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즐거운 감금 생활

신이 신관이 있는 곳에 강림하는 건 정말로 희박한 가능성의 일이다.

그런데 카노스가, 제 발로 내가 며칠 동안 갇혀 있는 방에 나타나셨다.

아, 오해는 없길 바란다.

방에 붙어 있는 화장실이랑 주방에서 잘 먹고 잘 싸고 있으니까.

그는 갑자기 나타나서는 날 빤히 쳐다보다 또 가버린다.

근데 운수가 안 좋은 날에는 이런 상황이 생긴다.

"나 너 어깨 좀 빌리자."

"..네?"

그리고 대답도 안 듣고 처음 만난 날 처럼 목을 깨문다.

하필 문장이 생겨서 살짝씩 따가운 부위를.

"윽."

근데 그런 반응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변했다.

"어깨 좀 줘봐."

"내가 왜요."

대답 안 듣고 또 깨무는데.

난 한숨을 푹 내쉴 뿐이다.

그리고 카노스는 갑자기 냉미남에서 온미남으로 태세전환해서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

지가 내 신이라고 너무 기고만장해있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올 때마다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숙지하고 있는 주기도문을 읊어주었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너 너무 신앙심이 적어."

"어쩌라고요."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기어 올라도 생긋 웃기만 한다.

미운 정이 들어서 유해진 건지.

한국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라는 속담이 있드시 아크아돈에는 원수 새끼 무기 하나 더 만들어 준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카노스한테 나는 무기 왜 안 주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

"너는 내 딸이지 원수가 아니잖아."

딸.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말이던가.

씨발놈이 진짜...

그 말을 이 원수한테 들을 줄은 몰랐는데.

난 갑자기 어이 없음+울컥해서 마신의 앞에서 울고야 말았다.

카노스 그 원인제공자 새끼는 달래주지도 않고.

신계로 도망치는 그 새끼를 향한 저주 -아니 축복이었다, 카노스는 저주를 관장하는 신이었기 떄문에 바로 주제를 바꿨다- 겸 주신한테 하는 어필을 주저리주저리 퍼부었다.

"카노스 진짜 계속 못 소멸하고 신계에 남게 해주세요.
마신이니까 오래 살아야죠.
제가 주신은 안 믿었지만 딱, 지금 이 축복 내리는 데만 한번 주신 찬스 쓸게요.
주신님 힘으로 카노스가 악신소멸 못 시키게 해주세요.
제 평생을 바치겠습니다."

''귀여운 아이구나.''

"엥?"

''내 친히 그 소원 들어 주겠다.''

"혹시 주신?"

''영리한 아이야, 네 소원은 되돌릴 수 없을 거야.''

"뭐 괜찮아요.
심판관 중심의 정화진을 만들거나 오칼이 물의 방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그 원인인 카류안을 갱생시키면 되잖아요."

''…''

"..?"

''명심하거라 이계의 인격아, 운명은 나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어.
네 피땀눈물이 운명을 바꿀 거다.''

"어, 방탄 피땀눈물이요?
내 피땀눈물 내 마지막 춤을….."

''그거 아니다.
진짜 네 노력 말이다.
노력.''

"에이, 장난이었죠.
센스 없으시네.
근데 호칭은 왜 자꾸 바뀌는 건지.
귀여운 아이, 영리한 아이, 이계의 인격, 너.
되게 짜증나거든요?
그리고 난 네 창조물 아니니까 하대하지 마세요.
난 너를 만든 사람과 동등한 위치니까."

''흠흠.
그 말은 네가 나보다 더 서열이 높다는 거냐?''

"엄밀히 따지면 그렇죠."

''그래.
그럼 난 주신 파업하겠다.''

"그게 뭔 신박한 개소린지?
원래 가장 강한 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더 약한 자들이 노가다 하거든요?"

''뻔뻔하구나 아가야, 실제로는 그런 성격 아닌 듯 싶다만.
더 소심했지?''

"…"

''그럼 용건은 끝난 것 같으니 난 이만!''

"어..네에에에에-???"

주신은 내가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도망치듯 가버렸다.

아니 나랑 재이 왜 여기 데려다 논 건지 알려줘야지 주신 새끼각!!!

난 이를 갈면서 다시 만날 날 복수 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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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11-29 11:39 | 조회 : 163 목록
작가의 말

포스타입에 가보셨나요? 내일 나올 4화의 미리보기를 링크 걸어서 댓글에 올려 놨었는데. 만이들 찾아 오시고 댓글 달아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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