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편] 신을 위하여

「복수」

"마왕님이 그 자리에서 널 바로 죽이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라고?? 멋대로 법을 어기면 죽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단 것을 모르냐?"

"마....맞아.......마...마왕님이....이유를.....물어보셨....는데..."

"하아....귀찮게...."

"뭐..뭐라고?? 너...너 마왕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마왕을 앞에 두고도 클라우스는 전혀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다. 무슨 이유인지 법을 어기고 혼자서 인간계로 처들어간 그는 마왕에게 붙잡혀 신문당하고 있다. 물론 마왕을 비롯해 모든 강자를 증오하는 그가 순순히 털어놓을 리가 없지만.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한다. 불쌍하게도.

"그쯤 해두거라. 아직 말할 생각이 없는 듯 싶으니. 위협해보았자 득이 될 것은 없다."
"하....하지만...마왕님..."

"칫....놀고들 자빠졌네. 늬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 그리고 당신, 거기 마왕. 창조신은 우리가 인간을 무서워하고 숨아살길 바라신게 아니야. 그깟 마을 하나 부쉈다고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지냐? 마왕이나 되는 사람이 어째서 인간을 무서워하지? 사실은 이름뿐인 마왕이였나보네~실망이야~"

"........."

"마왕님....아무리 저자가 당신에게 필요하다 하더라도 더이상은 참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을 모욕하는 자는 이 가티오가 전부 죽여보이겠습니다. 부디 허락을...."

"하하....충성스러운 부하네. 그런데 말야...이런.... 속박...마법이야....간단히...끊어낼 수 있다고??......정말...날...이겼다고...생각했어? 네놈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까...?"

"호오....?"

"어...어떻게...마왕님의 마법을....."

"네놈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해주지....마소의 전원을 죽이고 모든 마력을 차지해서......창조신의...비원을.......비원을.....이...내가...."

클라우스의 마력이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주위의 공기가 탁해질 만큼의 터무니 없는 마력량이였다. 마왕성의 공간은 어지럽게 뒤틀리고 주위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메워졌다.

"내가....내가....반드시...직접....비원을....비원을.....부모님....."

"생각보다 더 쓸모있겠네. 나와 비슷한 정도의 마력유지력이라....처음보는군...."

"마....마왕님! 어떡해요ㅜㅠㅠㅠ.....마왕성이 무너져 내릴것..."

"에이 울지마, 동생아. 마왕님과 이어져있는 이 마왕성이 무너질리가 없잖아? 우리 마왕님만 믿자! "

"흐...흐윽....저...정말?......알겠어...나...안울게...윽....."

"마왕님, 저 녀석 육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폭발할 겁니다.....어째서 저렇게까지 창조신에게......."

"그건 모르겠고.  일단 이 마력 좀 걷어내자. 성안이 엉망이다."

"죽여....죽여버리겠어.....네놈의 마력을.....죽여서...으아아아아악!....."

"헉! 마왕님!!!!!!"

클라우스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 그녀를 낚아챈 뒤  벽에 내던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력을 태워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는 손에 검은 불꽃을 들고서 마왕을 향해 한번 더 돌진했다.


"가티오, 동생 잘 지켜라!"

"맞겨주세요!"

"나를......무시.....마력을.....나에게... "

"어이쿠"

  불꽃이 일렁이는 검은 마법이 마구잡이로 던져졌다. 마왕이 한번 걷어냈음에도 또 방대한 양의 마력이 성안을 자욱히 메웠다. 클라우스의 온 몸에서 검은 불꽃이 피워올랐으며 아름답던 빨간 눈 마저도 죽은 듯이 검게 변색되었다.

".....어서...죽어.....나의....나의.....마력을"

"미쳤군...."

  둘은 몇십분간 싸움을 계속했다. 마왕과 이어진 마왕성은 타격을 입어도 원래의 모습대로 복구되었다. 클라우스의 터무니 없는 마력량은 바닥날 줄 몰랐고 너무 마구잡이로 던진 탓에 동생을 지키던 가티오도 몇 발인가 맞았다.

".....너...강해.....더...미워.....그러니까....."

  마왕에게 마지막 마법을 날린 클라우스는 불꽃을 추진력 삼아 반대쪽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아무리 마왕이라도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가 날아간 곳은 가티오와 알렉스가 있는 성문 쪽 이였다.

"이긴다........일단....너부터....."

"혀....형!"

"크윽....윽......"

