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황성의 일상(2)

6화 : 황성의 일상(2)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리안은 슬슬 녹스를 피했다. 그것에 녹스는 기분이 좋기도 나쁘기도한 감각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무감각하고 무감정인 리안이 자신을 인식하는건 좋으나 피하는것은 달갑지 않다. 그에 쫓아가서 리안을 잡았다.

“리안.”
“…..”
“눈 피하지마.”

역시나다.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것이다. 이런 모습은 만나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것이 즐겁기도 하였고 이대로 사라질까봐 걱정되기고 했지만 그런 생각은 지금은 들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상대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어쩔수 없었다.

“도서관…..”
“그렇게 빠져나가려도 해도 오늘은 안되.”

‘쾅.’

“녹스님 부탁하셨던 약…… 죄송합니다….”

지난번에 봤었던 드래곤중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던 자세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리안은 그틈에 도망쳤고 녹스는 드래곤이 나간 자리는 노려보았다. 먹잇감을 놓진 맹수의 얼굴로…….


***


“아하 그래서…… 녹스님보다 높으신 분이구나…… 지금까지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난 사실을 말한것 뿐이야 너희가 사과를 해야될 이유가 뭐가있지?”

한편 도서관에서 나머지 두 마리의 드래곤을 상대하던 리안은 한기를 느꼇는지 창문을 닫게하였다. 처음에 긴가민가 하던 드래곤들은 리안과 같이 대화를 하면서 잠시 물어보았다.

‘설마……. 녹스님과 똑같은…..?’
‘개념을 말하는 것이라면….. 난 아니야….. 난 좀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니까’
‘그…..그럼 얼마나 더 오래….’
‘적어도 그들이 산 삶의 배…..아니 그 이상일거야.’
‘아하하 그렇구나……’

그 이후 급 어색해진 대화를 뒤로하고 지금은 독서중…… 여전히 리안의 눈치를 보는듯했고 리안은 개의치 않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밖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황성은 상당히 조용했다. 리안은 책을 읽다가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흠칫 놀라면서 쳐다보았다.

‘끼익….’

“리안 역시 여기에…..”
“오늘은 돌아가야겠어.”

리안은 녹스의 말을 짤라낸다음 바로 빠르게 걸어갔다. 하지만 어린아이 체형의 리안이 빠르게 걷는다 한들 어른의 신체를 가진 녹스에게는 그렇게 빠른것도 아니였다. 이윽고 방에 도착한 리안은 빠르게 들어가서 닫았지만 황성의 황제가 못들어갈곳이 어디겠는가? 그냥 열고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리안은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고 그에 녹스는 지난번 정사를 나누었던 침대에 앉았다. 이불을 꽉쥐고 놔주지 않는 리안을 보자 귀엽다는 생각과 역시 깨물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지금 안나오면 또 할텐데 괜찮아?”
“….”

결국 백기를 든 리안은 이불에서 기어나왔고 녹스의 옆에 앉았다. 리안을 끌어당겨 손을 허리에 두르고 머리에 턱을 올렸다. 원래라면 무슨말을 하여서 제지하였겠지만 가만히 있는것을 보니 확실히 신경이 쓰이긴 하나보다.

“리안….”
“…..”
“우리 도망갈까……”
“…..”
“아무도 없는곳으로….. 관리자도, 소멸자도 찾을수 없는곳으로 멀리 멀리 도망가서 살래….?”
“불가능한것을 묻는 의도가 뭐야…..”

리안의 말투에는 높낮이가 없었지만 의미는 확실히 알고있었다. 그냥 물어본것 뿐이라면서 물러섯지만 정말로 리안과 있을수있다면 자신은 어디든 상관없었다. 설령 그곳에 끝이 존재한다 한들 리안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끝을 맞이한다면 리안을 볼수 없는것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멈출수 없는 감정은 출구를 찾지 못한체 영원히 리안이름의 미로안에서 멤돈다. 오랜시간동안…… 지워져버린 기억속에서도 리안은 자신에게 도와주어야될 남자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러나 리안은 여러번의 기억 리셋으로 약해졌고 드디어 자신이 닿을수있는곳으로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프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자신이 휘두른다는것에 대한 포만감을 느꼇다.

