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방문

그는 니콜라이 윌슨 후작이었다.

"니콜라이? 당신이 왜 여길 지나가는 거지?"

그는 푸른색의 정장 자켓을 벗어 내게 걸쳐주었다. 그는 쓰러져 있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난 뒤, 창고가 저택과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저택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아악!"

발이 삔 것 때문에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엔 무릎까지 다친 것 같았다. 드레스를 걷어 무릎을 확인하자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윌슨 후작은 온데간데 없고 배를 붙잡고 뒹굴고 있는 남자만이 있었다. 언제 남자에게 붙잡힐 지 몰라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드레스가 발에 걸려 넘어져도 툭 튀어나온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지나가던 사람들과 나무에 부딪혀도 미친듯이 뛰어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에 도착하자 마자 드레스 안 주머니에 있는 열쇠를 꺼내 문을 곧바로 잠가버렸다. 그 자리에서 쓰러지자 어느새 저택에 와 있던 하녀들이 놀라 날 부축했다. 어머니도 놀라셔서는 얼음물을 유리 그릇에 담아 그 물을 수건에 적셔 내 이마에 올려주시는 등으로 날 챙겨주셨다. 한 동안은 작게 나는 소리에도 크게 반응하여 하녀들과 부모님의 걱정을 샀다.

"...리아첼, 물 한 잔만 가져다 주겠니? 얼음물로 말이야."
"네, 아가씨 휴식을 취하세요."

리아첼이 물을 가지러 나가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고요한 숲 속에서 오늘도 윌슨 후작이 내가 있는 방의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숲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래도 그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리아첼이 방에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날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녀는 내가 정말 걱정이라도 되는지 어쩔 줄 몰라했다.

''''돈이나 받고 일하는 거면서 걱정되는 척은, 귀찮게...''''

그녀는 날 쳐다보다가 내게 조심스레 말하였다.

"공녀님, 지금 이럴 때에 염치 없을 지 모르겠지만... 혹시 몇십 파운드만 빌려주실 수 있으시나요?"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그러지?"
"아... 부모님께서 전염병에 걸리셨다고 하셔서요. 그런데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서..."
"뭐 빌려줄 수야 있다만은... 전염병?"
"네, 최근 빈민가에서 전염병이 유행 중이라 하다라고요. 저희 부모님께서 빈민가 근처에 사셔서 전염병에 걸리신 거 같아요."
"그렇군, 알겠네. 돈은 지금 바로 주진 못하고, 한... 내일 모레 정도에 주겠네. 마 하나 정도 빌려줄테니 무리하지 말고 다녀오게."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내 옆에 얼음이 들어간 물을 놓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

그녀는 빈민가 근처 술집에 살고 있었다. 술집의 이름은 ''''에뜨왈'''' 이었다.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술집이었다. 겉 외관 상으로는. 술집 안으로 들어가자 지독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곳엔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해봤자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희희덕 대고 있었다. 보자마자 인상이 찡그려 졌지만 내치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를 보자 성인잡지를 읽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카운터 탁자에 놓인 작은 종을 울리자 여자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녀는 역시 카밀라였다. 그녀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고 짧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전에 봤던 연한 화장이 아닌 진한 화장을 하고 있기도 했다.

"오... 정말 왔네요? 하루 만에."

그녀는 기분 나쁘게 피식 웃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잡지를 탁자에 올려놓고는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녀가 가는 곳을 따라가자 방 하나가 나왔다. 방에는 침대 하나와 의자와 책상, 서랍 하나가 있었다. 그녀가 침대에 걸터 앉고는 다리를 꼬았다. 그녀 앞에 서자 그녀는 조금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뭐야, 하려고 온 거 아니었어요?"
"뭘?"
"그거요, 그거."
"아, 전혀 아닌데?"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려고 온 거 아니면 왜 온거냐, 내가 술집에 있다는 데 그것도 모르냐면서 궁시렁 거렸다.

의자를 끌고 와 그녀 앞에 앉자 그녀도 다시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녀는 아직도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 하고 있었다.

"나는 너처럼 새파랗게 어린 애랑 할 생각 없어."
"뭐요? 또 그 말이네, 그거 하는데 나이가 그렇게 중요해요?"
"당연하지, 난 어린애를 겁탈한 남자로 불리고 싶지 않거든."
"허... 그럼 왜 온 거에요?"
"그냥, 너가 술집에서 일한다길래 술이나 먹자 하고 왔지."
"그저 술만? 정말로?"
"어, 정말로."

그녀는 화가 난 것처럼 하이힐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며 방을 나가 와인 한 병과 와인 잔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마셔도 되는 거야? 너 10대 아니었어?"
"뭐래, 저 22살 이에요."
"아, 그래? 난 10대인 줄 알았네."
"제가 10대면 여기서 일하고 있겠냐고요."
"뭐, 그렇지."
"...나 말 놔도 돼요?"
"맘대로 해."
"알겠어! 자, 내가 술 따라 줄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다?"

그녀는 침대 옆에 있던 작은 탁자 하나를 끌어와 나와 그녀 사이에 놓았다. 그녀는 그 위에 와인과 와인 잔을 올려놓고 와인 잔에 와인을 따랐다. 와인 잔을 서로 부딪치고 목 구멍에 와인을 들이키자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기분이 났는지 위스키 하나를 꺼내왔다.

"뭐야, 위스키? 너 그러다 취한다?"
"에이, 그럴리가~"
"너 지금도 취한 거 같아."
"지는..."

그녀가 위스키 병을 따자 그 뒤의 기억이 끊긴 것처럼 나지 않았다.

...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마시고 마셨던 기억은 난다. 이러니까 이러고 있겠지..

"하... 씨...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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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4-15 21:28 | 조회 : 57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