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소녀의 이름은 (2)

"오오! 벨레드! 이게 바다라는 것이냐?"

방파제에 설치된 울타리에 몸을 기대며 잔뜩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루카의 앞으로 푸른 빛을 머금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거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다! 끝이 보이질 않는구나!"

내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며 루카는 마치 처음 외출을 해보는 아이처럼 신이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벨레드, 저건 또 무엇이냐!?"
"저건 배야, 저걸로 바다를 항해하는거지."

별다른 특징 없는, 항구라면 쉽게 찾아볼수 있는 평범한 어선이었지만 루카에겐 그것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항해...? 저걸 타고 바다위로 갈 수 있는 것이냐?"
"맞아."
"오오! 굉장하구나!"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반짝이는 눈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어선을 바라보았다. 작은 마을인데도 이런 반응인데 큰 도시에 가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루카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벨레드! 저건 무엇이느냐!"

그러던 그때, 루카가 뭔가를 발견한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저거?"

루카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높게 솟은 등대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 저건 등대야."
"등대...?"

내 말에 루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두운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바다 위에서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주는거야."

"오오... 엄청 높구나, 한번 올라가보고싶구나!"

그런 내 말에 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등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힘들꺼야..."
"음? 어째서냐."

그런 내 말에 루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래보여도 꽤 중요한 건물이라서 말야, 아무나 올라가서 장난이라도 쳤다간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수도 있거든."
"으음... 아쉽구나."

그렇게 말하며 루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루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몰래 올라 가 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등대를 바라보던 그때였다.

"루카?"

갑자기 걸음을 멈춘 루카를 보며 의아한 목소리를 내던 나는 루카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뭘 보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루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과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이네."
"아이스크림? 저것도 먹는 것이냐?"
"물론이지, 하나 먹어볼래?"
"그래도 되는것이냐?"

내 말에 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사올테니까."
"아이스크림 두개. 하나는 초코, 하나는 바닐라로."
"네이~ 아이스크림 2개~ 여기있습니다."

값을 지불하고 아이스크림 두개를 들고 나는 벤치아 앉아 여전히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카를 향해 아이스크림을 내밀며 물었다.

"자, 어떤걸로 할래?"
"으음... 이것으로 하겠다.
"먹어봐, 맛있을꺼야."

루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골랐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루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 주었다.

"오오... 그럼 어디..."
"어 그거 그렇게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루카는 기대감에 가득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입 배어물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루카를 말리려고 했지만...

"!?!?!?"

역시나...

"우웁! 웁! 우우웁!!"

갑작스러운 고통에 루카는 차마 뱉을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며 머리가 아픈듯 계속해서 머리를 문지르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크으으으-!! 뭐냐 이 느낌은...!! 머리가... 아프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진정이 된 모양인지 루카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크게 숨을 내뱉으며 불만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들은 정말 이상하구나, 맛은 있다면 먹을때마다 이렇게 아프다니...!!"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먹어서 그래..."
"어째서 말을 해주지 않은 것이냐아...!!"
"네가 너무 빨리 먹어버렸잖아..."

투덜거리듯 말하는 루카의 말에 나는 가볍게 웃으며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음.. 조금씩 먹어야 하는 음식인 것이냐, 뭐 머리가 아프다는것만 빼면 살짝 쓴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구나. 이것도 훌륭하구나. 10점 만점에 8.9점!"
"묘하게 구체적이네..."

그렇게 말하며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어치우는 루카를 향해 나는 가볍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 내것도 한번 먹어봐."

순식간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운 루카를 향해 나는 아직 먹지 않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루카를 향해 건네었다.

"으음... 벨레드, 넌 먹지 않는 것이냐?"
"음? 너한테 맛이라도 보여주려고. 네가 먹으면 먹을테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그렇게 말하자 루카는 다시 아이스크림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생각한 모양인지 아까보다는 작게 아이스크림을 배어물었다.

"이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이구나, 단맛은 조금 덜하지만 이거 나름대로 괜찮은 맛이로군. 10점 만점에 7.3점 주마."
"아하하하..."

그렇 루카를 보며 나는 가볍게 웃어보였고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하지만 난 조금전에 먹었던 그 크림빵이라는게 훨씬 마음에 드는구나!"

아이스크림의 콘까지 마저 먹어치운 루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작은 마을이라도 빵집은 있을텐데... 한번 가 볼래?"
"정말이냐!?"

그런 내 말에 루카는 조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게 크림빵이 마음에 들었던걸까.

"그정도로 좋은거야?"
"물론이다! 그 달콤한 크림이라는것은 누가 만들었는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자가 틀림없을것이다!"

고작 평범한 크림빵에 너무 평가가 후한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때였다.

"응...?"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벨레드? 왜 그러느냐?"

그런 나를 보며 루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니... 방금..."

그렇게 말하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시선을 옮겼지만 보이는건 그저 어디론가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뿐이었다.

"벨레드! 빨리 가자꾸나! 배가 고프단 말이다!"
"알았어 알았다구."

한참을 서있던 내 팔을 잡아당기며 루카가 말했다.

기분탓이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상황은?"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긴 체 루카와 벨레드를 보며 소녀는 통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좋아, 경계를 늦추지 마.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통신 종료."

소녀의 말에 통신기 너머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말에 소녀는 만족스럽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통신 종료.]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이 끊어지자 소녀는 한숨을 내 쉬며 골치가 아프다는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 * *





어느덧 시간은 해가 저물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대도시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인 탓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걷던 그때였다.

