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세리의 비밀 (3)

"뭐야... 설마... 아닐 거야..."

조심스럽게 폰의 잠금을 풀었다.
부재 중 전화 5통과 99 개가 넘게 와 있는 카톡, 그리고 70개가 넘게 와 있는 디엠까지.

"제발, 제발"

카톡에 들어가자 보인 건

화연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ㅆ발! ㅆ발! 제발 안됀다고! ㅈ같은 거 ㅆㅂ!"

손이 땀에 젖고, 손이 덜덜 떨려왔다. 제발... 아니어야 한다고... 단톡방에 아직도 올라오고 있는

"정말?"
"진짜야, 저거?"
"헐ㅋㅋㅋㅋㅋ 개레전드!!"
"와 ㅈ됀다ㅋㅋㅋ"
"이세리 그런 애였어? 지 오빠한테 몸도 팔았다며?"
"헐 그건 더 ㅈ돼는데?"

같은 문장들... 이 문장들이 내 가슴을 들었다 놨다 했다. 머릿속에 사람들의 조롱 섞인 시선들과 경멸하는 눈빛이 훤히 보였다. 그 사람들은 날 한 가운데에 내팽겨두고 나에게 조롱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조롱, 비난, 경멸을 듣고 나니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귀가 멍이 든 것 마냥 찌릿찌릿했다. 사람들은 날 다시 일으켜 세워 한 가운데에서 춤을 추게 시켰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하지 않는다면 다시 앉혀진 채로 사람들의 경멸 섞인 시선과 함께 조롱을 들어야 할 테니까...

춤을 추려 발걸음을 떼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자 누군가 날 뒤에서 넘어뜨렸다. 난 우스꽝스럽게 넘어졌고 사람들은 내 위에 서서 날 짓밟고 무너뜨렸다. 무서워... 힘들잖아...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난 한 번도 내가 온실 속 화초 같은 여자아이고 명품만 걸치고 다니는 상처 하나 없는 도자기 같은 아이라 한 적 없어... 난 상처 투성이거든?

그걸 너희한테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제발... 그만해...

"아아아악!!!"

폰을 집어 던지고 침대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아, 하악! 하아!"

숨 쉬기가 어렵다. 심장에 돌 하나가 툭 떨어진 것 마냥 답답하고 갑갑하다. 아니라고, 아냐. 너희가 잘못 아는 거라고. 난 그냥... 그냥... 평범한 아이로만 살고 싶었다고. 제발 그만해...

그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하엘☆

"여, 여보세요..?"
"어? 이 시간에 안 자고 있었네... 혹시 화연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봤어..?"
"어? 어... 어... 봐, 봤어..."
"그래..? 아... 괜찮아?"
"..."
"걱정하지 마, 쟤네들이 너 질투해서 거짓말 하는 거야. 그러니까 상처 받지 말고... 푹 자고 내일 보자."
"응? 으응..."
"어, 그럼 이거 끊을게, 잘 자!"
"어... 너도..."

전화가 끊겼다.

"흐윽... 흐읍..."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는 걸까?

"흑, 끄윽! 흐으윽..."

옷 소매에 눈물을 닦으며 하염 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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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1-08 19:29 | 조회 : 349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