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 흔적 ( 3 )

″ 으응ㅡ ″



살짝 아쉬운 마음에, 신음이 물 흐르듯 흘러나왔다.
꽉 마주잡은 손에 주혁의 온기가 전해져왔다.



행복해.



지금까지 받아본 정상적인 사랑은 예전에, 기억나지도 않을.
어머니의 애틋한 모정 뿐 이였는데, 날 이렇게나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



진정으로, 진심으로 행복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날 가득히 담은 저 검은색 밤하늘 같은 눈에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이.
눈에 훤히 보여서.
그 감정이 나에게만 전해지는 걸 알고 있어서.
그리고, 나도 이 사람을 사랑해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몸만 섞은 사이긴 하지만 어떤가.
이렇게까지 날 소중하게 여겨준 사람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마치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주혁이란 사람이
구해준 것 같은 느낌인데.



가만히 있으며, 울 것 같은 얼굴로 멍하게 주혁을 바라보고 있자,
주혁이 내가 싫어한다고 느끼는지 달콤하게 녹아내릴 듯이 키스하고 있던 입을
떼내었다.
주혁이 조금 망설이는 눈빛으로 불안한 감정을 가득담아 말했다.



″ 싫어? ″



싫다니, 싫을리가 없지않은가.
오히려 너무 행복해서, 너무나도 좋아서 죽을 지경이였다.
비록 오래가지 못할 사랑이라도, 언젠간 떠날 사람이라도.
이 사람을 놓치기 싫었다, 아니.
놓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내 뺨을 타며 흐르는 눈물 탓에 시야가 흐려져 주혁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 아뇨, 너무..너무 행복해서.. ″



결국, 저 사람 앞에서 울고야 말았다.
육체적인, 정신적인 고통이 아니라, 너무나도 행복한 이 감정을 견뎌낼 수 없어서.
이런 식으로 주혁 앞에서 운 건 처음이였다.
수치감이 들 만도 하건만,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모든 것을 이 사람에게 개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입을 막고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 탓에, 주혁이 당황하는게 얼핏 보이기도 했지만,
곧,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귀에 내려 앉았다.



″ 계속 울어, 나에게 기댈 수 있다면 기대도 좋아. ″



주혁을 보기 위해 떨어져 내리는 눈물을 닦고, 최대한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널 사랑한다고, 널 놓을 수 없다고.
이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널 꼭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말을 전하면, 니가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
그럴 일이 없겠지만, 왜인지 모를 불안감이 내 마음을 가득히 지배해서.
어머니처럼, 어머니처럼..떠나가버릴지도 모르잖아.



주혁을 꼬옥 안고, 조용히 흐느끼며 울고 있자, 어깨 위로 느껴지는 주혁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있었다.
주혁이 아마도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것이리라.



몇 초간, 주혁이 입을 다물고 있더니.
천천히, 하지만 빠른 것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다시 한번, 거세게 심장이 뛸 말을.



″ 사랑해. ″



주혁이 갑자기 내뱉은 덕에, 내 심장은 마라톤을 완주하고 온 사람처럼,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내 심장소리에 묻혀 안들릴 것 같은, 주혁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살랑이는 꽃잎처럼 들려왔다.



″ 사랑하고 있어, 이도진. ″



..나도.
차마 거친 숨 때문에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삼키고는,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환하게 웃어 주혁을 마주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꺼야.



″ 제가 더, 더 사랑해요. ″



주혁의 단단한 몸을 꽈악 끌어안으며, 간신히 대답했다.
너무나도 쿵쾅거려 아플 정도인 심장을 멈출만한, 그런 달콤한 말을 주혁이 내뱉었다.



″ …잘했어, 계속 그렇게 날…, 사랑해줘. ″



마치 어린 아이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그를 보자 이런 마음이 들었다.
아, 그도 나랑 같구나.
그의 입에 소리나게 살짝 입을 맞추고, 눈을 마주쳐 말했다.



″ …어련할까요, 영원히, 영원토록 사랑할거예요. ″



갑자기 나오는 눈물 탓에, 주혁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도, 나랑 비슷한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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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13 19:09 | 조회 : 3,588 목록
작가의 말
려다

늦어서 죄송ㅇ합미다..절 매우 치세요..그나저나 겁나 달다구리..크으 역시 이런ㄴ 글이 쓰기 더 편하네요 코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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