“난 네 기억속에서 언제나 어린아이였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
“침묵하지마 리안 너가 대답을 안하면 내가 더 이상해지는걸 알잖아?”

빙긋 웃으면서 말하는 표정에는 언듯 광기가 보였다. 명백한 욕정을 담은 손길이 리안의 옷위로 스쳐갔다. 어느새 옷속으로 들어온 손은 리안의 가슴을 스쳐지나간다음 은밀한 입구에 닿았다. 몸을 움찔이는 리안을 힘으로 누른다음 침대에 눕혔다.

“대답……..”
“……너가 성장한것은 인지하고있다…..”
“그거 말고……”

말하는 도중에도 리안은 속절없이 벗겨지는 중이고 대답을 잘못한다면 금방이라도 할 기세이다.

“도망…… 못간다는건…… 알고 있잖아…….”

책망하는듯한 말…… 감정이 실려나오지 않은 목소리……..

“어째서 세상은 그렇게 너에게만 잔혹한거야…..아니….. 왜 너에게만 잔혹한 세상을 만든거야 리안…..”

녹스는 리안을 품은체로 움직이지 않았고 리안은 배쪽에서 뜨거운 액체를 느꼈다. 개념 그것은 뭐라고 정의할수있을까? 아주 오랜시간 공들여 내린 답은 아주 간단하다. ‘어느 특정한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그것 그 자체인 이들’ 개념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하지만 다르지 않은것은 개념이 되는것은 특정한 이들뿐이다.

‘녹스(Nox)’의 의미는 어둠, 어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자이고 모든 차원의 어둠을 본자, 그리고 어둠 그 자체이자 영원히 어둠일자…… 리안이 그를 만났을때의 그는 밝은 소년이였다. 어째서 이렇게 변해버린걸까?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소년은 커서 개념이 되었고 자신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때문에 울고있다.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무력감에 절망을 하고 자신과 함께있다는것에 대한것에 희망을 갖는다. 그제서야 리안을 알아버렸다…..

‘내가 거두어야될 씨앗이다……. 내가 생각없이 한 일들이 여러 개념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니 책임도 내가 져야겠지…..’

혼란스러웠다. 감정은 없어진지 오래였고 지금의 감정도 야주 약한것이기에 티가 나진 않았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 남자와 다른 남자들은 아마 이변을 눈치챗겠지. 감정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회피하고싶었다.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미쳐가는지 보았기에 외면하고 싶었다. 그 오랜시간 그것도 보통 존재들이라면 상상도 못하는 일을 저질러온 자신은 어떻겠는가?

피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그럴수 없었다. 자신보다…… 자신때문에 절망하는 이 존재들이 너무나도 가엾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존재만을 보고 살아온 이들이 어떻게 몰락하는지 본 리안은 더 이상 그들을 외면할수 없었다…… 그리고 보이는 또 하나의 미래….. 미쳐가는 남자들…… 이제는…… 이유가 생겼다….. 그들에게 잘 대해줘야될 이유가……

‘차원의 붕괴를 막기위해서……’

이유는 그것뿐일까? 흔히 알고있는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였다.


***


사서는 리안의 책을 덮었다. 앞으로 백년정도는 저 책에 아무것도 쓰이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그 백년후에는 리안이 적어도 나은삶을 살고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삶에는 저 남자들의 존재가 필수겠지….. 미워도 원망스러워도 난 사서일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리안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다면…. 자신을 보아주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된것은 예상외이나….. 이제 스스로 걸어나올때가 되었어요… 리안 당신이 구해줬던 이들, 도움을 주었던 이들, 같은 여행을 하던 이들…… 그들은 전부 당신을 도우러 오고있어요…. 당신의 그 눈으로도 볼수 없었던 미래라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행복해 질수만 있다면 좋아요…..”

광기에 가득찬 목소리가 도서관을 메워간다. 이윽고 남자는 도서관을 뛰어나갔다. 그가 얻은것은 무엇일까? 사서는 아주 오래된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도서관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사랑하는 이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면서….


