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문 X] 못 써도 글귀는 남기고 싶어서 6

<1>

날 사랑하지 않은 대가는 가혹했다.

나와 널 잃었고, 친구와 가족도 잃었으며,
돈과 명예, 가치, 건강, 자존심과 자존감도 잃었다.

<2>

네 잔기침 하나에 감기 걸렸단 사실을 인지할 정도로
난 너 한정으로 척척박사야. 이런 모습은 너 한정으로 보여주는 거고.
그러니까 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날 독점하는 거야.

<3>

시간이 흘러가는 게, 파도가 바다로 흘러가는 게
너무 빨리 지나가서 슬로 모션으로 남기고 싶었어.

<4>

병원에서 교정해 준 사람들과의 사진이 붙어져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의사에게 있어 작품이란 사람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꼭 글, 그림, 노래, 작곡, 작사, 애니, 영화만 작품인 게 아니다.
그 사람에게 있어 작품이라 불릴 수 있는 가치와 증명이 된다면
모두가 아는 작품 중 하나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였다.

이 사실이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었는데 당연시하게 여기면 안 되는 거였다.

<5>

내가 그림, 노래가 아닌 글을 택한 건
내 마음을 좋아하는 이에게 표현하고 싶어서였지.

<6>

이점은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오점은 약점으로 작용하기에
우리는 오점보다 이점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 한다.

<7>

손에 들고 있는 그 핫팩 말고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날 녹여주세요.

<8>

당신에게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어.
당신을 빠져나갈 탈출구는 없어.

<9>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자들이야말로 창조자며,
우리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마치 숨을 쉬듯 살고 있어.

<10>

동일선상에 있지 않아도 괜찮아.
동시간대에 살아 숨을 쉬고
같은 하늘을 공유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11>

사랑했기에 떠날 수 없었지만,
사랑했었기에 떠날 수 있었다.

<12>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했다.

아아, 넌 날 살리고 죽이네.

만약 이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회차를 반복하는 루프라면
다음 회차는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결과가 있을까?

<13>

어차피 넌 찾아와주지도 않을 거니까
내가 먼저 네 곁에서 벗어날게.

찾아와준다고 말했던 것도 다 기억하는데
이제 와 보면 희망고문과도 다름없어서
기약 없는 방문을 기다리기엔 우리 모두 변해있잖아.

<14>

우리의 다름을 배려와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화사하고 해맑게 웃었을 때와 같이
네게 사랑에 푹 빠져있었다면 난 후회하지 않았을까.

<15>

내가 널 사랑했을 때와 사랑하지 않았을 때가 다르듯
친절과 다정은 한 끗 차이.

<16>

당신의 그 촉촉한 감성엔 이기지 못하고
축축한 눈물로 가득 채워져 못 자는 내가 있어.

<17>

난 평생 고독을 벗 삼아 살 거야.

채워지지 않은 마음에 뭘 넣어도 채워지지 않을 거야.

난 나를 만족하지 못하겠고
친구든, 너든 간에 내 진심을 전하지 못하겠으니까.

<18>

활자의 황홀함을 나에게서는 못 느끼겠다.

이게 창작자의 영원한 고통임을 알지만,
노래 가사나 내 우상의 시, 존경하는 작가님의 소설을 보고 있자니
메마른 심장에 물이 범람해 내 폐까지 출렁인다.

​<19>

내 일렁이는 마음이
돌멩이를 던지면 수평선 위로 올라왔다가
가라앉는 것처럼 당신에게 전해지겠죠.

그래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마음도, 내 진심도 진짜니까.

당신은 모르겠지만.
전해져도 알 수 없겠지만.

가라앉아서 내 부름이 들리지 않겠지만.

<20>

당신은 끝내 내가 있는 강을 건너지 못할 거예요.
당신이 못 오게끔 나무다리를 끊을 거니까.

이건 당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자
내 마음도 보호하기 위함임을 알아주길 바라요.

<21>

손은 왜 차가워요?
내가 준 핫팩은 어딨고요?

버렸다고요?

그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져 버린 것은,
당신이 내 관심과 사랑마저 버렸다고 느꼈기 때문에.

​<22>

당신의 필체가 활자 위에서 숨을 쉬듯 유려하게 움직임을 알지만,
빠짐없이 챙겨 주던 내 생일에 축하가 없어서 그런가.

내 축하와 선물에 감동을 해 주는 당신도 좋지만
난 내가 해 준 감동을 당신도 해 주면 좋겠는걸요.

서운해하는 내 마음을 눈치챘으면
전화 한 통 줘요. 축하한다고 말해 줘요.

그러면 멈춰있던 내 심장에서,
숨을 쉬듯 흐르는 혈액에서 맥박이 뛸 테니까.

당신이 날 살릴 테니까.

<23>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은데,
당신의 호흡과 말소리를 귓가에 닿듯 느끼고 싶은데,
당신의 숨결이 피부에 닿듯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왜 나는 전화가 무서울까요.

​<24>

전할 수 없는 사랑을 끌어안는 건 고통의 연속이니라.

<25>

야속한 밤이 지속된다.

사랑받고 싶었던 난
사랑받지 못해 별이 되었다.

달 가까이에 닿고 싶어도 닿지 못하고
별빛만 빛내다 스스로 자멸하는 별.

꺼져가는 생명일지라도
달을 위해 불사 지르고
헌신한 나를 달은 알까.

<26>

속마음을 달래기 위해 타로를 꺼냈다.

근데 타로가 답해주기를,
널 놓지 말라고 했다.

목청을 가다듬고 울고 싶어지는 밤이다.

<27>

아침에 하는 사랑해는 네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이고,
점심에 하는 사랑해는 네가 옆에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이고,
저녁에 하는 사랑해는 네가 옆에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의미이다.

<28>

내가 하는 일탈은
내 시간을 모조리 네게 투자하는 거.

<29>

물을 머금은 낙엽처럼
축 늘어져 있다가

노래와 시에 취하듯
절여진 것처럼 적셔진 내 마음.

<30>

옅어져가는 네 잔향,
그 향을 다시 품기 위해 조향사가 됐어.

되살릴 수만 있다면 네가 없더라도
네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31>

창공을 올려다봤을 땐
내 마음도 몰라줘서
관심을 주기 싫었는데,

이젠 잿빛으로 물들어지니까
나와 동등한 위치임을 알게 돼서
웃음이 흘러나왔어.

결국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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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2-12 10:33 | 조회 : 267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그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져 버린 것은, 당신이 내 관심과 사랑마저 버렸다고 느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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