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더러운 가래 침과 깜빡이는 가로등 조명이 비추는 곳. 이곳이 하연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번쩍번쩍한 조명까지 더해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지옥이었다.

청력을 멀게 하는 노랫소리와 시각을 멀게 하는 화려한 조명. 모두 눈과 귀를 가린 역겨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하연은 미간을 좁힌 채 나름대로 시야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가 찾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자신과 오늘 섹스를 해 줄 남자였다.

잔뜩 술에 취해 위태롭게 술병을 들고 몸을 흔드는 남자들을 부담스러울 만치 빤히 바라보았다. 가벼운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셔츠를 빼 입은 놈도 여럿 보였지만 모두 눈에 차지는 않았다.

애초에 하연의 눈에 '그 사람'보다 완벽하게 보일 사람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럼에도 하연은 눈에 불을 켜고 오늘 하루 자신을 상대해 줄 남자를 찾았다. 다행히도 몇 분 있지 않아 온더록스 잔을 든 시원한 인상의 남자와 시선이 맞을 수 있었다. 그는 빤히 턱을 괴고 앉은 하연과 눈이 맞자마자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 하연에게로 걸음을 옮겨 왔다.

그는 라운지를 배회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차분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인상의 남자였다.

"혼자 왔나 봐?"

다짜고짜 반말을 뱉은 남자는 역시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동작으로 바에 몸을 기대왔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에 관한 감상은 '재수 없음'이었지만, 그의 재수 없음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 주었다.

"예."

무언의 긍정을 담아 고개를 움직이며 눈빛을 보내자 남자가 살짝 흥미롭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음, 피곤해 보이는데."
"조금."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자 남자가 감출 생각도 없이 대놓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럼 나갈까?"

문가로 고갯짓하며 묻는 남자의 모습이 아까보다 한 층 더 재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미간을 구기면서도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말인 탓에 차마 거절의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작게 혀를 차며 답도 없이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남자의 흥미로운 시선이 저를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뭡니까?"

한 발 몸을 빼냈음에도 따라 나설 생각 없이 바에 기댄 남자를 돌아보며 묻자 그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도 안 물어보고 그냥 나가는 거야?"
"……."

뚱하니 바라보자 바에 꼿꼿하게 버티고 선 남자가 빙글거리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모습에서 보이는 절대 나갈 생각이 없다는 의지에 결국, 약한 한숨과 함께 입이 열렸다.

"이름이 뭔데요?"
"채도한. 네 이름은?"
"하연."
"하연? 외자?"

끄덕.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자 남자가 시원스러운 입매를 씨익 들며 웃어 보였다.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린 그는 그제야 잔을 내려놓고 바에서 몸을 떼어냈다. 자연스럽게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바짝 다가선 그가 고개를 바짝 기울여 왔다.

"그럼 진짜 갈까?"

남자의 빙글대는 태도는 신경을 거슬르는 것이었지만, 하연은 그냥 말없이 짧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묵직하게 가라앉은 눈밑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하연의 머릿속에는 이제 어서 진탕 몸을 섞고 한숨 푹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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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4-04 01:14 | 조회 : 785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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