***


따스한 오후였다. 여느때와 같이 녹스는 리안을 데리고 황궁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황태자는 못마땅한듯 뒤를 따라다녔다. 드래곤 세마리도 -없는것보단 낫겠지 라면서 리안에게 호위대신 붙여놓았고 내전회의에도 참석하였다. 처음에는 기절초풍하면서 절때 않된다고 뜯어말리던 귀족들이지만, 리안이 전혀 간섭하지 않는것을 보고 안심하였다.

리안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저 미친 황제가 드디어 미동첩에게 빠져서 내전회의까지 끌고 들어온걸로 보이지 않았지만 친 황제파인 귀족들은 오히려 리안을 신경쓰지 않았다. 말 그대로 리안은 조용히 생활하였고 다른 후궁들과는 다르게 독서를 하고, 황제에게 정무를 보라고 조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세금 납부에 관련해서는 동부빼고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엘프들과의 친목의 관한 이야기인데….. 엘프뿐만 아니라 이종족들의 수장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표대리자를 세워서 이종족과의 우호관계도 다져놓는편이………”

황제가 계속 리안을 쳐다본체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또 시작인가 하고 황제를 놔둔체로 회의를 진행시켰고 재상이 리안에게 살짝 눈짓했다. 리안도 처음에는 그 시선을 받고도 녹스를 나무라지 않았으나 생각을 바꾼이상…… 그가 관리하고 만든 이 나라는 적어도 제데로 돌아가게 해놓아야 마음이 놓일듯 하다.

“황제폐하 이종족의 대표자는 누구로 지목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까?”

리안이 존칭으로 부르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듯 녹스가 리안의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리안은 천천히 회장을 손가락으로 가르켰지만 그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재상의 애타는 눈빛을 이기지 못한 리안은 그를 본격적으로 설득시키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핀트가 어긋나간 대화를 주고받다가 리안이 녹스에게 스스로 키스해주는걸로 타협을 보았고 그에 리안은 묘하게 자신이 손해본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는 리안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에게는 이득이었다. 원래 잘 휘말리는 편은 아니였는데…… 녹스를 포함한 그 남자들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로 한 이후로는 녹스에게 휘말리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사는…… 황태자가 하는게 좋을듯하군……. 앞으로의 제국을 위해서라도 그가 하는게 제일 좋겠지…. 이의있나?”
“”없습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리안을 데리고 빠르게 회의장을 떠나는 황제를 보면서 황태자는 발악을 하면서 가기 싫다고 반항하였고 귀족들은 황태자를 뜯어말리는것과 동시에 황태자에게 약간의 원망을 보냈다. 나중에 드래곤중 한명이 호위를 해준다고 해서야 겨우 ‘대사’로서 황태자를 승낙하였고 리안은 그날 결국 녹스에게 스스로 입을 맞대었다고 한다….

“꿈인것 같아…….”
“…..?”
“내 기억속에 리안은 언제나….. 내가 닿을수 없는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내 곁에 있어….. 그리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었다….. 감정이 돌아오면서 예전에 기억들은 날 버티지 못하게 하는데 나는 어째서 버티는걸까? 아니….. 어째서 나는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정을 돌아올수있게 허용한걸까…… 나의 의지가 없었다면 분명 돌아오지 않았을것을…… 녹스뿐만 아니라….. 그때….. 그들과의 관계도 내가….. 해결해야된다. 나 때문에 생긴 인연….. 내가 과연 그 인연을 다시 이을수 있는지 모르겠다…….

“녹스….. 그때 그들…..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어……”
“……”

리안의 말에 녹스는 살짝 삐진듯 하였다. 그를 독점하고싶고 자신만이 볼수있는 곳에 가두어놓고 평생 자신만을 보면서 살게하고 싶은데 저들과의 계약으로 그러지 못하고있다. 그런데 그런 웬수들을 만나야 한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 끊어지지 않는다면…. 이어가야지 안그래?”

이제는 저 어려운 말투에도 익숙해 졌다. 너의 말 하나하나에는 의미가있고 행동조차에도 의미가 담겨있지 그렇다면…… 너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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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19 00:24 | 조회 : 1,21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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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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