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폰: 시작의 한 걸음

키네시스는 기억을 떠올려냈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황무지 위에 서 있던 때. 그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었다. 스푼에 들어가기 불과 몇 주 전의 일이었다.


"한 번 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서로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게 나중에 유리할테니까."

제이의 말을 들은 바다와 키네시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적지는 제이가 조사해준 곳인 '바이고 사막'.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란 건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반경 몇 킬로미터 정도에는 사람도, 작은 건물도 없는 폐허같은 곳. 제이는 일부러 그 장소를 선정했다. 키네시스가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 그때 제이에게 하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강해보인다' 라는, 어쩌면 가볍게 뱉은 한 마디 때문에.

'확실히 훈련도 잘 해냈지.'

제이의 아지트에는 키네시스의 훈련을 위한 장치들이 몇 개 있었다. 가끔 유나도 훈련을 하곤 했지만, 힘이 들어서인지 곧바로 지쳐 떨어지기 일쑤였다. 유나가 버텨내기엔 확실히 힘든 감이 있는 기구들이었다.

하지만 바다와 함께한 이후론 두 사람의 훈련기구가 되었다. 바다도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악바리 근성인지 뭔지. 결국에는 끝까지 해내고 나서 찬 물을 한 잔 들이킬 뿐이었다. 도중에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제이는 소형 드론에 카메라를 달며 말했다.

"이거 들고 가. 우리는 여기서 분석하고 있을 테니까."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론을 붙잡은 바다는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키네시스는 그 뒤를 따랐다.

다시 눈을 뜬 바다의 얼굴에는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높다란 절벽 아래에 서 있어서였다. 무더운 여름날 온기를 막아주는 느낌에 바다는 안심한 듯 했다.

바다는 드론을 하늘로 띄우며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들어오는 건 황토색의 척박한 땅 뿐이었다.

바다는 머리를 질끈 묶었다. 높이 묶여진 하늘빛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렸다. 단정하게 내린 옆머리가 귀를 살며시 가렸다.

바다도 자신의 한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같은 초능력자인 키네시스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런 것들이 줄곧 궁금했었다. 이런 식으로 싸워서 알아내고 싶진 않았지만, 이런 방법 말곤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기회. 이건 기회야.'

바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올려들었다.

"준비 됐으면 시작한다?"

키네시스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풀어헤친 셔츠와 검은 넥타이. 삐죽거리며 솟아난 머리는 태양을 등지고 서 있어서인지 더 검었다.

바다는 몇 번 심호흡을 했다. 어쩐지 떨리는 기분이었다.
두 주먹을 꼭 쥔 그녀가 반짝이는 눈을 뜬 채로 키네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작지만 확고한 목소리의 대답이었다.


"윽...!"

대답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바람이 눈앞을 가렸다. 바다는 매서운 모래폭풍에 한쪽 눈을 가렸다. 남은 다른 눈으로는 실눈을 뜬 채 키네시스를 찾아헤매었다.


"이런, 모래바람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이러면 드론을 보낸 이유가 없는데."

"그러게..."

그와 동시에 제이와 유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따금씩 흙과 돌멩이가 카메라를 치는 큰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제이는 일이 꼬였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몇 번 쓸어넘겼다. 드론을 섣불리 움직이다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저게 얼마짜린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바다는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기후가 불안정한 건지, 폭풍 수준이 아니라 거의 허리케인 수준이었다. 염력으로 발을 붙잡아두었으니 망정이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바다는 새삼 그 지역에 왜 건물이 없는지 알것망 같았다.


'초능력을 분석한댔으니 시간정지는 못 쓰는 거나 마찬가지야.'

잠깐의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바다를 둘러싼 주변에선 굉음이 들렸다.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다는 분명 그것이 자동차 같은 것일거라 짐작했다. 키네시스의 초능력임에 분명할테니 말이다. 그도 바다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바다는 서둘러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폐차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자 바다는 염력으로 잡아챘다. 자동차는 풍선처럼 공중에 떠다녔다. 바다가 손을 오므리자 곧이어 빈 깡통마냥 힘없이 찌그러졌다. 그녀는 폐차를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난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니 장기전은 불리해.
결정타를 노려야 한다.'

바다는 모래폭풍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범위는 작지만 강한 총알처럼, 그런 식으로 염력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바다가 높은 지대에서 키네시스의 뒤를 칠 작정으로 텔레포트를 했으나,

"찾았다."

그리고 그건 키네시스도 마찬가지였다.

"......!"

쿵.

바다의 몸 깊숙한 곳까지 압박감이 스며들었다. 그녀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연속된 두 번의 공격은 순간적인 호흡의 정지를 가져왔다.

바다는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다시 한번 텔레포트를 사용하려 했지만 키네시스의 염력에 붙잡히고 말았다. 발목을 잡힌 그녀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몸이 곤두박질쳤다. 바다의 온 몸에 아찔함이 감돌았다.


쾅!

