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크헉! 크......이런 젠장.”


한 사내가 쓰러져있었다. 이제는 약간씩 흰머리가 돋아나기 시작한 머리숱과 잔주름이 많은 얼굴.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시체가 원통하다는 듯, 서슬 푸른 눈을 열고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시산혈해(屍山血海)라는 말은 분명 이런 상황 속에서 쓰라고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사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오던 그들의 육신은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후였다. 오로지 피비린내만이 공기를 채웠다.


“내가......어떻게......이렇게는!”


애써 발버둥 쳐보던 사내의 가슴 위에는 어느 샌가 붉은 줄이 하나 그어졌다.


“어?”
“이게 네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사내의 눈은 서서히 잠기면서 눈동자가 하얗게 질렸다. 사내는 허탈한 듯, 허공을 쳐다보았다. 삼류무공을 익히면서도,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그의 삶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믿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배신당하고, 동료들도 많이 잃었지만, 그는 항상 믿었었다. 힘든 표사 일을 하면서도 그는 노력했다.


“남자로서 무시당하지는 마라. 자기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게 남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항상 말씀하셨던 말. 하지만 이제는 허무하기만 하다.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져 저 구름 사이로 증발하는 듯하였다. 그의 가슴 속에서 심하게 요동치던 심장의 움직임이 멎어가면서 태운호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의 막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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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28 16:23 | 조회 : 1,939 목록
작가의 말
mikeymike

시작이 너무 짧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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