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과거편] 책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에서 거대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만큼의 폭발이 일어났다. 우주와 지금부터 우리가 알아갈 모든 것의 시작이였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던 곳에 검은 물결이 퍼져나갔다. 물결이 멈추고 폭발이 잠잠해질 때쯤 그 속에서 작은 신이 태어났다. 그 생명체가 광활한 우주의 첫번째 존재, 유일신이였다.

한 줄기의 빛조차도 없는 그 공간에서 유일신은 몇 십 몇 백만 년을 떠돌아 다녔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정말 암흑같은 공간뿐이였다.

유일신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을 홀로 지내다 그는 문득 한가지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이 커다란 공간에 나 혼자뿐인 걸까. 어째서 몸은 이리도 먹먹한 것일까. 어떻게 해야 이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자기자신을 채우기 위해 유일신은 우주를 장식할 아름다움을 원했다. 그리곤 떠돌아다니는 막대한 에너지를 모아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수천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지막으로 생겨난 세상이 지구였다.

유일신은 자신이 채워지는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 가져보는 감정이였다. 그는 그 감정을 더 느껴보기 위해 지구를 더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다. 자연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들까지. 완벽하진 않았으나 아직 순수했던 신의 마음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은 완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던 유일신은 자신의 몸을 잘라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진 또다른 신들을 창조했다. 그들에게도 지구를 맡기기 위함이였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신들이 탄생했고 유일신은 그들에게 세상을 맡기고 자신은 멀리 떨어져 지구보다 더 완벽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 유일신은 더이상 유일신이 아니였다. 아직까진 그가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하다곤 하나,  그는 그의 자식들에게 너무 온정을 배풀었다. 수많은 신들이 생겨났고, 우주는 더이상 그만의 것이 아니였다.

  새로 태어난 신들은 유일신의 바람대로 조금씩 지구를 돌보기 시작했다. 무리를 짓거나 혹은 그저 홀로, 나라를 나누어 다스리며 체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유일신처럼 순수하지 않았다. 이제 지구의 나라를 돌보는 것은 그저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자신이 우주의 모든 에너지를 차지하겠다며 전쟁을 일으켰고, 지구는 버려졌다.

신들의 돌봄아래 사랑만이 가득했던 지구는 점차 본래의 색을 잃어갔다. 인간들에게 욕심이 생기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서 지구에도 하나 둘씩 전쟁이 일어났고 사랑은 불면 꺼질듯 희미해졌다.

유일신은 얼마 후에 그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아름다움이 아니였다. 오히려 어리고 순수한 신의 마음을 갉아먹는 벌레와도 같았다. 그는 절망했다.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후회했다. 이제 신에겐 지구를 되돌리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만한 힘이 남아있지않았다. 너무 배푼것은 지구를 죽게한 실수였다.

그는 자신을 원망했다. 더이상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위해 그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자신에게 남은 모든 힘과 스스로의 육체를 불살라 얻은 힘으로 마지막 신을 창조해냈다. 유일신은 마지막 희망에게 자신의 의지를 주입했다.

그렇게 가엽고도 고독한 운명을 부여받은 작은 신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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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06 14:55 | 조회 : 80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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