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깊은 곳, 조그만 구멍이 뚫렸는지 달빛이 새어 들어와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소녀의 눈을 부드럽게 쓸고 지나간다.
그 달빛이 눈이 부셨는지 뒤척거리던 소녀는 눈을 뜬다. 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지? 윽! 머리가 너무 아파."
소녀가 머리를 잡으며 일어났다. 달빛은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 사라져 어둠밖에 남지 않았다.
"으... 내가 누구지...? 왜 여기 있는 거야... 일단 둘러 봐야겠다."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옮기자 벽에 붙어 있던 횃불들이 환영한다는 듯 불이 켜지며 소녀를 인도했다.
"이쪽으로 가라는 건가? 정말 이상하네, 저쪽 같은데..."
횃불을 따라가자 어느덧 두 갈래 길. 횃불은 왼쪽으로 인도 했지만 소녀는 어쩐지 오른쪽이 길인 것 같았다.
결국 자신의 의견과 횃불의 인도 둘 다 선택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기만 했다.
"왜 난 이쪽이 길인 것 같지? 처음 온 곳 인데..."
"그럼 우리도 같이 고민해줄까?"
소녀가 머리를 부여 잡은 채 고민을 하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가 뒤 돌아 본 곳엔 장난이 많아 보이는 여인과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여인이 서 있었다.
"왜 그래? 뭐 귀신이라도 봤어?"
"... 너희들은 누구야? 분명 뒤쪽은 길이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거야?"
"...~"
소녀가 질문을 하자 장난이 많아 보이는 여성은 팔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안녕, 난 웰이야. 성은 없고 내 옆에 있는 여인은 오델리아, 차가운 친구지."
"... 안녕하십니까."
소녀의 질문을 무시한 건지 회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자기소개를 하며 해맑게 웃었다.
"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편한 대로 불러줘."
소녀의 말이 끝나자 장난기 많아 보이던 여성은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그럼, 네 이름을 셀리나로 하자."
"!... 그래, 내 이름은 셀리나야. 잘 부탁할게."
웰은 싱긋 웃으며 장난 같은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 뒤를 이어 오델리아가 인사를 했다.
"나도 잘 부탁할게요, 셀리나~?"
"잘 부탁 드립니다."
웰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글 돌더니 오른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감이 말했어, 오른쪽이 길이야! 어서 가자~!"
웰은 오델리아와 셀리나의 손을 잡아 끌어당기며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알고 있던 사람처럼 당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