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우리 집

도어락에 비밀 번호를 치고 문을 따 들어왔다.

"쨘! 여기가 우리 집이야!"

*세리 시점

평범할 줄 알았던 하엘이의 집은 생각보다 정말 화려했다. 외국 2000년대 하이틴 느낌이 물씬 나는 원룸은 정말 예뻤다. 조금 강한 핑크색의 벽지와 검은 바닥, 핑크색의 침대와 책상, 책장, 캐비닛, 화장품과 매니큐어들... 보라색의 조명, 액자, 의자, 소파, TV커버와 하얀색의 서랍과 수납장, 테이블, 주방용품들. 그리고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벽면을 가득 채운 퀸*로 살아남는 법 포스터와 클*리스 포스터, 그리고 그 영화들의 등장 인물들의 사진이었다.

"와... 진짜, 진짜 예쁘다..."
"그치? 내가 하이틴을 정말 좋아해서..."

하엘이는 테이블 위에 검은색 천을 깔고 마라탕을 올렸다. 그리고 조명을 켜자 핑크색 조명이 나왔다가 다시 하얀색 조명이 나왔다.

"편한 옷 줄까?"
"응? 어... 그래주면 고맙지."
"그래, 반팔에 반바지 괜찮아?"
"어, 당연하지."

하엘이에게 옷을 받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안은 밖에 비해서 굉장히 새하얬다. 물 때 하나 없는 화장실의 모습. 그리고 욕조 옆 보관함에 있는 보라색의 입욕제와 핑크색의 샴푸, 린스, 바디워시, 스크럽들.

''''화장실에서도 핑크색과 보라색은 포기 못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튀어 나왔다. 얘 생각보다 귀엽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마라탕을 먹을 준비를 마친 하엘이가 음료수를 고르고 있었다.

"세리야! 코*콜라랑 스*라이트 중에 골라, 어떤 거?"
"스*라이트! 너는?"
"음... 난 그럼 코* 마실래."

영화를 고르던 중 퀸*로 살아남는 법이 눈에 띄었다.

"우리 퀸*로 살아남는 법 볼래? 너가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니까..."
"응? 그럴까? 넌 괜찮아?"
"응, 나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같이 보자!"
"오키!"

하엘이는 능숙하게 영화를 틀고는 등장인물이 한 명 씩 나올 때 마다 그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작게 말하거나 등장인물의 리액션을 작게 따라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고 전화가 오는 휴대폰을 집어 잠시 화장실로 들어왔다.

엄마

별로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알기에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세리야, 너 지금 어디니?"
"지금?"
"어."
"..."

뭐라 말하지... 또 친구 집에 왔다 하면 뭐라 할 거 같은데.

"지금 스터디 카페야."
"그럼 지금 막 들리는 소리는 뭐고?"
"당연히 사람들 소리지. 여기 나 혼자 공부해, 엄마?"
"...또 친구 집에서 마라탕 같은 거 먹고 있는 거 아니지?"

순간 뜨끔 했다.

"당연히 아니지. 엄마, 나 이제 자기 관리 해야 하잖아."
"그래, 먹는 것 좀 적게 먹고, 자기 전에 팩 꼭 하고, 그리고 공부할 때도 꼭 웃으면서 해. 넌 얼굴이 너무 죽상인 게 문제야. 그리고..."
"알겠어. 끊을게."
"...그래, 집에 얼른 들어와라."
"응."

전화를 끊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런 답답해지는 기분이 너무 싫다.

나도 확 자취나 해 버려? 하엘이 처럼?

집에 들어가면 보일 옆에 여자를 끼고 있을 아버지와 그걸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인*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계실 엄마. 또 술 마시고 개가 되어 있을 오빠까지... 상상하기도 싫다. 우리 집에서 나만 정상이니까... 내가 잘해야지 뭐 어쩌겠어...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아니, 괜찮아. 근데 왤케 길어졌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어, 엄마랑 얘기하다 보니 길어져서..."
"그래? 아, 나 다음에 너희 집 가봐도 되나?"
"응? 갑자기?"
"어, 나 친구 집 가보는 게 소원이라... 사실 나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려서..."
"그래..? 음... 내가 너 초대할 수 있으면... 불러볼게."
"정말? 고마워!"

하엘이가 베시시 웃었다.

저런 표정을 지으면 못 오게 할 수 가 없는데…

“아, 생각해 봤는데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어? 정말? 나야 좋지.”

하엘이에게 조심스레 제안해봤다. 그 ㅈ같은 집구석에 하엘이라는 애가 한 명 있다면 좀 분위기가 환기되지 않을까 싶다.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오빠가 또 하엘이에게 작업을 칠 거 같긴 한데…

“하엘아, 그 우리 집에 오면 우리 오빠가 너한테 막 작업치고 그럴 수 있는데 그냥 듣지 마. 알겠지? 그 놈.. 정상 아니거든.”
“응, 알겠어!”

오늘만이라도 집에 아버지가 안 계시면 좋겠는데…

#하이틴 #로맨스 #학원 로맨스 #인소_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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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9-22 19:20 | 조회 : 38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