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튜토리얼 1장


지금까지의 일이 꿈이었다는걸 알았다.
눈을 떠서 주변을 확인한것은 아니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물 속에서 부유하듯이.
그때 쑤욱 하고 잡아 올려지며 숨이 턱 막혀왔다.
"헛,,,!"
숨들이키는 소리를 뱉어내며 눈을 뜨자 차가운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형님, 애새끼 깼지 말입니다"
붉은색 피부의 사람이 아닌것 같은 남자의 눈과 마주쳤다.
그것은 잠시뿐이었지만 충분히 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달콤한 꿈 후에 나온것은 마치 전에 하던 게임의 떡도깨비 같은 인상을 주었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것도 모른채 딱딱히 굳어있노라니 더 높은 높이로 들어올려졌다.
떡도깨비의 손에서 또 다른 남자의 손으로 옮겨졌다.
"이게 저 여자의 마지막 발악의 산물이냐?"
무서워서 얼굴을 차마 못보고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순둥한 느낌의 내려간 눈매와 입술 아래의 점.
뻣뻣한 직모머리와 각진 콧대.

아빠였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서럽게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지치지 않았다.
그걸 아빠는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바라보다가 떡도깨비의 품에 떠넘기듯 넘겨줬다.
"갑자기 왜 우는거야, 인간 아기는 원래 다 이러냐?"
"저도 모르겠지 말입니다, 형님"
날 조심스래 품에 안은 떡도깨비는 우리 종족은 태어나자마자 우렁차게 기합을 넣는다는둥 일주일도 안되어 걸어다닌다는둥의 이야기를 해가며 떡도깨비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듯한 아빠를 열심히 귀찮게 하고 있는듯 했다.
덕분에 난 황당해서 울음이 멈췄다.
여기의 아빠는 아빠가 아닌것같았다.
아빠의 성격은 저렇지도 않고, 이런 떡도깨비는 현실에 있을 수가 없는 생물이다.
애초에 내가 계속 떡도깨비라고 부르고 있지만, 진짜 그 게임의 떡도깨비인지도 의문이다.
그러고보니 그 게임 이름이 뭐였지,,,?
"이 인간 아기는 어떻게 처리할꺼야? 손을 더럽히고싶지는 않고,,,"
"그냥 제가 먹어버릴까 말입니다, 형님"
"그럴래?"
게임 이름을 생각하기 전에 문득 들린 대화에 난 젓먹는 힘껏 살려달라고 소리질렀다.
"사야저세어!"
하지만 혀가 짧아서인지 나오는것은 옹알이 뿐이었다.

혀가 짧다고,,,?

내 손을 들어 보니 한주먹거리도 안될것같은 작은 손이 움직였다.
"뭐? 살려달라고?"
아빠가 용하게도 내 말을 알아듣고는 비웃듯이 웃었다.
떡도깨비는 "애새끼 말도 척척 알아듣고, 역시 형님이지 말입니다" 라며 아빠를 추켜 세우기에 바빴다.
"인간 아기 주제에 지능은 있는 모양이군 그래, 좋아. 살려주지"
마치 선심쓰듯이 말하는 그 자세가 퍽이나 내가 알던 아빠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저건 진짜 선심인듯하니 고마워하기로 했다.
"살려주는거지 말입니까 형님!"
"그래, 어미의 죄는 자식이 갚아야지, 안그래?"

어미,,,?
나에게 엄마가 있다는 말인가.
순간적으로 엄마라는 인물을 보기위해 바둥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떡도깨비가 "엄마 보고 싶냐 아가야" 라며 마치 독에 중독되어 죽은듯 입술에 꺼멓게 된 피부 곳곳이 검은 반점에 뒤덮인 여자의 시체를 보여주며 "야가 네 어미다" 라고 말했다.
내가 알던 아빠는 엄마의 사진을 보여달라 할때마다 웃으며 얼버무리곤 했다.
하지만 항상 넌 코가 엄마를 닮았어 라며 두루뭉실하게 말해주곤 했는데, 보자마자 이 사람이 내 엄마가 맞구나 라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난 그저 멀뚱멍뚱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이미 괴사되기 시작한 시체에 슬픔이 별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 용캐 울지 않네? 하긴, 누구 심장으로 태어난 놈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심장,,,?

"형님, 아기가 뭔 소리인지 궁금한가보지 말입니다"
척척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둘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지금까지의 야야기 라고 해야할까, 자기 소개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무언가를 듣게 된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아바와 똑같이 생긴 남자는 블랙 드래곤이고, 떡도깨비는 진짜 떡도깨비.
아빠의 이름은 정현, 떡도깨비는 비륜.
그리고 엄마의 이름은 세티.
아빠, 그러니까 정현의 아들을 죽여 심장을 생으로 씹어먹은 세티는 드래곤의 피를 못이기고 폭주해 죽고말았지만, 배 속의 태아였던 나는 안전하게 그 피를 흡수했고, 블랙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태어났단다.
이건 무슨 시나리오인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한마디로 넌 나랑 왠수 지간이여야 한다는 거다 꼬맹아"
아빠랑 왠수 지간이라니,,? 그리고 아빠한테 이미 아들이 있었다니.
혼란에 혼란을 밟고, 상황을 정리해갈때쯤 아빠가 나에게 대뜸 말했다.
"어차피 그 아들에게 애정도 없었고, 필요해서 낳은 자깃이었던 만큼, 너도 쓸모있는 꼬맹이가 되어줘야겠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걷지 못하면 비륜의 간식이 될테니 일주일 안으로 걸어다녀라"
라는 말만 남기고 삐걱거리는 철문을 끼익 열고 나가버렸다.
비륜은 안됬다는 눈빛으로, 그러면서도 입맛을 쩝쩝 다셨다.

[띠링]

내 눈앞에 익숙한 윈도우 스킨이 자리 잡았다.
아기자기한 이 윈도우 스킨은, 내가 800레벨까지 올리고 잠이 들었던 그 게임.

드라고니컬이다.

여기가 드라고니컬 세계라는건 떡도깨비를 봤을때부터 반신반의 하고 있었지만 진짜 게임 속이라니.
그것도 게임속이라니.

거기다가 꿈일지도 모른다.

이 꿈에서 깨면 저런 성격의 아빠지만 아무튼 볼 수 없게 된다는것 아닌가.
그럴 수는 없었다.

잠시뿐이라도,,, 이 꿈을 즐기고 싶었다.


[걸음마 때기]
정현은 플레이어가 걸음마를 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주일 안에 걸음마를 때세요
퀘스트 조건-레벨 1 이상. 종족-드라고니컬
퀘스트 핵심-일주일 안에 걸음마때기(0/1)
실패시-게임 오버(죽음)
성공시- 레벨+1, 이름을 지어줌


퀘스트의 보상에 레벨이 존재 한다.
그리고 이 퀘스트창.

여긴 드라고니컬의 세계가 확실했다.
거기다가 드라고니컬의 내용이 드래곤의 피를 수혈받은 플레이어가 드라고니컬이라는 종족이 되어 월드를 누비는 내용.
이건 딱 봐도 튜토리얼.

더군다나 성공 못할시 비륜,,, 그러니가 이 떡도깨비의 입 속에서 꼭꼭 씹혀지고 말것이다.

뭐, 걷는게 그렇게 어렵나. 그냥 걸으면 되는거지, 뭘 일주일씩이나 주는걸까.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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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7 22:12 | 조회 : 1,946 목록
작가의 말
약장수

BL에서 겜판으로 전환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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