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세리의 비밀 (1)

"저 왔어요."

조심스레 들어간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 엄마와 아빠는 없어도 오빠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하엘아, 들어와."
"우와! 여기가 너희 집이야..? 진짜 크다!"
"어? 어ㅎㅎ 난 그래도 네 집이 더 마음에 드는 걸?"
"에이~ 너희 집이 훨씬 크고 예쁜데... 나 네 방 가봐도 돼?"
"당연하지, 내 방은 저기 복도 끝이야. 난 마실 것 좀 가지고 갈게. 먼저 가 있어."
"응! 얼른 와!"

*하엘 시점

우와... 세리 집이 부자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부자일 줄이야...
세리의 집은 하얀 대리석 바닥과 벽에 검은색 탁자와 의자,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진짜... 진짜 예쁘잖아!

세리가 말해준 말에 따라 복도 끝 방에 들어갔다. 세리의 방은 거실과 비슷하게 블랙 앤 화이트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창문 한 켠에 놓여있는 화분에 심어진 장미가 시들어 있었다.

화분 옆에 있는 물병에 놓여진 물을 화분에 가득 따랐다. 그러자 화분 아래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

재빨리 휴지를 3장 뽑아 작게 접어 화분 아래 두었다. 이제 물이 흐르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 앉아 세리의 방을 더 살펴보았다. 세리의 방은 뭐랄까... 되게 사람이 몇달은 살지 않은 방 같았다. 약간 너무 깨끗한 게 비인간적이랄까..? 하지만 시든 장미 하나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릴 때 세리인가?"

책상 위에 올려진 액자 하나가 보였다. 액자로 가까이 다가가자 누군가 막아섰다.

"하엘아!"
"어? 세리야!"

세리는 한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커피가 세리의 손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세리야! 너 안 뜨거워?"

나는 다시 휴지 한 장을 뽑아 세리의 손을 닦아주었다. 세리의 손은 뜨거운 커피 때문에 빨갛게 부어있었다. 액자의 일은 새까맣게 잊은 채로 세리의 손을 닦아주었다.

"저... 하엘아."
"응?"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다음에 집 구경 시켜줄게."
"그래? 알겠어. 손 부었으니까 흐르는 물에 손 두어야 해."
"응."

나는 가방을 메고 세리에게 손을 흔들며 집을 나왔다.

*

"하엘아, 화났어?"
"아니, 왜?"
"아니... 저번에 우리 미용실 갔을 때 화난 것 같아서..."
"이제 괜찮아, 네가 애들을 잘 몰라서 그런 거잖아. 맞지?"
"...응, 내가 잘 모르고 소문만 들어서, 네 말 들으니까 나쁜 애들은 아닌 것 같더라."
"그치, 아, 나 오늘은 같이 점심 못 먹을 거 같은데."
"괜찮아! 세리네랑 같이 먹으려고?"
"응, 다음에 같이 먹자!"
"어..."

하엘이는 이 말만 남겨두고 주혜한테로 갔다.

"하... 씨... 이러면 안돼는데..."
"뭘 그러면 안돼?"
"왁! 씨! 깜짝이야!"

갑자기 황민주가 말을 걸었다.

"뭐."
"아냐, 그냥 네가 그러면 안됀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황민주는 의문만 남겨두고 강채영에게로 갔다. 강채영과 황민주는 날 힐끔 쳐다보더니 킥킥 웃어댔다. 기분 나빠.

황민주와 강채영은 이세리네 무리에서 가장 친하다. 둘이 가장 성격이 닮은 탓도 있지만 둘 다 남 뒷담 까는 걸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둘은 여자애들 뒷담보다는 남자애들 뒷담을 까는 걸 더 좋아했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하엘이가 이세리네랑 멀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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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0-22 15:10 | 조회 : 377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