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잠시의 틈이 있었다. 리타드는 날 뒤로 숨겼고, 문이 열렸다.


타앙-!


"아윽.."
"리타- 악!"


알렉스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리타드의 다리에 총을 쏘고, 날 거칠게 리타드의 품에서 떨어뜨려 저 멀리 던져버렸다. 알렉스는 다리를 쥐고 있는 리타드의 배를 걷어찼다. 알렉스의 힘에 리타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멀리 차였다.


"리타드-!"
"넌 닥치고 있어."


다시 총소리가 들렸고,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유리가 깨졌다. 나는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그 때 총소리가 한번 더 났다.


"악..!"
"미리 죽였어야 했는데-"


알렉스는 다시 한번 리타드를 걷어찼다. 이번에는 배쪽에 총을 쏜 것 같았다. 바닥에는 알렉스가 리타드를 발로 찰 때 마다 리타드의 피가 여기저기 튀어 엉망이었다.


"씨발, 도대체 왜 살려놨는지."
"아윽..!"
"내가 미쳤지."
"리, 리타드..!"
"유진, 오, 윽! 오지 마요..!"
"거 참 눈물겨운 사랑이네."


알렉스가 발로 리타드의 배를 짖누르며 말했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 알렉스의 다리에 매달렸다.


"아, 아, 아, 알렉, 스, 자, 잘못, 했어..!"
"......"


리타드를 향한 알렉스의 발길질이 멈추었다. 나는 바들바들 떨며 알렉스에게 빌었다.


".. 뭘 잘못했는데-"
".... 도, 도망, 도망쳐서... 흑, 으으.. 미, 미안해애..."
".... 유진.."
"넌 닥쳐."


리타드가 날 부르자 알렉스는 귀찮다는 듯 총으로 맞은 리타드의 다리를 발로 찼다. 리타드는 많이 아픈지 바들바들 떨었다.


"윽..!"
"리타드!"
"후우.."


알렉스는 내 앞에 쭈그려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내 양 볼을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


"그것만?"
"어, 어? 아, 아, 아니.. 아니..."
"그럼 또 뭔데."
".... 그냥... 그냥 내, 내가.. 다 잘, 잘못했, 어. 미, 미, 미안해.."


난 애처롭게 알렉스를 올려다보며 빌었다. 제발 리타드를 죽이지 말아줘.


"니가 뭘 잘못했는지 알기나 해?!"
"유진이 뭘 잘못했는데?!!"


쓰러져 있던 리타드가 소리쳤다.


".... 뭐?"
"아, 아.."
"유진이 뭘 잘못했어?! 다 네놈이 잘못한거지!!"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설래설래 내젓다가 알렉스가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그 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리타드는 계속해서 알렉스에게 소릴 질렀다.


"무시하고, 때리고, 쪽팔리게 만들고! 죄책감 뒤집어 씌우고!!"
"... 이새끼가-"
"리, 리타드으..!"
"그게 왜 유진 잘못이야! 전부 니놈이 벌인 일이잖아!!"


리타드를 보고 있는 알렉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의 알렉스가 무척이나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게 끝이야?"
"뭐?!"


알렉스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덜덜 떨며 알렉스를 보았다. 알렉스는 내 턱을 쥐고있던 저의 손을 풀고는 내게 말했다.


"널 봐서 봐주려고 했는데-"
"아, 아, 알렉스.."
"저새끼는 도를 지나쳤어."
"제.. 제발.."
"... 좋아한다며?"


알렉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의 바짓단을 잡았다.


"할말 못할말은 가려서 하게 해야지-"
"또, 전부 유진의 탓으로 하지 말라고!"
"그, 그만... 아아.."


알렉스는 가볍게 내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리타드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총을 보는 리타드의 눈이 죽지 않았다. 제가 죽기 직전인데도 오히려 알렉스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니놈은 평생 사랑받지 못할거야."
"하, 이 입만 산 새끼가-"


알렉스가 방아쇠를 곧 당길 것 같았다. 알렉스가 겨눈 총구는 리타드의 심장을 향해 있었다.

그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몸이 시키는 대로 했던 것 같았다. 어디서 힘이 난건지 리타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총소리가 났다.


"..... 유진...?"


아, 배가 화끈 거렸다. 리타드의 얼굴을 보았다.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 리.. 타..."


속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바람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리타드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는 알렉스에게 소리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떨고 있었다.

나는 리타드를 향해 조금 웃어보였다. 다행이었다. 내가 리타드를 살렸어.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렸어.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 다음으로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내 이름을 누가 부르는 것 같은데, 언뜻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들이 전부 멀어졌다.


'...-요.'
'..으..'


누군가가 흔들길래 억지로 눈을 떴다. 새하얀 공간에 왠 사람이 서 있었다.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여자앤가, 남자앤가. 그건 모르겠다. 아이는 날 보며 웃었다. 나는 멀뚱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깼네요~'
'... 여긴 어디야..?'
'음, 음. 글쎄요오- 흔히 말하는 사후세계? 아, 당신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하나요?'
'... 천국?'
'아, 아직 확정된건 아니고~ 그냥,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저길 봐요.'


아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길이 두갈래가 있었다. 이정표도, 길의 끝도 보이지 않았다.


'왼쪽으로 가면~ 아주아주 행복해 질거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니까 더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되요.'
'오른쪽은?'
'거긴, 음.. 어떨 것 같아요?'
'... 글쎄.'
'어디로 가고 싶어요?'


해사하게 웃는 그 아이를 뒤로하고 갈림길 앞에 섰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그런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 정말 거기로 갈거에요?'
'응.'
'왜?'
'.....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리타드를 만나야 했다. 나는 오른발을 내밀었다.




*




"허억..!"


급하게 눈이 떠졌다. 처음 보이는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그리고 들리는 삐익 삐익 하는 소리.

여긴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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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4 06:41 | 조회 : 2,292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히흫헿 다음편이 마지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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