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그렇게 이도하가 점이되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숨을 한 번 내쉬고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당연하게도 아버지만 앉아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부엌식탁에는 그 여자와 윤철도 앉아서 내 쪽을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한채로, 손을 씻고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을 때까지. 아니 앉고나서도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계속 무시하자 그 여자는 눈을 돌렸다.

그 여자의 눈빛은 내가 같이 앉아서 먹는게 너무 싫다는 듯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여자는 윤 설의 친엄마일리가 없다.

윤 철 같은 경우에도 윤설과 피가 이어진 형제는 아닌 듯 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이 몸으로 들어온 후에 내가 느끼는 아버지와 저여자에 대한 느낌이 전혀 달랐다.

분명히 아버지도 윤 설에게 친절하지 않았지만, 피가 이어져서인지 어딘가 애틋함이 계속 느껴졌다. 하지만 저 여자는 달랐다. 느낌이라서 설명하라고 한다면 못하겠지만 너무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이었다.



내가 고민에 빠져있는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친엄마인지 새엄마인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내가 아버지에게 물어보려고 한 내용은 다른거니까, 저 부분에 대한건 일단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왜 안먹냐"





어떻게 얘기를 꺼내는게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그냥 젓가락만 집고 있으니까 한 말인 듯 했다.

나는 아버지에게만 물어보려했지만, 모두가 있을 때 물어보는 것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여러번한 후에 얘기를 꺼냈다.





"제가 가족들에게 물어볼게 있어요. 제발 솔직하게 얘기해주실래요?"

".....뭐니 그게?"





누가봐도 들어주기 싫다는 표정으로 얘기를 해보라는 여자의 얼굴 때문에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올뻔했다.

여기선 웃는것보다는 침울한 표정을 해야하기에 나는 누가 보기도 전에, 표정관리를 했다.





"저 혹시 제가 사고가 난 적이 있었나요?"

"........."





내가 물어본 이후로는 아무도 말이없었다.

다만 매우 불안한 듯 보이는 여자와 윤 철의 모습과, 어딘가 슬퍼보이는 아버지의 모습 뿐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보고서는 확신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아마 이 몸의 주인인 윤 설도 알지 못한채로 나와 몸이 바뀌기 전까지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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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내뱉고 거의 5분 즈음을 기다린 것 같은데도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고, 다시 한번 말을 했다.





"제발 알려주세요.. 저 요즘 너무 머리가 복잡해요. 너무 아프고 혼자서 견디는게 너무 힘들어요. "

"......"





내가 계속 애원을 하자 아버지는 입을 계속 움찔거리셨다.

무언가 해줄말이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더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서 갑자기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잠시만요? 말하시게요? 설이 이거 알면 더 힘들어할거에요. 그냥 잊게 해줘요. 네?"

"맞아요. 아버지. 제가 아는 친구도 그랬는데 자기가 기억나지도 못하는 일을 억지로 알게 하면 오히려 그게 더 스트레스라고 했어요..네?"





아버지는 극구 말리고 있는 그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다시 입을 닫으려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쪽을 쳐다보면서 나는 얘기했다.





"...아빠.. 저 알고 싶어요. 네? 제 얘기인데 제가 모르면 어떡해요? 그러니까 저한테 말해주세요.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 저만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고, 정말 너무 힘들어요...아빠"

"......."





나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의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나머지 둘은 내가 얘기해달라고 오열해도 안알려줄 사람이니까, 아버지만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딱히 연기할 것도 없었다. 난 정말 진심으로 힘들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지내는게 너무나도 즐거웠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일들이 무언가 익숙하게 느껴지는것도 다 너무 어지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우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눈물이 매달렸다.



효과는 확실한 듯 했다.

아버지는 조금 고민하시더니 말을 꺼냈다.

옆에서 계속 말리려는 두 명을 아버지는 눈빛하나로 단숨에 조용히 만들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진 분위기에 아버지는 얘기를 시작했다.





"니가 어떻게 알게 된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





저 내용은 애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혹시 많이 다친건가요?"

"아니. 타박상 정도였다는구나."

"..."

"그런데 설이 너는 그 사고 이후로 완전히 변했어."

"변했다니 그게 무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





아버지가 하는 말은 윤 설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소리였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넌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너 자신까지도."

"..."

"그 이후로는 너의 원래 모습이 아닌 듯 굴더구나. 니 엄마가 그냥 모른척 지내자고 아무것도 아닌일로 하자고 하길래 그냥 그렇게 지냈지만, 뭔가 내 자식이 아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물론 어렸을 너에게 상처를 준 부분에 변명도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게 대체...무슨"

"언젠간 해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일지는 몰랐구나. 설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당연히 설이 너가 제일 힘들었을텐데, 너의 너무 달라진 모습에 내가 그 상황을 자꾸 피하다가 그냥 방치해버렸다."

"........."





아버지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나와 눈도 맞추지 못하고 사과를 했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다 얼굴이 일그러진 것 보니까 이게 나에게만 들리는 환청 같은 건 아니구나 싶었다.



이렇게 쉽게 용서하고 이러면 안되지만, 분명 원래의 윤 설이었어도 아버지의 지금 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용서해줄 입장이 아니기에 나는 한 마디도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

"그러면.. 혹시 제 친구들도"

"걔네도 다 너랑 어렸을 때 부터 친구들이다. 걔네한테도 니 엄마가 말하지 말자고 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게 다 널 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





애들이 말했던 일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윤 설은 기억상실이었고, 자기와 친구들이었던 다른 애들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긴 내가 발견한 일기장은 윤 설이 다 크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니까 윤 설의 초등학교 시절의 일들은 아무것도 알고 있는게 없었다.



나는 멍해진 머리를 간신히 붙잡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해줘서 고맙지만 지금은 너무 복잡해서 쉬어야겠다고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올라갔고, 아버지도 그런 나를 잡지 않은채로 쉬어라고 얘기했다.



내가 올라가는 그 순간 등 뒤에서는 여자의 짜증스러운 말투가 들렸다.





"왜 그런 것 까지 말해요?"

"..뭘"

"아니, 왜 친구들 얘기랑 그런걸 말하냐구요"

"먼저 일어날테니 각자 먹고 방으로 가서 자거라."





아버지는 그 말을 듣다가 바로 계단으로 올라와서 서재로 가신 듯 했다.

저 대화로 나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저 여자는 내가 백승호 무리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는게 꼴보기 싫은거다.



'이유까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윤철이 가져야할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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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른 방에 와서 문을 잠그고, 책상에 앉아서 아무렇게나 꽃혀있던 공책을 펼쳤다.

내가 지금 습득한 정보들을 빨리 정리해두려고 한 것이었다.



애들한테 들은 내용들과 비교해가면서 정리를 한 후 차근차근 조사해보면 지금 이 상황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펼친 공책에는 무언가 쓰여있었다.





[ 윤 설. 내 이름 윤 설

나이는 12살. 근데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수한...이수한이 누구더라]





누가봐도 초등학생의 글씨로 불안한 감정이 적혀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불안해보이는 느낌이 온 몸으로 와닿았다.



왠지 마음이 아파왔는데, 나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눈에 보였다.





"이수한이 누구더라..라니? 얘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갑자기 머리가 미친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때동안 아팠던건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내머리를 조여오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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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2-27 22:55 | 조회 : 1,301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여러분 진짜 오랜만이죠,,, 제가 못올린건 사정도 있었고, 폭스툰은 아예 들어오질 못하는 상황이었어서,,, 이제는 열심히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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