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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십 년부터 매일 꿈에서 나오던 빨강 머리 아이가 며칠 전부터 꿈에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 200년 가까이 지난 것 같은데 그날부터 볼 수가 없었다. 몇 십 년간 꾼 꿈이라 그런지 꿈속의 아이가 몇 번 본 적 없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보다 더 걱정이 되었다. 암흑으로 뒤덮인 집에서 꾼 꿈이 오래간 굳어있던 외로움을 상기시켰다. 한참을 생각해 보아도 혼자 외로움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가만히 누워 빨간 머리 아이를 생각하고 있자 커튼 사이로 조금씩 들어오던 빛이 갑자기 사라졌다. 커튼을 조금 치우자 달이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개기일식인가…’ 밤에는 빨간 머리 아이가 꿈에 나오지 않을까 많은 시간 잠을 자느라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개기 일식으로 인해 낮에 태양이 가려지자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은 웅성웅성 거렸다. “저 집에 사람이 살았던가.?”라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뱀파이어다! 저 괴물!”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나도 몰랐었다. 그제야 송곳니를 만져보자 뾰족해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조금 아팠지만, 나는 피가 아닌 다른 음식에 거부반응이 없었는데…피를 먹지 않았는데도 살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 보듯이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놓고선 잠이 들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그날 꿈에서 빨간 머리 아이가 나왔다.

“오랜만이야.” 빨간 머리 아이는 내게 간단한 안부를 건넸다. 200년 가까운 시간에도 자라지 않은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아이의 시야에 맞춰서 쪼그려 앉아서 눈을 맞추었다. “아직도 많이 작네…” 내 말에 아이는 씩 웃었다. “이건 그냥 내가 너랑 만나려고 만든 껍데기야”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아이는 내 이름을 계속해 불렀다. “클레오메, 클레오메 정신 차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이름. “껍데기 면 본체는 어디 있는 거야.?” 내 말에 아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해 보였다. “언젠가 현실 세계에서 클레오메를 만나러 갈 거야” 애매하게 주제를 바꿔서 둘러대는 듯싶었지만 따져가며 물을 정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클레오메, 난 그림자야 너의 낮잠 속에도 나올 수 없어.” 아이는 정말 저 모습이 껍데기가 맞는 건지 체구에 비해 말과 행동이 성숙해 보였다. "네가 그냥 가끔씩 꿈에 나와도 괜찮아…” 내 말에 뜸을 들이더니 아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클레오메 뭣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말고” 아이가 내 이마에 입술을 한 번 맞추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야.”

별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훌쩍 지나가서는 잠을 깨워 지난날의 외로움을 다 채우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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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6 16:07 | 조회 : 705 목록
작가의 말
에잇췌

처음으로 쓴 웹소설인지라 필력이 딸립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지적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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