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 제목 정하는게 제일 어렵더라구요

지이잉 -

일정한 울림이 도진의 주머니에서 울린다.

" 아으.. "

핸드폰을 꺼내서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5시 40분.
염병할..다시 자기도 뭐한 시간이잖아?

도진은 똥씹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욕실로 가 샤워를 한 뒤, 머리를 성의없게 탈탈 털고 핸드폰 화면을 켜서 요일을 확인했다.

" 아, 오늘 일요일이네. "

새삼 출근을 안한다는 사실에 도진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정현의 옷들 중에서 그나마 자신에게 어울리고 맞는 옷을 찾아 입고는,
지갑을 챙기지 못했단 생각이 들고 정현의 집에서 굴러다니는 동전 몇개를 주워 나갔다.

신발도 없어서 도진은 시련에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

버스를 타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앞에 내리고 익숙한 듯이 역겨운 그 집으로 향해갔다.

삐비빅-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말끔히 청소가 된 집안이 보였다.
도진은 자신의 지갑, 출근할 때 입을 옷가지 몇 개 들을 여행 가방에 넣은 뒤에 집을 빠져나왔다.
애초에 가진 짐이 얼마 없어서 여행가방 하나에 아슬아슬하게 다 들어갔다.

집을 빠져나오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려고 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더니
독한 술냄새와 담배 냄새가 한꺼번에 풍겨져왔다.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리고 냄새의 근원지를 쳐다보니,

" 헛.. "

키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심지어 얼굴마저 잘생긴 사람아닌 사람이 있는게 아닌가!
저런 사람이 정현말고 또 존재 하다니, 도진은 실의에 빠졌다.

잠시동안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고 있자, 남자는 도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 왜 꼬라봐. "

처음보는 사이인데 처음부터 저런 무례한 말이라니,
한량이라도 되는가.. 싶어서 도진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 잘생겨서요. "

남자는 힐끗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도진의 턱을 잡아 눈을 마주치게 했다.
남자의 그런 눈빛이 사무치도록 선정적이였다.

"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로 알아들어도 되겠지? "

도진은 당황할 때마다 표정이 굳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이 습관 -습관아닌 습관- 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지나가던 개가 짖을 소릴 하시죠? 남보다 안면이 괜찮게 생겨서 쳐다본건데, 과대해석을 하시네요. "

상당히 무례한 말로 대답하고는, 남자의 손을 그대로 쳐냈다.
남자는 다시 한번 그 선정적이고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눈을 빛내며
삐뚤어있는 미소를 지었다.
어느 한 감정이 결여되어 보이는 듯한 표정.

" 아 - 그렇군, 어제 혼자 질질 짜던 찌질이가 뭘 하나 싶었는데,
할 줄 아는건 남처럼 똑같은 겉핥기만 하는 좆같은 놈이였네. "

도진은 속으로 움찔, 거렸지만 밖에 드러나는 표정은 태연하고도 태연한 표정이였다.
저 잘생긴 새끼가 그 새끼였단 말인가! 피에 파묻혀서 얼굴도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도진은 꾹 참고 남자에게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여상스럽기 그지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 아, 그럼 어제 당신이 사람 목을 물고, 상스러운 말을 내뱉은 그 좆같은 놈이란 말인가요? "

말을 내뱉고 뭐가 잘못이냐는 듯 눈으로 물어보자, 남자가 큰 소리로 웃더니 그대로 도진의 어깨를 잡아 벽에 밀어 붙였다.

" 윽 - "

고통어린 신음이 나왔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남자의 다리가 도진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단단한 허벅지가 도진을 받치고 있는 그런, 굉장히 야한 자세를 연상시켰다.

속으로는 ' 이 미친 새끼가! ' 를 남발하고 있는 도진이였지만,
얼굴은 ' 이 까짓걸로 날 흥분시킬 수 있겠어? ' 라는 표정이였나보다.
도진의 광역 도발 스킬로 인해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그런 표정으로 보면 흥분된다니까? "

남자는 다시 그 밤하늘 같은 새까만 눈을 빛내며, ' 난 너에게 어서 박고 싸고 흔들고 싶어 ' 라는 메세지를 가득히 담아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 제기랄. 좆됐다. 잘못걸렸어.

2
이번 화 신고 2017-04-17 22:31 | 조회 : 4,000 목록
작가의 말
려다

하ㅏ하하 최소 세번은 지웠다 쓴거 같네요......각기 다 다른 내용으로 세번쓰니까 체감상 세편 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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