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미안, 그게 내 매력인걸?

복잡하게 늘어져있는 상점가, 그 안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있는 내 모습은 눈꼴 사납기 짝이 없었다. 내 옆을 훑고 지나가는 마차와 귀족부인의 드레스 자락에 나는 몸을 격하게 흔들며 털어냈다.

"뭐야, 저 애새끼가!"

내가 몸을 격하게 터는 모습을 본 뚱뚱한 귀족이 버럭 화를 냈다. 아. 그가 소리지를 때마다 내게 튀는 침이 정말 더러웠다. 진짜 더러워.

내가 그의 질문이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자 내 배를 발로 찼다. 순식간에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입에서 소량의 피가 쏟아졌다. 아마도 넘어질 때, 혀를 씹어버려서 나는 피일 것이다. 그는 내가 입에서 피를 쏟자 순간 멈칫했다. 피에 젖은 손을 그의 바지 자락에 가져다대자 그가 다시 내 손을 발로 꾹 밟았다.

"아아악!"

비명이 쏟아졌고, 이목이 이쪽으로 끌려서 덕분에 귀족은 마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난 상점가를 빠져다가 한 빵집 앞에서 멈췄다.

"...저기...저 빵 좀 주세요."
"어서오세...허? 빵이요? 그쪽한테 드릴 빵은 없겠네요."
"돈도 가져왔어요. 80페니요." (한화 약 800원)

빵집 주인은 돈을 확 뺏어버리고는 딱딱하고 곳곳에 먼지 투성이인 빵 하나를 건넸다. 한숨을 푹 쉬고 뒤를 돌아 나가려는 순간,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쳐 넘어졌다. 위를 바라보니 딱 봐도 비싸보이는 옷을 입은 젊은 귀족이었다. 그 귀족은 작은 빵 하나를 사고는 빵집을 나가려 했다. 나는 급하게 그를 잡았다.

"저기... 몇 수만 주시면 안됄까요?"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날 내려다 보았다. 그러고는 자리에 쪼그려 앉고는 내 턱을 잡고 내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그의 푸른 눈은 생기는 없었지만 누군가를 홀리는 데에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돈을 줄 만 한 가치가 있다고 어떻게 느끼지?"
"..."

그는 일어나고는 팔짱을 낀 채 날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를 따라 일어나 그를 올려다보았다. 키 차이가 많이 나서 거의 노려본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는 그런 내 눈빛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요."
"네가 날? 그게 가능하다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죠."

난 그를 근처 공장에 데려갔다. 그 공장은 독성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한 마디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말만 독성 물질이지 인체엔 해를 끼치지 않는 물질이 가득했다. 공장 구석진 곳에 있는 탈의실에 들어가 공장 직원들이 입는 옷을 입고 그를 한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일종의 테라스 비슷한 개념의 구조물이었다. 아래는 화학물질을 담아두는 커다란 탱크가 있는.

"여기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보면 알아요,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요."

먼저,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끈을 푼 다음, 손가락에 꼈던 반지를 빼 그의 손에 꼈다.
짧은 머리카락이 내 목을 따끔거리게 만드는 이 느낌이, 난 너무 싫다. 까치발을 들어 그의 콧등에 짧게 키스한 후, 난간에 걸터 앉았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조금만 기다려봐."

*(남자의 시점)

5분 정도 기다리자 천장에서 두꺼운 로프 하나가 내려왔고, 그녀가 일어나 자신에게 로프가 가까이 오자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순간 놀라 난간 끝까지 발이 옮겨졌다. 떨어져 버린 줄 알았던 그녀는 로프에 매달린 채, 발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로프가 흔들리는데에 맞춰 탱크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탱크 뚜껑을 연 뒤, 화학물질 안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몇 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나오지 않은 지 3분 정도 지나자 그녀가 올라와 날 쳐다보았다.
그녀의 옷은 화학물질 때문에 거의 다 찢어지고 녹은 상태였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물들었다.

"이걸 보고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이번엔 3인칭 시점)

그러다 그녀가 십자가 모양으로 팔을 확 펼친 뒤, 뒤로 넘어질락 말락 하였다.

"얼른 올라와! 귀찮게하지 말고!"

그녀가 씨익 웃더니
제자리에서 두 번 정도 뛰더니 확 떨어졌다.

"...뭐야, 진짜 떨어진거야? 귀찮게 뭐하는 건지."

"...하 씨... 쟤는 왜 떨어져서..!"

그는 겉옷을 벗어던진 뒤, 그녀가 떨어진 탱크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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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4-11 15:37 | 조회 : 44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