  그가 가티오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평소에 힘이 자랑인 가티오도 마력으로 무장한 각별에겐 저항할 수가 없었다. 알렉스는 소리도 내지 못한채 넋을 놓은 얼굴로 그들을 처다보았다.

"네가......오면.....이녀석도....죽일.....거다..."

"..........저 녀석.... 공간을 뒤틀었어. 심지어 코어의 생명력까지 태워가며 마법을........ 쓰고 있군....대단해...!..."

"혀.....형......."

"크윽....윽....아악!"

"죽어......마력을.....나에게...."

클라우스가 한 손에 검은 불꽃을 담아 가티오에게 강타했다. 알렉스는 푸른 눈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한번엔.....죽지 않아...........한번...더"

아무리 바로 앞에서 날렸다 해도 마왕의 최측근인 가티오가 한 방에 죽진 않았다. 형이 정신을 잃고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자 알렉스는 옛날의 맹세를 떠올렸다.

"그만해...."

".........?"

"형은.....내...가족이야.....내가...존재하는...이유....전부.....인걸.....빼앗으면......용서하지....않아....."

알렉스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의 형 뿐이다. 가족을 위해서 그는 목숨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마소에 채 10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장 희귀한 악마종, 드래곤형 악마. 헤아릴 수 없는 잠재력을 지닌 그 돌연변이가 각성을 시작한다.

"뭐.....뭣이...."

"형이.....아파해....형을.....공격하면....아프게하면....내가....지킬거야....내가....가족을....지켜야해....."

알렉스가 클라우스의 팔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느낀 클라우스도 그를 향해 마법을 날리려 했지만 그의 몸에  닿기 전에 마법이 사라져버렸다. 놀란 나머지 가티오를 놓친 그는 육체의 힘으로라도 알렉스를 누르려 했다.

"어이....날...잊지 말라구?"

마왕이 클라우스를 저지했다. 방심하던 클라우스는 일격에 당했고 알렉스에게 대부분의 마력을 빼았겨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만한 양의 마력이 사라지니 이제야 제정신을 찾은 모양이다.

"어째서.....난....가질...수.....없어.....?"

"너의 코어 부셔져있더군.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거냐. 그런 코어로 무리하게 마력을 방출하면 얼마 못가서 완전히 깨져버릴거다."

"마왕님...당신 ....말뿐이 아니였네 .....정말....강해....지금껏 봐온 누구보다도.....인정할게..."

"그건 고맙군. 하지만 나의 제자들을 이렇게만든 대가는 치러야 할꺼다. 용서해주진 않을태니까."

마왕이 치유마법으로 가티오를 치료하려하자 알렉스가 드레곤의 날개로 형을 감싸고 대신 치료했다. 확실히 약간은 원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흠.....아무튼 지금이라면 말이 통할 듯 하군. 어째서 그렇게 신에게 메달리지? "

"하...하하.........그래.....너도 보면 알겠지.......내 코어는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100년쯤 살면 코어가 알아서 깨져버릴거라나 뭐라나. 하........당신은 한 10000년 정도 살아가겠네......부러워. 아무튼 우리 집안은 그렇게 신을 숭배했는데 나는 신에게 버림받았고 그의 비원을 이루는데 도움도 되지않는 쓸모없는 아이라면서 쫓겨났지 뭐야. 차라리 상처라도 받지 않게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버려주지.........그래서 생각했어. 내 스스로가 그 잘난 비원을 이룰 힘을 가진 악마가 되어서 날 버린 부모에게 복수하고 이 코어를 고칠 힘도 갖겠다고. 그리고 마지막엔 내가 세계를 정복하고 마소의 왕이 되어 신에게 인정받겠다고.....하..하하...정말 유치하고 희망찬 꿈이네. 그런 말뿐인 비원따위 이룰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제 나에게 잃을 건 없어. 너처럼 소중한 가족도 없고 우리 마왕님처럼 잘난 척할 힘도 남지 않았어. 역시....난 정말로 신에게 버림받았나봐....."

클라우스는 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이제 죽음이든 뭐든 상관없다는 듯이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알렉스 자신에게 새로 생긴 힘에 신기해할 틈도 없이 가티오를 치료하는데 전념했다. 마왕은 입술에 살짝 미소를 띄운채로 붉은 눈에 빛을 밝혔다. 그런 그의 눈과 함께 신의 조각도 빛나기 시작했다.

"너 내 제자가 되지 않을래?"

"뭐?"

