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망했네

백율이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에 가까웠다.

"일단 두분 다 취침하시고 내일 얘기하시는게 좋을 것같습니다. 전하께서는 내일 일정도 있으시고요."

"네, 스승님도 들어가세요."
"강휘, 이쪽이야. 가자."

저벅저벅.
홍령은 강휘를 데리고 자신의 침실로 왔다.

"오, 여기가 니 방이야? 왕치곤 소박하네? 코딱지만한 나라라 그런가?"

찌릿.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강휘는 놀리는걸 그만뒀다.
홍령이 시녀들에게 미리 부탁한 이불을 챙겨서 적당히 빈 공간에 깔았다.

"그냥. 나 혼자 사는데 그렇게 클 필요 있나 싶고."

홍령이 강휘를 보며 말했다.
"뭐, 이젠 너랑 같이 살지만."

예쁘게 웃으며 자신과 같이 산다고하는 홍령의 말에 강휘는 얼굴이 다시 빨게졌다.

'아. 아까부터 진짜 왜 이러지...'

강휘는 다시 집중하며 어설픈 솜씨로 이불까는 홍령을 빤히 쳐다봤다.

'저기서 덮치면...아, 내가 진짜 미쳤지.'
찰나 더러운 생각을한 자신이 역겨웠다. 이런 생각을 들키지 않기위해 딴얘기를 했다.

"...왕이 이런것도해? 그냥 시키지."

"너 있다고 홍보할 일있냐? 이게 뭐 별거라고. 그냥 좀 움직이면 되지."

후.
이불을 다깔고 기지개를 핀 홍령이 촛불을 끄고 침대에 누었다.

"뭐해? 안자?"

"어, 자야지."

두사람이 눕고 그 정적을 깬것은 홍령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일단 다른녀석들을 만나 봐야겠어. 예전에 말해줬었지? 우린 하나의 방울을 녹여 만들어진거라 서로의 생사를 알수있다고. 사실 다른녀석들 전부 느껴져. 아마 나처럼 다들 돌아온것같아."

"정말이야?!"

"아마도? 자세한건 물어봐야지."

"다행이다..."

홍령이 잠시 생각을 하듯이 천장을 응시하다 말했다.

"내가 이번 회의때 확인해볼까? 원래는 귀찮아서 안가려고도 했지만. 다른 나라에도 너처럼 신령들이 떨어진걸지도 모르잖아."

"오, 그럼 나야 좋지. 대현을 가는것도 오랜만이네."

"너도 같이가게? 그냥 쉬고있어도 괜찮은데."

"됐어. 할것도없고. 특별히 내가 전하 호위해주겠다, 이거야! 영광스러워하라고!"

풉, 홍령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영광이네, 아주."

둘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쏟아내며 잠을 취했다.


-


저벅저벅.
새벽 4시쯤, 화장실 때문에 눈이 뜬 홍령이 잠시 나갔다 들어왔다.

"으으..."

강휘와 얘기한다고 충분히 잠을 취하지 못한 홍령은 비몽사몽한채로 푹신한 어딘가에 누워서 다시 잠들었다.


-


짹짹짹.
아침을 알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오랜만에 잘잤..."
'...?'

새소리와 함께 기분 좋게 일어난 강휘는 눈 앞에 보이는 누군가 때문에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얘가 왜 여기있어? 난 얘를 왜 안고 있고??'

일어나자마자 눈에 보이는건 자신의 품안에서 새액새액 자고있는 홍령이였다.

"......."

혼란스러웠던 것도 잠시, 강휘는 무의식적으로 그 앳된 얼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까 예쁘장하네.'

천천히 홍령의 얼굴을 구경하던 강휘의 시선은 홍령의 입술에서 우뚝 멈췄다.

'입술 부드러워 보이네. 그래도 왕이라 관리를 잘 받아서 그런가? 한번 만져봐도...안깨겠지?'

두근두근.
강휘의 손이 홍령의 입술에 닿기 직전의 그 순간.

"......"

홍령이 눈을 떴다.

홍령은 자신의 입술에 앞에 있는 손을 힐끗 쳐다보곤 강휘에게 시선을 돌렸다.

커진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뭐해?"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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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8 21:53 | 조회 : 1,327 목록
작가의 말
슈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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