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그 날 하얀 방이 아닌 밖이 보이는 유리 방으로 옮겨졌다.
예전에 하얀 방에 있었을 땐 제발 딴 곳으로 옮겨달라 생각했는 데..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
이 곳은 정말...
"으아아아아악!!"
"아아아... 싫어!! 하지마!!!"
"사..살려..줘..으으으...."
지옥이었다.
나는 그들의 비명을 모른 척 해야만 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내 삶에 그나마 하나의 빛은...
"안녕... 아가야.."
예전에 내가 처음 본 그 인간. 주황머리였다.
그는 매일 날 찾아왔다.
나는 어느샌가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내가 어려서 못 알아들을거라 생각했는 지 나를 안고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기는 혼혈들을 사서 그들에게 인체실험을 해... 그리고 나는... 돈 때문에 이들의 죽음을 모른 척 하고 돕는.. 쓰레기야..."
그는 정말 눈물이 많았다. 나보다도 눈물이 많았다.
'왜 이리 잘 울어요, 다 큰 어른이..'
손을 뻗어 그의 눈가를 문질렀다.
그는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더니 나를 꼬옥 안았다.
"...고마워.."
그리고 내가 처음 실험을 당하는 날.
"흐이이이이...흐이익!! 흐아앙.."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
고통에 몸부림치는 날 유리벽 너머에서 그는 울며 바라보았다.
"미안해... 나는 널 도와줄 수 없어....미안해 너무 이기적이라서..."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유리벽에 막혀있었고 나는 내 고통을
참는 거에도 이미 한계였다.
그래도 내가 그 날 울지 않았던 건 아마 그가 나 대신 울어줘서가 아니었을까...
나는 매일 그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왜냐면 그가 오는 시간엔 그는 유리벽에서 나를 꺼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잠시지만 그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만 가득한 유리방들이 아닌 그와 나 단 둘이만 있는 장소가 생기게 된다.
"나의 이름은 라온이야."
'라온, 라온... 멋진 이름이에요'
라온 라온. 절대 잊지 않아야지. 라온 라온.
그게 처음으로 생긴 내 소중한 이의 이름이었다.
"ㅋ...ㅡㄹ...로..ㄷ.."
"응? 뭐라고..? 다시 말해볼래?"
아직까지 발음이 잘 안 된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얘기해봐야지.
"ㅇ..이듐.. 내... 이..듐. 크ㄹ..러.드... 쿨..려..두..
"크러듀..?"
도리도리
"클러디?"
도리도리
"클로드?"
끄덕끄덕!
'드디어 맞췄네!'
"클로드... 예쁜 이름이네. 좋아 앞으로 널 클로드라 불러줄게."
"랴오."
"푸훗..방금 그거 내 이름 부른 거야?"
'맞다만 왜 웃는 거지...? 내 발음 이상한 거 나도 안다구! 흙...'
"이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알겠지? 우리 둘끼리 있을때만 부르는거야~"
끄덕끄덕
-생긋
그는 내게 있어서 희망이자 빛이자..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이,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