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세리의 비밀 (10)

(이번 화에는 보기 역겨운 부분이 있습니다. 주의하며 읽어주세요.)

"그냥 오빠 마음대로 할게."

그 말을 듣고 머리 속에 스친 생각은 좆됐다. 라는 생각 뿐 이였다.

오빠는 내 마이를 벗기고 내 넥타이를 확 풀어버렸다.

불쾌해, 싫어, 하지 마, 제발 기분 좆같으니까 하지 말라고...

"하엘아, 가만히 있어."

내가 조금씩 움직이자 오빠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오빠는 차가운 말투로 내게 경고했다. 네가 하는 짓이 좆같아서 피하는 건데 가만히 있으라니... 진짜 불쾌하고 역겹다. 오빠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내 입술을 매만졌다.

제발 하지 마, 기분 더럽다고...

*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오빠가 내 손을 잡고 내게 입술을 맞췄던 기억까지는 났다. 그런데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일어나보니 나는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침대 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누웠었던 흔적은 없다. 옷도 셔츠와 치마, 체육복 바지까지 다 제대로 입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방 밖을 나가자 오빠가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우윽..."

역겨워. 나한테 그딴 짓을 해 놓고 태연하게 라면 끓이고 있는 거야?

"뭐야, 너 언제 들어왔어? 들어왔으면 들어왔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무슨 소리에요? 나 들어오자 마자 오빠랑 얘기했는데..."
"뭔 소리야... 나 방금 들어왔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에요?"
"나 술 마셨어, 그래서 해장 하려고 라면 끓이는 건데 무슨 소리야..."

어,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진한 술 냄새가 났다. 그리고 오빠의 다리도 멀쩡해 보이고 얼굴도 깨끗했다. 술이야 집에서 마셔 놓고 거짓말을 칠 수 있지만 얼굴에 있던 멍이 몇 시간 만에 사라질 일은 없다.

"아... 착각했나 봐요. 죄송해요."
"...그래, 들어가서 좀 쉬어. 너 꼴이 말이 아니다."
"네."

뭐야, 대체 뭔데..? 설마 내가 꿈이라도 꾼 건가? 그럴 리가... 그럼 내 넥타이랑 마이는 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건데..? 분명 거실에 나갔을 때 소파 아래에 내 넥타이와 마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말도 안돼...

대체 뭔데... 쟤는 또 왜 저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데? 아... 평소에도 그렇긴 했지... 날 팰 때나 그딴 행동할 때만 아니면 상냥한 편이긴 했어. 아니지, 근데 평소에 상냥하게 대해도 결국 그냥 범죄자인 거라고!

침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머리가 아파 정신이 없다 보니 결국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

툭--

정신을 차리자 보이는 모습은 새하얀 집의 천장, 그리고 옆에 누워있는 오빠...였다.

"...하."

역시, 꿈이었구나. 오빠가 그딴 짓을 안 할 리가 없지. 오빠라면... 하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래... 너무 행복 회로를 돌린 거야.

익숙하게 일어나 옷가지를 챙겼다. 이딴 행동이 익숙해진 내 모습이 진짜 역겨웠다.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와 마이, 양말 등을 챙겨 일어났다.

"아."
"하엘아, 깼어?"

어느새 일어난 오빠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빠는 기분 나쁘게 내 어깨를 쓰다듬고는 자신의 옷가지도 챙겼다. 오빠는 옷가지를 챙기고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방에 들어갔다.

"...씨발."

조용히 욕을 하고는 선반의 물티슈를 뽑아 이마를 벅벅 닦았다. 좆같은 기분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다. 기분 나쁘다. 역겨워서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솔직히 그 전에 했던 행동에 비하면 이 정도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전엔 나도 정신을 놓고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이번엔 내가 반항도 할 수 있었고 피할 수도 있었지만 피하지 못했던 부분 때문에

훨씬 역겨웠다.

"..."

와이셔츠를 다시 입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우윽... 우읍..."

진짜 죽을 것만 같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취급을 평생 받으면서 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더 낫다. 사람들은 아니, 반항을 할 순 없었다고 해도 싫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건 너도 즐긴 거 아니냐 라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싫다고 하고 그 사람을 쳐내려 해도... 그 사람은 피로 이어진 혈연이라 쉽게 쳐내지 못한다. 평생 같이 알고 살아야 할 것이고... 그리고 경찰에 증거를 모아 신고한다 해도 경찰 분들은 이런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냥 그저 그런 가족 간의 불화 정도로만 안다. 그래서 그냥 가족끼리 해결하라고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신고까지 했으면 가족들이 날 대하는 게 조금은 조심스러워 졌을 거라고?

내가 설마 신고도 안 해봤을 까봐? 당연히 해봤으니까 이렇게 잘 알겠지. 내가 처음으로 경찰에 증거를 가지고 신고하러 갔을 때, 경찰은 날 믿지 않았다. 겨우 12살 짜리가 부모의 훈육 정도를 학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본 아버지와 오빠의 반응은 상반 되었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시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정말 아무 반응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오빠는 돌아오자마자 다시 날 팼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가족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하엘아, 오빠는 너한테 실망했어. 오빠는 하엘이를 그 만큼 아껴서 하엘이가 밖에서 버릇 없이 행동해서 무시 당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응?"
"..."
"그런데... 오빠는 하엘이한테 정말 실망했어. 오빠가 하엘이한테 보여준 정성이 제대로 하엘이한테는 전달 되지 않은 것 같네. 하엘아~ 더 이상 그런 짓 하면 안돼~? 알겠지? 우리 하엘이가 이런 짓 하면 밖에서 욕 먹어. 하엘이는 가족도 배신하는 천하의 나쁜 년 취급 받는 거야. 그러면 하엘이도 속상하겠지? 그러니까 하지 말자."
"네..."
"자, 손 걸고 약속~"
"..."
"...약속."
"야, 약속..!"
"옳지, 착하지. 우리 하엘이."

오빠는 날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진짜인 줄 알았다.

오빠는 내가 커갈 수록 날 그저 팰 수 있는 샌드백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렇게만 봐주면 오히려 좋으련만... 오빠는 날 성적으로 까지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오빠가 너무 무서워졌다. 솔직히 맞는 건 상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서 이미 익숙했고 적응 되었다. 하지만 날 성적으로 본다는 건 정말 너무 무서웠다.

처음엔 그저 오빠는 스킨쉽을 늘려가기만 하였다. 그때는 겨우 15살 이였어서 드디어 오빠가 날 여동생으로 대해주는 구나! 날 예뻐해 주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빠의 수위는 점점 세졌다. 그러다가 평소처럼 오빠에게 쳐맞다가 오빠는 날 성폭행... 하였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날 뭐라고 할까..? 분명 날 욕할 것이다. 네가 오빠한테 보여주고 다녔나 보지. 이런 식으로...

그런 모습을 보일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버렸다.

아직도... 난 겁쟁이에 이기주의자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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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22 01:40 | 조회 : 29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