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78화




하여운이 말을 내뱉고 몇분동안 우리 둘 사이에서는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적 그 자체의 시간이 계속 흘렀다.
나는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고, 하여운은 내 반응을 살피는 듯 보였다.
하여운도 내가 이수한을 어떻게 알고 있는건지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이수한은 나인데, 하여운이 쓴 소설 속 인물도 이수한이라고 했다.
머리가 하여운의 말을 도저히 따라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무슨 말인건데"
"무슨 말이 아니라 난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 뿐이야. 이수한 이수한 하니까 생각나더라고."
"......."
"니가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을 어떻게 아는건지는 모르겠는데, 한가지 더 알려줄까?"
"......."
"지금 이 곳도 소설 속인건 알고 있으니까, 긴말은 안할게. 이 소설도 내가 쓴 시나리오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망치는게 어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
"딱히 알아들을 필요 없어. 그냥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려고 너 부른거니까. "


하여운은 완전히 막무가내였다. 초반에는 캐릭터 성격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내려놓은 것 같았다.


"내숭은 그만 떨기로 했나봐?"
"...아.."


하여운은 내말을 한 번에 알아채지 못하고 생각해본 후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막장 bl소설 주인수답게 엄청 예쁜얼굴로 웃었다.
물론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예쁘지 않은 소리였지만 말이다.


"너는 멍청해서 지금 다 니꺼같고 그렇지?"
"........"
"내가 웬만하면 안알려주려고 했는데, 그냥 말해줄게."
"......."
"여기는 내가 만든 세상이니까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똑같을 수 밖에 없어. 내가 결말을 짓고 끝낸 이야기니까. 니가 지금 아무리 애를 써도 언젠가는 이야기는 내 바램대로 끝나게 되어있다는 말이야. 그나저나 나도 하나 물어볼게. 니가 이수한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하여운의 질문에 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지만, 무언가 여기서 얘기하지 않는다면 평생 나에 대한 것과 윤 설에 대한것도 알지 못한채로 하여운의 말대로 모든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에 나는 대답을 했다.


"내가 이수한이니까."
"......."
"너가 말한 이수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이수한이야."
"와... 그렇다는건가?"
"나도 말했으니까 너도 말해. 이게 니가 쓴 책의 이수한이라는 건 대체 뭔데?"


하여운은 내가 말해준 얘기를 듣고나서 5분정도 가만히 생각하더니 웃기시작했다.


"니가 이수한이라면... 넌 죽었겠네? 차에 치여서"
"......"
"하긴, 차에 치여서 죽는건 너무 구식소설 내용이긴 했다. 그치? 미안. 그때는 그런 내용이 좋았어."
"......."
"너 니 애인 바람피는 현장 보고 뛰어나오다가 죽은거잖아. 그 애인 옆에 얼굴은 기억나?"
"......."


하여운의 말을 듣고 나는 그 애인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도저히 그 옆의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초에 문틈으로 작게 본 것일 뿐이었고, 얼굴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도저히 생각도 나질 않았다.


"모르겠어? 진짜 바보네. 사람을 앞에 두고도 알아보질 못하니까 니가 죽어서도 악역이랑 몸이 바뀌는거 아니야.. 어떻게 보면 참 안쓰러운 인생이다. 너 원래 세상에서는 주인공수 이어주기 위한 아무것도 아닌 이물질인 상태에서 죽어버리고, 지금 빙의한곳이 악역 몸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줄걸 그랬나"
"그게 대체 무슨소리야"
"내가 쓴 소설 속의 주인공은 항상 나거든. 너는 그 곳에서도 나를 위해 죽는 이물질 중 하나였다는거지 뭐. 굳이 어렵게 생각할게 있나. 그렇게 그때도 죽어놓고, 지금도...아니다"
"말도 안돼. 나는 이수한일 때, 이 이야기를 책으로 봤어. 근데 어떻게 둘 다 소설이라는거야?"
"이렇게 많이 대화할 생각없었는데, 뭐 큰 얘기를 들려줬으니까, 나도 그냥 이것까지 말해줄게."
"............"
"내가 이 이야기를 먼저썼고, 그 이야기를 더 나중에 썼으니까 니 소설에도 등장한거겠지. 뭐 나한테는 그게 그렇게 안 중요해. 일단 나는 갈게. 알려줘서 고맙고 열심히 살아남아봐 설아. 아니다 수한아~"


하여운은 이곳으로 올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채로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와 반대로 나는 엄청 굳은 얼굴을 한채로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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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4-11 23:17 | 조회 : 1,310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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