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외전

용사의 마왕님 외전

부제 : IF, 만약 주인공들의 역활이 바뀐다면




다른 세계에 떨어진 지 이틀째, 나는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 앞에 앉아 있다. 1시간 넘게 지속한 말의 핵심은 마왕에게 납치당한 자신의 딸을 구해달라는 것.

내가 무슨 수로? 마왕이니 뭐니, 다 떠나서 난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 고3이었다.

분수대에서 나타났다는 그 이유 하나로 나는 한순간에 신이 내려준 용사로 취급받았다. 난 용사가 아니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제 딸을 구해주신다면 식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저 미성년잔데."
"미성년자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으나, 제 딸은 저희 제국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아입니다. 용사님, 뭐든 상관없습니다. 제 딸만, 딸만 구출해주신다면.."

고민되었다.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쁜 여인과 결혼할 수 있다니. 그것도 한 나라의 공주 아닌가. 금수저에다가 예쁘다면 나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난 황제가 내놓은 조건을 승낙했다. 승낙한 지 하루 만에 황녀가 있는 곳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난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시피 마계로 떠났다.

"이 문만 열면 황녀가 있다는 겁니까."

나를 따라온 기사들은 고개만 연신 끄덕인다.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자 싸늘함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나도 모르게 몸을 떨고 기사들과 안으로 들어섰다.

"황녀 전하!"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한 여자가 괴물, 아니 마족에게 잡혀 있었다. 옆에서 '황녀 전하'라는 부름에 여자는 고개를 들어 우릴 바라봤다.

난 자연스레 저 여자가 황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황제가 말한 대로 제국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여자는 예뻤다.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는 보석이 마냥 반짝이고 있었다.

"용사님 어서 황녀 전하를 구해.."
"푸른 불꽃..?"

푸른 불꽃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어느새 어두웠던 방을 밝혔다. 마족에게 잡혀 있는 황녀 뒤로 커다란 의자, 옥좌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천천히 눈을 뜨고 날 바라봤다.

흑발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상반되는 하얀 얼굴과 작은 몸이 눈에 띄었다. 그 남자 옆에 있던 마족 한명이 날 가르키며 말했다.

"용사가 자넨가."
"용사님도 나타났으니, 그만 황녀 전하를.."
"애송이처럼 보이는데, 용사가 맞는 건가..."

나와 남자는 옆에서 뭐라 얘기하든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황녀가 생각나 황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녀는 뭐가 두려운지 울고 있었다.

예쁘다고 생각했던 황녀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지? 방금 전까지 두근거렸는데. 오히려 저 남자가 더 예쁘, 아니 아름답다.

아아, 나 저 남자에게 반한 거구나.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 남자 옆에 남고 싶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내가 저 여자 대신 잡히는 거 어떻게 생각해, 마왕씨?"
"미쳤나보군."

입을 열지 않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달콤한지 귀에 계속 맴돌았다. 정말 아찔했다.

"생각해봐, 한 나라의 황녀보단 신의 기사를 납치하는게 더 끌리지 않아? 응?"

순간적이었지만 남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금만 더 자극을 줘볼까, 그럼 확실히 넘어올거 같은데.

"신의 기사를 납치한 마왕이라, 어떻게 보면 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는거 아닌가?"

남자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섹시해 보였는지 아랫도리가 후끈했다. 그리 생각한게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주변을 바라보자 대다수 기사들의 목과 귀가 붉은 걸 봤다.

내건데. 내걸 보면서 빨개지는 건 용납 못하는데. 어쩌지, 한데 때릴까..

남자를 보며 목과 귀를 붉히는 기사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 갑자기 누군가 내 턱을 들어올렸다. 잠시 당황했지만 상대방이 그 남자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왜, 끌려?"
"솔직히 말해줄까? 응, 끌려. 그것도 무척이나."
"그래서? 날 납치할건가?"

내려다본 남자의 모습을 멀리서 본 것보다 더 하얗고 작고 입술은 또 얼마나 예쁜지 당장이라도 키스를 하고 싶었다.

"흐응, 어쩔까.. 납치할까.. 말까?"
"납치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금시켜도 좋고."
"좋아."

내 턱을 만지고 있던 남자의 손이 점점 멀어졌다. 남자는 옥좌 쪽에 있던 문 앞까지 가더니 끝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용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솔직히 말해서, 저 남자 마음에 들었거든요."
"황녀 전하와 식을 올리시고 황제가 되시는거 아니였습니까?"
"황녀보다 더 예쁘잖아요. 그리고 그쪽들에겐 중요한건 황녀 구출 아니였습니까? 그럼 조심히 돌아가시길. 전 바빠서 이만."

나는 어이 털린 얼굴을 하는 기사들과 황녀를 뒤로하고 아쉬움 없이 남자가 나갔던 문을 열고 나왔다. 어딨을까. 언제 잡아 먹을까나. 빨리 잡아 먹고 싶다.

.
.
.

고요한 복도 끝에 있는 방 문을 누군가 거칠게 두드린다. 옆에서 보고 있던 고용인들은 이러다가 곧 부러질거 같은 방 문에 발을 동돌 굴린다.

"지금 당장..!!"
"시끄러워, 발렌시아."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세이블리안이었다. 대충 옷만 걸치고 나온 세이블리안의 모습에 몇 명의 고용인들이 침을 삼켰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던 발렌시아는 별 감흥이 없는 듯 방 안쪽을 살폈다.
"마왕님은."
"아직 자는데, 내가 전해줄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회의가 있는 날엔 건들지 말라고."
"어떻게 안 건들어. 안아달라고 하는데."

세이블리안은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발렌시아와 대화를 나눈다. 전혀 통하지 않은 대화는 발렌시아에게 두퉁을 오게끔 만들었다.

발렌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시고 오늘도 소득없이 돌아섰다. 세이블리안은 돌아선 발렌시아의 모습을 슬쩍 보고는 방에 다시 들어간다.

이미 해는 중천이지만 암막 커튼때문에 방에는 햇살 하나 들어오지 못해 어두컴컴하다. 세이블리안은 어두운 방 안 한가운데에 있는 침대로 곧잘 걸어갔다. 그리곤 걸쳤던 가운을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 올려두곤 침대에 누웠다.

"세, 이..?"

자신의 움직임에 상대방이 뒤척이며 일어나자 세이블리안은 상대방의 귀에 사과를 하며 이마에 입맞춤한다.

"일어났어?"
"...아까.. 발렌시아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아아, 별거 아니라면서 돌아갔어."
"그래..?"

상대방은 베시시 웃으며 세이블리안 품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따뜻한 온기에 다시 잠이 오는지 잠투정을 부린다.

"졸리면 더 자고 돼, 더 자."
"응.."
"잘자, 태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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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7 23:21 | 조회 : 2,585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우리 주인공들듸 역활이 바뀌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외전을 조금씩 끄적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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