지면에 충돌하자 바다는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온 몸을 염력으로 둘렀음에도 충격은 대단했다. 주변에선 메마른 돌멩이가 튀어올라 그녀의 얼굴을 타고내렸다.

키네시스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한 손에는 큐브를 들고 웃었다.

"자꾸 피하기만 하면 안돼. 시간낭비잖아."

바다는 튀어나온 실없는 웃음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시간낭비라고요."


"....!"

키네시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언제 왔는지,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손을 뻗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다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외쳤다.

"그건 나도 동감이에요!"

바다가 두 손을 펼친 채 키네시스를 향했다. 그가 가했던 염력과 동일한 힘이었다. 연속된 두 번의 충격.

둑이 무너진 강물처럼 염력이 흘러내리는 것이 바다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미세한 역풍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가서였다.

"........"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날개처럼 휘날리는 옷자락이 마치,

'백조같다..'

홀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모습.
우아한 백조와 닮지 않았을까, 하고.


키네시스는 미간을 강하게 찌푸렸다. 난데없이 등장한 돌덩이들은 그를 감싸며 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네시스는 처음보다 좀 더 밀려났다.

'내 공격이잖아?'

키네시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어떻게 자신의 기술을 사용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바다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약했어.'

바다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가 피기를 반복했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강도를 높인 것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멀리 밀려나기를 예상했었다.

다시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바다에게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아."

바다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소리를 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누가 서 있든간에, 모두가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무언가에 압도당하는 느낌에 바다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자신을 집어삼킬 것처럼 새카만 것을 무어라 설명해야할지 몰랐다. 처음 느낀 감각는 본능적인 두려움일 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마 블랙홀을 실제로 본다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바다는 나중에 그리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진짜 블랙홀일지도 모르지....'

"바다. 바다. 정신이 들어?"

"......."

바다는 가늘게 눈을 떴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먼저 보이자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몸 곳곳에서 찌릿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인상을 살짝 구겼다. 뼈에 금이 가거나 한 것 같진 않았다.

'나름대로 방어를 해서 그런가.'

바다는 어깨를 주무르며 한숨을 작게 쉬었다. 모래알갱이를 삼켰는지 두 어번 기침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뻔했다.

키네시스는 돌아가는 길, 마지막 기술을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염력을 활용해 만들어본 자신만의 기술이라 덧붙였다. 그는 '언젠간 하얀머리자식을 이걸로 없애버리겠어.' 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다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속은 이미 뒤틀려있었다.

그건 타고난 재능의 차이였다.
가지고 있는 '역량' 이란 물병의 차이.
바다는 스스로의 한계치를 잘 알고 있었다. 키네시스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아우라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심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바다는 남몰래 헛웃음을 한 번 뱉었다. '재능' 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머릿속을 쓸고 갔다. 바다에게 있어서 그녀는 재능있는 분야가 단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흙 묻은 옷을 털며 일어서자 키네시스는 웃음을 지었다. 바다의 손을 잡으며 부축하자, 그녀는 키네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가에는 쓴 웃음이 번져있었다.

"항복이에요.
키네시스가 이겼어요."



-




"아, 그렇게 된 거였어?
나도 보고 싶네. 그 블랙홀이란 거."

"안돼요. 한 번 쓸때마다 엄청 힘들다고요.
그때도 하고 나서 체력이 얼마나 닳았는지."

키네시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주아는 뭐가 재밌는지 킥킥대며 웃었다.

퍽.

그녀의 한 손이 다른 이의 얼굴을 가격했다.
주아는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서 있는 사람이 아군 외엔 아무도 없음을 깨닫자 그녀는 기지개를 폈다.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임무란 건 이게 다에요?"

"왜, 때리는 것 밖에 없어서 실망했니?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스푼은 무조건 2명씩은 짝지어서 다녀야 하는데, 내 파트너가 배신을 때려버렸거든. 그래서 난 항상 무작위야."

"배신?"

키네시스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주아는 말을 꺼내려다가 멈칫하더니 사사를 바라보았다.
사사는 말 없이 손을 입으로 가져댔다. '쉿' 하는 입모양과 함께 검지로 입을 가린 모습.

주아는 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답했다.

"나중에 알려줄게."

대답을 하기 전, 대놓고 사사를 본다는 건 사사와 그 '배신한 사람' 이 관계가 있음을 의미했다. 눈치빠른 키네시스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나중에 분위기를 잘 봐서 사사에게 물어야겠다 싶었다.

"그나저나 키네시스, 넌 순혈인간이지?"

키네시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원래 특기자에는 영물이나 혼혈이 많다더라. 그래서 너도 혼혈인가 싶었지. 너무 순혈같이 생겼긴 한데, 혹시나 해서!"

"왜 특기자는 혼혈이 많은 거에요?"

주아는 과장된 몸짓으로 대답했다.

"글쎄? 이유는 몰라도 확률적으로 더 많다더라.
멀리 볼 필요 없지. 당장 옆만 봐도 그렇잖아. 나랑 사사도 혼혈이니까!"