"너 코어가 불안정한 것만 제외하면 전부 나와 비슷한 수준이잖아? 분명 이 나라에, 그 잘난 비원에 도움이 될거야."

"장난하는거냐? 난 너랑 네 제자들을 죽이려 했다고?"

"넌 이게 뭔지 알겠지."

"그건 신의 조각이잖아. 창조신이 마왕 대대로 내려준.......설마....그걸 다룰 수 있는거냐!?"

"뭐....마음대론 아니지만....이렇게 빛이 날 때마다 쓸 수 있더라고."

"거짓말이지.....지금까지 그 누구도 다루지 못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곳은 하나밖에 없지. 자, 너의 코어를 고쳐줄게."

"에.......?"

"내가 사용하고 싶을때 사용할 수 없다, 그 말은 즉 신의 명령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단 얘기야. 우리의 신은 마왕에게 클라우스의 코어를 고칠 것을 명령하셨다. 넌 신에게 버림받은게 아니야, 클라우스"

클라우스 고개를 들고 마왕을 마주봤다. 그의 올곧은 눈빛은 한 점의 거짓도 고하고 있지 않았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는 눈물을 쏟아내었다. 쉬지 않고 꼬박 한시간 정도를 그렇게 울었다. 어릴적에 제대로 울어본 적이 없는 것일까. 울음소리가 마치 어린 아이의 것 같았다.

"아......신이시여.....절....기억해...주셨군요.....다시 거두어주셨군요.....감사......감사....합니다...... "

"그래 이제 쓸때없는 생각은 말도록. 너에게 가족이 없고 힘이 없다면 그것을 모두 가진 나에게 의지하면 된다.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넌...날...용서하지 않을거지? 너의 소중한 사람에게 그런 짓을 했으니까."

"상처입은건.....형이야.....어떤 벌을 받을진.....형이....정해.....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이제부터 그 튼튼한 코어가 부셔질 때까지 형과 나를 위해 일하겠다고....맹세해."

"너........"

"오해하지마. 그래도 절대로 완전히 용서하지 않아. 비원이 이뤄지면 그때 진짜로 죗값을 묻겠어."

"......그런날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정말이지.....아직도....말뿐인 이야기라고 생각해?"

"네 힘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인간들도 천족들도 만만찮게 강하다고......"

"그럼 네가 날 도우면 되잖아. 나 아직 각성하지 않은 상태니까. 우릴 위해 일한다며? 그럼 각성의 단서나 같이 찾아보자."

"뭐....뭐...뭐라고?! 지금 그게 각성을 거치지 않은 힘이란 말이야? 하....하긴....그러고보니.....너 뿔도 날개도 꼬리도 없어......마법으로 가린 것도 아닌것같고...그리고....키도 작고........."

"마지막부분을 다시 언급하면 용서고 뭐고 바로 죽여버릴다."

"죄송합니다"

클라우스는 생각했다. 지금 눈 앞의 이 마왕이 각성한다면 세계정복따위 더이상 헛된 꿈이 아니라고.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신뢰를 타인에게 바쳤다.

"할게"

"어?

"네 제자 한다고."

"애초에 너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이 말이야."

"너무해......"

"하나도 너무하지않아. 그럼 지금 죗값을 물을거야?"

"아닙니다. 그보다 너 드래곤! 처음이랑 캐릭터 완전 변했잖아!? 각성한다고 이렇게까지 되다니......."

"제일 캐릭터 변한건 너잖아!!!!"


*

"저기말야......"

"이제 너도 내 제자니까 마왕님이라고 불러라."

"엑.....내가 더 나이 많은데....."

"죽고싶나보군?"

"아닙니다 마왕님. 그저 감사하단 말을.....하려고....."

"하핫 낯간지럽게. 고마우면 전력을 다해서 각성의 단서를 찾아. 그리고 저 바다 넘어의 모든 땅이 내 손에 들어오는 광경을 특등석에서 관람하면 돼.    "

"네! 믿고 있으니까요. "

"그럼 마력 화복도 해야하니 마력의 나무로 가자. 마왕의 권한으로 문을 열어줄게"

"ㅈ.....정말요? 저 처음봐요!"

"원래는 한달에 한번. 정해진 때에 열지만 말이야. 고마운줄 알아라"

"네! 정말 감사합니다!"

*

어쩌면 제게 찾아왔던 모든 시련은 모두 당신과의 만남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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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22 22:03 | 조회 : 809 목록
작가의 말
시작의 끝

마소의 5인방이 모두 등장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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