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너랑 오늘 전화를 하면서 느꼈어. 우리 사이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이가 아니더라. 나는 너랑 같이 손잡는 상상을 하고 너랑 같이 테마파크에 가는 상상도 했는데 너는 아니더라. 네가 나한테 질투를 할 때 기분이 좋았어. 너랑 밤새 전화할 때 너무 즐거웠어. 너랑 잠깐이지만 장난처럼 손잡으면서 걸을 때 잠깐이나마 행복했어. 너에겐 그 모든 것이 장난인 줄은 전혀 몰랐어. 또... 또, 나만 진심이었구나...


내 진심 때문에 너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괜히 좋은 분위기 내가 진지해져서 미안해. 과분하게 행동해서 미안해. 너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서 미안해. 너한테는 나는 그냥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는 너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생각했어.


너한테 의지를 많이 했어. 내가 힘들 때마다 내 옆에는 항상 네가 있었고 내가 칭얼대며 기댈 때 언제든지 토닥여줬어. 네가 나랑 연락할 때 하루에 한 번은 꼭 하트가 붙은 이모티콘을 보내줬어. 너는 내가 예쁘다 해줬고 귀엽다 해줬어. 내가 편하다 했고 나랑 연락을 오래 하고 싶다 했어. 그래서 나랑 같은 마음인 줄 알았어.


오늘 너한테 온 전화는 너한테 잘될 수도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얘기더라. 아직은 확신이 없다 했지만 만약에 사귀게 된다면 나한테 말해준다 했어. 내가 아무 말 없더니 왜 아무런 말이 없냐 물었지? 나는 그냥 웃었어. 울음을 삼키면서. 입은 웃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자꾸 흐르더라. 너한테 들킬까 봐 숨을 들이마시지도 못했어.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다음에 시간 될 때 놀러 가자고 말하더라. 차라리 나를 차단하면 안 될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같이 놀러 가자고 하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나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이 많아서 사람이 너무 좋은데, 그래서 내 모든 것을 다 퍼부어주는데, 그만큼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잖아. 너는 그때 분명 나한테 내가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해주겠다 했잖아. 근데 나는 또 나 혼자 정이 많아서 나 혼자 너를 좋아했고 나 혼자 너와 썸을 탔고,...


이젠 나 혼자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나버려서 상처 입고 있어. 눈물이 멈추질 않아. 네가 할 일이 있다며 전화를 끊었을 때, 펑펑 울었어.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못한 채로. 나 이제 네 연락 못 볼 것 같아. 너한테 연락이 오면 접고 싶은 이 마음이 다시 커질 것 같아. 내가 너를 차단하기 전에 네가 나를 차단해주면 안 될까? 너를 차단하는 일마저도 정이 많아서 끊질 못하겠어. 그냥 나한테 애인이 생겼으니 그만 연락하자, 네가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연락하자, 우리 그냥 연락하지 말자고 말해줘. 그리고 그 연락을 내가 볼 새도 없이 날 차단해줘. 그러면 그냥 난 하루, 이틀 울면서 너를 흘릴게.


나 이젠 못하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누군가에게 정을 주는 일. 누군가랑 사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가지는 것. 이젠 못하겠어. 하고 싶지 않아. 그만두고 싶어. 이러다가는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해도 부족한 마음인데 나를 아껴줄 마음조차 남지 않을 것 같아. 내 마음 한 구석구석이 긁히고 있어. 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래. 정을 주지 않을래. 이젠... 이젠 사람한테 너무 지쳤어. 그니까 다시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헤집지 않도록 잠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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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9-20 21:50 | 조회 : 48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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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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