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Why

너무도 찬란한 삶이었다.

모든 것이 나의 발 아래에 있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는 나의 삶이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나머지 주변을 마주하지 못했다.

아니, 마주하지 않았다.

나의 인생에 어울리지 않는 어둠따위.

나의 오만이 적이 되어 나의 등을 찌를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다신 빛을 바라보지 않으리.

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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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번뜩 뜨자 보이는 것은 나의 초상화.

나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함께 화사한 웃음을 자아내는 초상화였다.

익숙하지만 익숙하면 안되는 풍경을 뒤로하고 나의 발치에 멀뚱히 서있는 거울을 들여보았다.

20살이라기엔 영락없는 몸뚱아리와 얼굴, 아마 거울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16살 가을이겠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의 방에 옮겨올 수 밖에 없던 소중한 거울이니.

어째서 지금일까.

과거로 돌아가려든 10년이든 20년이든 더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왜 하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일까.

왜 나에게 고통을 두 번이나 느끼게 하는 걸까.

소중한 이에게 배신당한 고통을 아는 걸까.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의 울음에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와 아무 말 없이 그저 품에 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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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1-21 21:39 | 조회 : 545 목록
작가의 말
모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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