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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안대를 벗었다.
그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입을 뻐금거리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아-괜한 기대를 한 건가.
라고 생각하며 다시 안대를 쓰려는 순간.

[와아아!!!!]
[...?!]
[멋지다!!! 눈 되게 예뻐!!!]

역시 너는....
아. 봐 버렸다.
그래.
그때 내가 그것을 봐버렸어.

그만.
그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나는

그 아이 뒤에 있던.
'그것'을
봐버렸다.

나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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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정신을 잃은 것인가?

주위가 온통 까맣다.
그 끝...아니, 무한히 펼쳐진 어둠에 저것이 끝인지도 모르겠다.
저쪽에 있는 푸른 빛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누구?-
-나?-

빛이 다가온다.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

-누굴 것 같아?-

너무나도 밝은 빛에.
몸이 침식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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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냐?"

누구....아...강준혁이구나.

"응."

그러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어이, 그렇게 잘생긴 얼굴로 쳐다보면 부담스럽다고.
뭐...할 말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도 맞서 바라봐주었다.
그러니까 자신도 부담스러웠는지 먼저 시선을 피해버린다.
음.
뭔가 기분 좋다.
이겼다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뭘 그렇게 보는 거냐."
"아. 아니야."

그냥 너무 잘생겨서 본 듯한 느낌이 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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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아리날-
와아아......이건 자축이다.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내 동아리실로.
예측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동아리는...
심령부다.

아니 뭐, 심령부라 하더라도 하는 거 없으니까
딱! 나랑 맞기는 하지만.
사실 처음 목적은 이 불운한 인생을 고쳐보려고....
괜한 기대였다. 하하.

그래도 이 동아리실에 있으면 딱히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아아, 불운한 인생이라 뭐냐면.
그 뭐더냐....아, 맞다.
머피의 법칙? 그래 맞아. 그거.
머피보다는 내가 훨씬 잘 어울릴 듯하다.

이놈의 불운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내가 태어날 때부터 발동! 되었다 이거다.

태어날 때도 하필이면 반대로 나와서 엄청 고생했고...
그 후로도 온갖 사고들은 나에게 일어났다.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것.

...죽지 않은 게 다행이지, 정말.
진작 죽을 수 있던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간신히 목숨은 이어가고 있다는 말씀.

"여어-하준아!"
"어, 선배."
"왔냐?"

지금 내 머리를 웃으며 마구 헝클어뜨리는 이 선배라는 사람은 유찬영...선배이다.(선배 앞의 공백은 뭐냐:;)

보면 되게 다정하고 착한 선배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엄청 발랑까진 선배라는 것.
클럽은 물론이요, 그렇고 그런(///) 곳까지 마치 자신의 집처럼 들락거린다.
게다가 화나면 엄청 무섭다는 사실....

"늦었잖냐-"
"네 죄송합니다."
"어? 근데 너 안경은 어디다 두고 왔냐?"

지금 본 거냐. 눈치도 없네.

"작살나서."
"에에-"

라며 웃기 시작한다.
아주 좋아 죽으시네요 선배.

"그...그런 풋.."

이 선배, 보기와 달리 나와 인연이 꽤 질겨서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나의 불운을 잘 알고 있다.

"또 어쩌다가? 킄..."
"공에 맞아서 날라갔어요."
"푸하하하하하!!!"

선배고 뭐고 때려버리고 싶다.
어이, 그쪽 지금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맺혔거든?

"푸흐...야, 일로 와 봐랔-"
"왜요."
"우와아-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
"..."
"슬퍼-"

이 변태 자식아 니 행동 먼저 생각하세요.

"일로 와봐-"
"...왜....엑?!"

선배가 내가 다가가자 바로 팔을 잡고 당겨버렸다.
이.....

"오는 게 아니었어..."
"에에- 슬프다-"
"..."
"그렇게 보지마~ 잡아먹고 싶어지잖아?"
"...."
"와. 너 지금 진심으로 극혐이라는 표정이야."
"잘 아시네요."
"에엑, 상처-"
"놓으시죠"
"싫어- 야, 근데 너 안경 벗으니까 예쁘....아니, 잘생겼다, 야."
"놔. 이 변태 선배야."
"선배한테 무슨 말버릇이니? 심했다 와-"
"그만해 병신아."

오오, 구세주!
한울 선배다!

"선배!"
"게이짓은 집에 가서나 하렴, 찬영아 하하"
"응 껒."

신나게 엿을 날리는 두 선배.
...모른 척하고 싶다.

"야아... 하준아.. 어쩌다 저런 놈한테 걸려서.."

그러니까 말이죠. 하아..

"왜 지랄이야 한울아 하핳."
"응 뭐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거 알아?
저거 웃는 거 사실 다 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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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도 난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자고 있으니까.
다시 정정, 자려고 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유찬영이라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 있으니까.

언제 덮칠지 모른단 말이다!

응? 왜 남잔데 걱정하냐고?
저 선배 남자도 가능하다고 하길래.
음, 그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그래도 그 생각은 이미 잠에 져버린지 오래다. 하하.
잠이나 자자...


---


다시 시작된, 빨려들어갈 듯한 어둠.

그리고, 언제나 보이는 푸른, 그런데 검은 듯한 빛.


-넌, 누구야?-
-....-
-누군데 자꾸 이곳에 나타나는 거야?-
-우리는-
-?!-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너희는 누구야?

-우리는.............-
-....?!-

아니야, 그럴리 없어.

나는 그러지 않았어.

무슨 오해가 있는 거야.

-너 때문에......우리는...........해서.......-

아니야아니야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나는 너 때문에-
-죽어-
-너 때문에 이렇게-
-죽어버려-
-갚아줄 거야-
-너 때문에 모두가-
-너 때문이야-
-모든 건,-
-죽어줘-
-모든 건 너 때문이야.


아니야 내가 그러지 않았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건 내가 아니야
시끄러워.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
.
.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아아아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시끄러
아.
아아.
나....나는.....


---


"허억-"
"야아!! 괜찮아?"
"괜찮아?"

익숙한 천장의 모습.
아.
뭐였지.
꿈을 꿨는데....
생각이 나질 않아.

단지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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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2 23:55 | 조회 : 1,496 목록
작가의 말
Os

아, 이거 원래 키스신있었는데,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아 지웠....하하..((욕 먹을 듯 싶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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