으로는 핏자국과 약간의 먼지가 묻어났다.

시간이 지나 대충 몸을 다 닦아낸 것 같자, 윤기는 태형이 깨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입혔다. 핏물과 먼지로 더럽혀진 손수건은 더 쓸 수도 없을 것 같아 쓰레기통에 미련없이 던져넣었다. 태형의 목까지 보건실 침대 이불을 올려 덮어둔 윤기는 피곤한 듯, 자신도 옆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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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13 02:10 | 조회 : 6,233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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