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인가.

그 남자는 날 잠시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너는 여기 왜 온 것이냐?"
"갑자기 그건 왜?"
"손님이 궁금하다는데..이유가 필요해??"
으..빙그레 웃는 그의 흰 얼굴이 진짜 재수없었다.
어머니는 본디 매춘부셨고..집안 또한 좋지 못하였다.
그냥 기사로 열심히 일하는 게 내겐 다였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전쟁통에 난 거의 죽을 뻔했고..
누이는 매춘부로 잡혀갔다.
근데..이런 아픈 일이자 또..뻔하디 뻔한 얘기를 뭣하러 하는 것이냐 말이다..
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 뭐..썩은 표정은 짓지말거라.
나도 내 좋아서 온 것이 아니니까.
난 남색은 취향이 아니라서."
"무슨..소리냐."
"나도 의뢰를 받은 것이다.
밝은 회색머리에 푸른 눈에 외소한 골격이고 쪽 약지에 자그마한 나비 문신이 그려져있는 사내를 찾아달라고 받은 의뢰이고.
값은 넉넉하고,지금 내 눈 앞에 있고."
그는 내 손가락을 잡아올렸다.

루오..왜 여기다가 문신을 해?
증표잖아..보통 왼쪽의 약지는..
칫..그럼..반지를 하자.
반지는 거슬려.
에..나랑 맞춘 것인데..??
전쟁 중에 빠질까봐 걱정되잖아.
그럼..우리 나비로 하자.
왜 나비인 거지?
나비는 사랑과 평화,아름다움을 의미한대...
알았어..무슨 의미인지..
우리 이번에 일 끝나면 꼭 같이 사는 거야.
이미 다 준비했으니까.
알았어,너나 죽지마.

거짓말..
결국엔 넌 나를 버렸는데..

"여봐라,밖에 누구 없느냐."
"무슨 일입니까?"
"이 남창은 내가 사겠다."
"네..?"
주인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속보인다..증말...
"이 아인 비싼 몸이기에.."
"얼마인가?"
원하는 답을 얻은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난 날 사준 그에게 말하였다.
"어이,난 정가가 그리 비싸진 않았어.
넌 3배나 오른 값을 낸 거라고."
"상관없어.
내 돈은 아냐."
..부자구나..
"역시.그 의뢰인인 것인가??"
"그래.."
"그 인간이 누구길래.."
누군가가 내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
"누구긴...너의 전 약혼자이지."
"루..루오 테니르.."
"어찌..자알~지냈냐?
남창은 할만 하냐?"
운도 지지리도 없지..
"깔려고 온 것이라면 썩 꺼져."
"난 널 사버렸는데.
그리고 널 안으려고 산 것뿐이야.
남창을 구하던 중 널 고른 것이고"
거짓말..
나 엄청 찾았으면서..
루오 테니르.
기사단의 기사이자..나의 연인이었다.
항상 대련 때도...당신을 몰래 지켜볼 때도..
싸움을 못 하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고 당신이 얼마나 무시했는지..
당신에게 인정받고..서로 좋아하게 만들었잖아.
그러고는 스스로 내가 자기를 미워하게 만들었고...
그땐..무슨 연유로 그런거야..?
그 시절의 그 눈동자를 잊을 수가없다.
환한 달빛에서 물을 내려다 보며 감성에 빠져있던 당신의 물기어린 눈동자.
이젠...남창이니까..더럽혀진 몸이니까..
날 봐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아.
걱정마.
나..당신 싫어해.
기대는 이미 안 한지 오래야.
"아직도 이거 있었어?"
그는 내 손가락의 문신을 만지며 말했다.
"당연하지,문신이잖아."
"기사도 글러먹고 남창을 해서 잘 되다가 남창을 글러먹으면 무엇을 할 거냐."
"시비 붙으려는 것이냐."
날 다정하게 안아주던 그는 이젠 내겐 없다.
그저 아주 차디찬 황궁의 제 1기사단의 엘리트 기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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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19 02:41 | 조회 : 2,514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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