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황사)

"후궁을 들일것입니다."

황제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나라의 태양을 앞에두고 저들끼리 소란스럽게 쑥덕이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기에 황제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음, 이미 알고계신분들 치곤 반응이 과하군요. 이미 소문이 허다하게 퍼진 걸로 아는데."

황제가 웃었다. 꾸며내지 않은 그 눈웃음은 홀릴듯이 아름다웠으나 대신들은 그의 웃음에 두려움에 떨었다. 이미 그의 진심어린 웃음을 한번 보았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 속에 담긴 저의를 알아채지 못한, 아니. 일전에 상황을 보지못한 이는 이 안에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게 무슨..!! 황제가 남색인것을 만천하에 알리고싶으신겁니까?!"

늙은 대신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소리쳤다.

그가 이리도 흥분하는 이유는.. 그래, 황제가 말한 바로 그 소문 때문이었다.

'황제가 남색이다.'

출처도, 근거도 알수없는 위험하고 비밀스런 소문은 어느새 궁을 넘어 백성들에게까지 퍼지고있었다.

대신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침의 수가 늘어갈수록다른 신하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부끄러운줄 아십시오 폐하!!  위대하신 딜런 디베스 황제폐하께 송구하지도 않으십니까! 이래서 제대로 된 핏줄이 아닌 자가 황,"

"경."

잠자코 듣고있던 루시안의 입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와 달랐던 것은 루시안의 여상한 목소리에 담긴것이 순진무구한 어린 꼭두각시 황제가 아닌 서늘한, 황제의 위압적인 권위였다는 것에 있었다.

말이 막힌 늙은 대신의 얼굴이 붉어졌다 파래졌다를 반복했다. 핏줄이 선 두 눈이 습관적으로 의석의 중앙에 머물렀다.

있어야할 이가 없었다.

평소와 달라진 것은 제 아래로만 생각했던 어린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곧 그의 아둔한 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꼭두각시 황제, 그리고 제국의 실세.
실세는 사라졌고 황제는 달라졌다.

이것이 도출하는 결과는 아무리 멍청한 늙은 쥐라 할지라도 알아챌 수 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저 곱상한 황제에게 기어야한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함부로 제 목숨을 버리고싶지 않았다. 그것은 늙은 쥐도 매한가지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늦어있었다.

늙은 대신의 목에 서늘한 칼날이 느껴졌다.

"타국에서 돌아온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으니 모르는게 많겠군요, 경. 이해합니다."

루시안의 고저없는 목소리가 홀 안을 울렸다.
그의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기까지한 외모는
자애로운 천사같았으나
그는 이 나라의 군주요,
세상에 둘도 없을 폭군이었다.

"허나 우리 위대하신 경께서는 황제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것 같군."

늙은 쥐의 목이 잘리고,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더도 없이 깔끔한 절단면에 대신들은 감히 루시안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얼굴에 튀긴 피를 닦아낸 뒤 옷매무새를 정리한 황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태연히 자리로 돌아갔다.

"또 다른 의견이 있을까요?"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루시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파하겠습니다."


*


루시안의 사촌 동생.
딜런 디베스
그는 총명한 황자였고, 유일한 황제의 자손이며.
어진 황제가 될 황태자였다.

그런 딜런이 태어나자,
황제에게 자손이 없을 당시 차기 황제로 지명되었던 루시안의 권력은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한 권력은 루시안의 사촌동생인 딜런에게로 넘어갔다

미리 자신에게 줄을 서있던 신하들은 모두 등을 돌려 딜런에게 가 아부를떨며 굽신거렸고
매일 자신에게 오던 선물을 가장한 뇌물들은 뚝. 움직임을 멈추었으며
루시안이 받던 황실 교육또한 끝을 맷지 못한채 어린 자신의 동생에게서 이어졌다.

살의 루시안은 그런 동생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장난감을 뺏겨버린 것 같았다

루시안은 모든 방면에서 남달랐다.
또한 용감했고
자신이 옳다 믿는 일에 거침이없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야망에 차있었다.

루시안은
도둑으로 둔갑한 시건방진 애새끼를
자신이 처벌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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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1-30 06:58 | 조회 : 3,2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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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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