키네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듣다 멈칫했다. 가던 길을 멈추기까지 한 그는 주아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선배 혼혈이셨어요?"

주아는 입을 가리며 놀라는 시늉을 했다. 동그란 두 눈을 연거푸 깜빡였다.

"어머, 어머. 너 몰랐어?
이 기품있는 붉은 색감, 곱디 고운 목소리! 이래도 모르겠니?"

키네시스는 턱을 괴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뭔가 떠올랐는지 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불가사리?"


"홍관조잖아. 홍관조!"

주아는 '불가사리라니!' 라며 다시 한번 깔깔댔다. 어지간히도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키네시스는 그제서야 '아하.' 라며 아는 체 했다.

주아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노래를 잘한대서 관상용으로 많이 팔렸어, 옛날에는.
그래도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지. 혼혈도 사회에 어울려 살 수 있고."

주아가 '나 때는 말이야' 를 시전하려던 찰나였다.

"악!"

사사가 주아의 어깨를 뒤로 밀쳐냈다. 본의 아니게 뼈를 맞은 그녀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와 동시에 주아의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총알소리가 들렸다.

"미친, 죽을 뻔 했잖아!"

1cm만 빗겨나갔어도 주아의 코는 잘렸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손에 조금씩 땀이 올라왔다.


사사는 주변을 훑어보더니 재빨리 두 사람의 손목을 붙잡았다. 키네시스가 뒤를 보았을 때,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듯 했다.

창문이 없는 적당한 건물에 들어가서야 사사는 손을 놓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곤 뭔가를 작성하더니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저격수가 있어. 조금 이따가 나가자.'
라고 적힌 메모장이었다.


주아는 글씨를 읽자마자 방방 뛰었다.

"됐어, 그냥 나가자.
날 쏘려고 한 놈이 어떤 놈인지 얼굴을 확인해야겠어. 바로 족쳐야 개운할 것 같단 말이야!"

쨍그랑!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에 주아는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소리가 난 곳에서는 총알이 힘 없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

주아는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응.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잘됐네.
좀 쉬다 가자."



-


"안 한다니까요..."

바다가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스푼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보이는 '싫다' 의 표현이었다.

그 옆의 혜나와 나가가 주먹을 꼭 쥐고서 바다를 부추겼다.

"아니야 언니, 한 번만 해봐!"

"그래요. 이런 기회가 흔한 게 아니잖아요.
세크룬 앞에서 노래를 녹음해보는 게 얼마나 값진 경험인데!"

바다는 힘 빠진 손으로 끼고 있던 헤드폰을 목에 걸었다. 안에선 세크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창피함에 발개진 바다의 얼굴이 새어나왔다.

바다는 마지못해 헤드폰을 들고 나가와 혜나를 바라보았다.

"그....비웃으면 안돼요."

바다의 얼굴은 발그레하다 못해 빨간 사과가 되어있었다.


'놀러온 거야 일하러 온거야.'

신나는 표정의 세크룬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한 두시간 전만 해도 중요한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었다.


"........"

'역시 닮았어.'

유나는 팔짱을 낀 채 소파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녹음실에 들어간 바다는 엉거주춤 마이크 앞에 섰다. 바다에게선 우화 속 한 모습이 겹쳐보였다.

'세이렌.'

노래로 사람들을 홀려 잡아먹는다는, 바다 속 괴수.
어쩌면 바다가 노래를 부르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나가는 잔뜩 기대한 모습이었다. 확실한 건, 당사자보단 더 들떠있었다.

녹음실 바깥에선 한 기술자가 서 있었다. 그는 여러가지 버튼들을 눌러보더니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자, 시작합니다."

바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길다란 속눈썹에 그늘이 졌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그녀 스스로도 느껴졌다. 심장소리가 귓가에도 울려퍼졌다.

"하나. 둘.
셋!"

'제발, 비웃지 말기를...'

바다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입을 열었다.


".....나, 나아~는..
펭귄...세크루운➚"


"......헐."

나가는 육성으로 소리를 내었다. 만화적 표현으로 나타낸다면, 나가의 안경은 충격으로 금이 가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오빠 조용해..."

혜나는 황급히 나가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녀도 당황스러움이 앞선것은 마찬가지였다.
유나에게 등을 돌린 혜나는, 유나도 입을 벌리고 있단 것을 몰랐다.

'엄청..못부른다..'


충격은 곧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녹음실에서 나온 바다는 얼굴을 쥐어짜듯이 틀어막았다. 그리곤 노래부를 때보다 더 높은 음을 내며 말했다.

"이래서...
이래서 하기 싫다고 했던 거라고요!"

그 자리의 모두가 '괜찮아, 잘 부르던걸.' 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어깨만 쓸어내릴 뿐이었다. 그제서야 바다는 '작은 배려 큰 상처' 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사사 선배...
이제 선배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바다는 눈물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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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09 00:05 | 조회 : 1,038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가사를 어떻게 써야할지 정말 고민했답니다,,,세크룬 데뷔곡이라면 저런 느낌일 것 같다 싶었어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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