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볼 만 한데

그녀와 그녀의 오빠 뒤에서 좀 더 걷자 헤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더 크고 화려한 곳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줄이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그래서 10명은 되어 보였다. 안도 슬쩍 보자 기다리고 잇는 사람만 해도 10명은 족히 되어보였다. 스타일링 받고 있는 사람이 10명이니 적어도 30명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너무 줄이 길지 않아?"
"그래도 이 근처에선 여기가 제일 좋아, 동네 미용실 가서 머리 잘못 자르면 안돼잖아."
"뭐... 그렇지."

1시간을 넘게 기다려 다리가 아파 저려올 때 즈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여러 번 와본 듯 익숙하게 담당 쌤을 부르고는 네일 아트를 할 수 있는 곳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네일 아트를 하고 있었다.

"혹시 첫 방문이신가요?"

한 남자 직원이 내게 물어봤다.

"아, 네."
"그럼 고객님 머리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여자 헤어 스타일링은 여자 헤어 디자이너가, 남자 헤어 스타일링은 남자 헤어 디자이너가 합니다. 문제 없으시죠?"
"네."
"남자 헤어 스타일링룸은 이제 막 3자리 비었습니다. 지금 바로 하실래요?"
"네, 좋죠."

그를 따라 가자 그는 날 의자에 앉히고 여러가지를 물어봤다.

"음료는 어떤 걸로 드시련지요?"
"그냥 커피로 주세요."
"네, 그럼 어떤 스타일로 하실 지 결정 하시고 오셨나요?"
"아니요."
"아, 그럼 저희가 추천해드려도 될까요?"
"네."
"그럼 요즘 남자 헤어로 유행하는 시스루펌은 어떤가요?"
"시스루펌이요? 음... 네."

그는 커피를 한 잔 내고는 옆에 스프레이, 고데기, 커트용 가위등이 들어있는 카트를 끌고 와 내 머리를 점검헸다. 앞머리를 거둬보기도 하고 약간 말아 올려보기도 했다. 그 짓을 5분 정도 한 뒤, 드디어 내 머리를 잘라주었다. 커트를 하고 펌을 넣고 드라이를 하고 고데기를 하다보니 벌써 30분 정도가 훌쩍 지나있었다.

"자, 다 끝났습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머리가 잘 정돈된 내 모습이 보였다.

"오, 잘된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건 제 명함인데 다음에 방문하시면 꼭 저 불러주세요!"
"네."

어처피 다음엔 방문할 생각이 없다 생각하긴 했지만 꽤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던 터라 다음에 시간이 되면 방문을 해보겠다 생각했다.

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돌아왔다. 원래 길었던 머리는 짧게 칼단발로 자르고 앞머리도 내렸다. 머리 또한 갈색으로 염색했다.

"응? 왜 염색했어?"
"아... 우리 학교가 염색이 갈색이랑 검정색 말고는 안되더라고, 그래서 갈색으로 염색했어."
"원래 머리색이 그런 거면 괜찮을텐데."
"그래도 이거 땜에 계속 선도부한테 얘기해주고 하는 건 너무 힘들잖아."
"뭐... 너가 그렇다면야."
"어때? 잘 어울려?"
"응, 잘 어울린다. 근데, 요즘 이세리네 애들이랑 다니는거야?”
“응? 응, 애들이 잘 대해줘ㅎㅎ”
“아…”

이세리, 이세리는 1학년 애들 중에서도 잘 나가는 무리 애 중 그 무리의 실세다. 그 애는 아버지가 성형외과 의사이고 어머니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미친 재력과 집안에 예쁜 외모,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 무리의 두 번째 실세는 강채영이다. 강채영은 세리처럼 부모님이 둘 다 유명한 배우와 소프라노였다. 어머니가 소프라노인 탓에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르고 연기도 어느 정도 잘 했다. 물론 외모도 출중했고, 키도 170 조금 안 됐다.
남은 2명은 김주혜와 황민주였는데 김주혜는 부모님이 크게 사업을 하시고 외모는 다른 애들은 청순하거나 귀엽게 생긴 거에 반해 성숙하게 생겼었다.
황민주는 예쁘게 생기진 않았지만 전교 1등에 역시나 부모님이 IT회사 사장이여서 그 4명은 1학년을 비롯해 2, 3학년까지 쥐락펴락하는 애들이였다. 그런 애들 사이에 하엘이라니… 진짜 안 어울린다.

“걔네들이랑 꼭 친하게 지내야했어?”
“왜?”
“걔네… 위험한 애들이야. 특히 이세리. 걔는 진짜 위험해.”
“…”
“그리고 강채영이랑 김주혜는 그 무리에 새로운 애 들어오면 환영회라 합시고 그 애를 망가뜨려 놓기 마련이야. 그리고 황민주는…”
“그만해.”
“응?”
“너… 걔네가 어떤 애인지는 알아? 걔네 좋은 애들이야. 나한테도 좋은 말도 잘해주고 환영회도 정말 크게 해줬어. 애를 망가뜨려 놓긴 무슨…”

그녀는 화가 난 듯 쿵쿵거리며 스튜디오를 나갔다.

“뭐야, 너 뭐했냐?”

그녀의 오빠가 날 노려보며 말했다.

“아, 아니… 그게…”
“하…”

그녀의 오빠도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 내가 잘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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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8-01 17:05 | 조회 : 469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