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 , 직장생활 ( 1 )

뚜벅뚜벅 -



앞에 지나가는 사내들의 발소리가 나에게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는 사형수가 된 느낌이였다.



끼이익 - 쾅 ,



육중한 철로된 소재의 문이 열리자, 매캐한 담배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같은 흡연자인 도진에게도 상당히 불쾌한, 뭔가 미묘한 냄새가 도진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책상위에는 길게 뻗은 다리를 꼬며, 팔짱을 낀 거만한 태도로 날 쳐다보는 그는, 상당히 퇴폐적인 느낌을 풍기는 미남이였다.



" 저 알바보러 왔는데.. "



도진을 지긋이 쳐다보던 남자는 도진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도진의 턱을 잡고
도진의 얼굴을 몇 번 돌려 도진의 얼굴을 보고 살짝 느릿하면서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짙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너, 홀 나가라. "



" ..예? 하지.. "



" 이 정도 얼굴이면 몇 번 경험도 했겠다, 문제 없겠는데. "



도진이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남자가 도진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도진은 사장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큰 눈을 몇번 꿈뻑꿈뻑 거리자,
사장은 친절히도 뜻을 풀어주었다.



" 너 섹스해봤지? "



사장이 돌직구같은 말에 도진은 살짝 움찔, 거렸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답했다.



" 해봤죠, 여자랑은. "



" .. "



사장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도진을 쳐다보고, 자신의 턱을 몇번 되만지며 물었다.



" 여기가 무슨 술집인지는 아나? "



" 아뇨. "



도진은 단호하게 거짓말을 내뱉고는 이내 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덧붙여 대답했다.



"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대충 게이바인 것은 눈치챌 수 있겠더군요. "



사장은 자신의 기에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도진이 꽤나 맘에 들었던 듯,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웃더니 도진의 말을 차근차근 이어주었다.



" 그럼 넌 들어오기 전까지는 여기가 게이바인지도 몰랐다, 그말인가? "



" 예. "



" 흠, 여자랑만 해봤다는 말도, 게이가 아니라는 거군? "



" 예. "



남자가 하는 말에 묵묵히 답하자, 도진의 머리 위쪽에서 살짝 웃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목소리가 들렸다.



" 그래, 그럼 주방 들어가라. 경험없는 종업원을 손님이 좋아하시지는 않으니까. "



"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나오면 되나요? "



" 오늘. "



" 네. "



사장을 향해 고개로만 인사한 뒤,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나오자 길을 안내해줬던 사내들이 도진은 힐끗쳐다보더니 앞장서서 걸어갔다.
따라오란 뜻이겠지.



***



집안일은 거의 마스터한 도진이기에, 요리는 거의 식은 죽 먹기였다.
이 곳 주방장도 너 정도면 거의 정식 요리사는 뛰어 넘겠다고 폴짝폴짝 뛰며 신나했다.



사장의 신세한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곳의 정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죄다 변태에 머릿속에 음란한 것 밖에 없는 사람들이여서 사직서쓸까 했는데,
정상적인 사람인 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사장은 사춘기 소녀마냥 볼을 붉히며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도진은 원래 말재주가 없는 편인지라, 대충 아, 예, 그러셨군요. 만 반복하며 고개만 몇 번 끄덕여 줬을 뿐인데, 주방장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수다만 떨어댔다.



주방에서 일해 보이는 듯한 남자가 기름에 찌들어 더러운 앞치마를 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방장에게 달려가 말했다.



" 주방장님! , 허억..주혁. 주혁님 떴습니다!!! "



" .. "



사춘기 소녀처럼 잘만 떠들어 대던 주방장의 얼굴이 짜게 식었다.



" 후우..오늘 여기 재료는 다 동나겠구만. "



훌쩍거리며 글썽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주방장의 육중한 몸은
전혀 주방장의 행동과 어울리지 않았다.



자연스레 도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주방장의 행동도 과장스러웠지만, 들렸던 이름이 어제 만났던 또라이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주방장에게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에게 다가가 나직히 물었다.



" 혹시 주혁이라는 사람 성이 도 씨 던가요? "



남자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 네, 어떻게 아셨어요? "



" .. "



남자를 향해 ' 넌 알거 없잖아, 머저리야. ' 라는 뜻을 가득히 담아 쳐다보고,
이내 화사한 미소를 지어주고 문을 열고 나갔다.



남자는 어리둥절 해 있지만, 방금 도진이 지은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몇 초동안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바스락 -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자연스레 라이터가 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아. 놓고왔나? "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도진은, 이내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 하아.. "



기분나쁘다는 걸 표출하는 듯 한숨을 내쉰 도진은 이내 자신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눈치채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키.
도진은 라이터를 빌리기 위해 여자에게도 잘 쓰지 않는 작업용 미소를 짓고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 저, 라이터 좀.. "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도진이 쥐고 있던 담배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그림자의 주인이 사무치도록 두려웠던 그 목소리를 담아 귓가에 속삭였다.
어제와도 같이. 탐해선 안될 것을 탐할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이다.



" 또 보네, 도진. "



도진은 멍한 얼굴로 그림자의 주인인 주혁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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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2 21:05 | 조회 : 3,298 목록
작가의 말
려다

보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 좀 쓰는 구조?를 바꿔봤는데 별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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