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오드아이가 그렇게 희귀한가..?'
오랜만에 똑같은 풍경이 아니라 좀 움직이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 오늘따라 좀 잘 움직이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손을 본 빨간 눈의 남자의 얼굴이 찌푸려진듯했다.
'음?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데 빨간 눈의 남자가 주황 머리의 하얀 연구원에게 말했다.
"이 실험체한테 마취제 투여한 거 맞아?"
"예? 예... 맞는데.."
'...잠시만 실험체? 마취제? 뭐라는 거야? 설마 그 실험체가.. 나는 아니겠지?'
"지금 이 꼬맹이 손가락 되게 잘 움직이는데?"
'와우, 예상 적중'
그럼 지금까지 내 몸이 잘 안 움직이던게 그 마취제 때문이었구나? 난 내가 어려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럼 내 몸에 꽃혀있는 바늘로 마취제가 들어오는건가?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움직일 수 있더라.
그 때 주황머리의 남자가 다시 말했다.
"예? 그럴리가.. 성인 남성도 못해도 5일은 마취가 된댔는데.."
'...?!?!'
내가 아무리 시간관념이 없대도 그렇게 많이 지난 건 같지 않은 데..
그건 그렇고 내가 실험체라니! 엉? 너넨 도대체 뭐하는 족속들이야!!
"이 꼬맹이는 신체적으로 해독 능력이 있나보지.. 어쨋든 이제 이런 방 말고
그냥 다른 실험체들 두는 데 처럼 유리방에 둬. 실험도 시작하고"
"예...? 하지만 이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린데..."
"그래서?"
"...??"
"그런데 어쩌라고."
"… …"
"이 아이는 되게 흥미로워. 다른 실험체와는 달라. 어쩌면 우리 국가에게 영광을
안겨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원래 큰 야망을 위해선 작은 희생도 있는 거야."
뭔진 몰라도 되게 불안했다. 실험? 실험이라고? 실험체? 내가 실험을 당한다고?
그거 고통스러운 거야? 아픈거야? 아픈 건 싫어...
무서워.
난 어째서 이런 곳에 혼자 있는 거야?
무서워무서워무서워. 두려워두려워두려워.
이건 마치... 그래 그 때 그 느낌.. 이상한 남자가 내 눈두덩이에 손을 댔을 때의 그
서늘한 느낌.
하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 강한 한기.
오싹거려.
살려줘..
왜 하필 나만? 희생? 몰라 난 희생 싫어..
"히끅..."
"흐으으으...힉..흐에엥..후에에엥!!"
눈물이 막 치솟았다.
그러자 밖으로 나가려던 남자가 뒤돌아봤다.
그리고 나에게 가까이 걸어왔다.
"헤에... 본능적으로 느낀 건가? 괜찮아... 조금 아플 뿐이야. 죽진 않을 거야.. 아마도."
그 말을 내게 한 후 그 남자는 그대로 밖에 나갔다.
그리고 주황머리의 남자는 우는 나를 쳐다보다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미안해 아가야... 날 용서해줘... 아니 용서하지마..미안해..."
고개를 숙인 그의 어깨는 조용히 하지만 계속 떨리고 있었다.
'...울지 마요...'
난 그날 처음으로 내 손을 잡아준 이와 정말 많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