"으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구나."

빵봉지에서 꺼낸 마지막 빵을 먹어치운 루카는 만족스럽다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정도야?"
"으음... 100점 만점으로 110점이다! 무엇이냐 그곳은? 천국인가!? 엄청나게 많은 빵들이 있었지 않았느냐! 물론 그중에 최고는 크림빵이지만 말이다."
"아하하하..."

그 말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것이 방금 먹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정확하게 532개째였기 때문이었다.

"으음... 조금 더 없는것이냐?"
"아직도 더 먹을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는 루카의 말에 나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빵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것이다!"
"오늘은 참아줘... 네가 이 동네에 남아있던 빵을 다 먹어버렸다고."

루카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우리를 배웅까지 해주며 활짝 웃던 빵집 주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오늘은 그만 먹도록 하마. 그런데 벨레드,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밖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까 여관을 찾아야겠지. 아마 이 근처에 모여있을텐데..."

루카의 물음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지도를 확인했다.

"여관? 여관이 무엇이냐?"
"여행자들이 쉬어가거나 밤을 보내는 장소야. 아, 저기있네 저기로 가자."

그렇게 말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허름해보이는 작은 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 순간이었다.

"우왓!?"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온 유리병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옆에있던 벽에 부딪치며 산산조각났다.

"적이냐!?"
"우와악-!! 루카!? 진정해! 그런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며 검은 에너지탄을 만들어내는 루카를 말리며 나는 소리쳤다.

역시 바다사람들이라 그런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식기들이 날아다니질 않나 간간히 접시 깨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덩치큰 남자들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인지 뭔지 모를 말을 내뱉고 있었다.

개판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카운터로 가자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점원이 싹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오세요! 식사를 하실껀가요? 아니면 방이 필요하신가요?"

"방 하나, 2인실로."
"네~ 2인실 하나 1골드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직원에게 금화 한닢을 던져주고 나와 루카는 뒤쪽에 있는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자, 여기가 우리가 하루를 보낼 방이야."

시스템적으로 방음처리가 되어있는 모양인지 시끌벅적한 아랫층과는 달리 객실층은 조용했다.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하게 정리된 방의 모습이 들어왔다. 푹신해 보이는 침대와 밖이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허름해보이는 건물의 외관과는 달리 꽤 괜찮은 느낌의 방이었다.

"벨레드 저건 무엇이냐?"

양쪽에 있던 침대를 보며 루카가 물었다.

"침대라고 하는거야, 여기 누워서 쉬거나 잠을 잘 수도 있지."
"여기에 누워서 말이냐?"
"한번 누워봐."

내 말에 루카는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가 살며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오호... 푹신푹신하구나. 기분 좋은데... 흐아아암... 왠지 모르게... 눈이... 감기는구나..."

졸음이 쏟아지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루카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순식간에 눈을 감고 잠들었다.

"루카?"
"쿠울..."

얼마나 힘들었으면 눕자마자 잠이 들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비어있는 다른 침대에 앉아 쿠르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뭐 좀 알아낸거라도 있어?]
[오? 아직 살아 있었어? 지금쯤 잡혀서 넘겨졌을꺼라고 생각했는데.]
[....]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뭐 아쉽게도 말이지 전혀라고 할 만큼 정보가 없어. 여전히 현상금은 누가 걸었는지도 모르고 페리안은 여전히 시끄러워. 당분간은 이 근처로는 오지 않는게 좋을꺼야.]

확실히, 내가 그 짧은 시간에 페리안에서 이틀거리인 이곳에 있을꺼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테니 어찌보면 아직 페리안이 시끄러울수밖에 없는건 당연했다.

[알았어. 알아내는게 있으면 다시 연락해줘.]
[어이어이, 잠깐만, 그나저나 아까 그런 부탁은 왜 한거야?]
[부탁?]

쿠르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시 쿠르트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이름 말이야 이름 펫 키우는것도 귀찮아 하는 녀석이 그런 부탁을 할 리가 없잖아.]
[아... 그건 말이지...]

설명을 하려던 나는 순간 멈칫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걸 그대로 말한다고 해서 저 녀석이 믿어줄까? 내 대답은 NO 였다. 미친놈 취급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쿠르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쪽으로 오면 해줄께, 이쪽으로 올 수 있겠어?]
[불가능, 이미 나한테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따라붙었어, 모른척 하고는 있지만 못해도 스물 이상이야. 아마 당분간은 메세지 보내기도 힘들꺼야.]

이 녀석도 이녀석 나름대로 꽤나 성가셔진 모양이었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아오한테 안부전해주고.]
[오케이.]

그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대화창을 닫은 나는 루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와 여전히 시끌벅적한 아래층으로 향했다.

"뭐 찾는거라도 있소? 별건 없지만 왠만한 술이나 음료는 다 구비하고 있다오."

카운터에 앉자 헝겊으로 컵을 닦고있던 넉살좋게 생긴 점원이 말했다.

"사과 소다로 하나, 그리고 나머지는 팁."

그렇게 말하며 나는 금화 하나를 건네었다. 나인가르드 초창기부터 유저들 사이에 널리 퍼진 유서깊은 정보 수집 방법중 하나였다.

"흐흠... 그래 뭘 알고싶소?"

금화를 집어든 점원이 흥미롭다는듯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최근 이 근처에서 벌어진 모든 일, 그리고 페리안에 관한 정보, 들어보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더 주겠어."
"통이 크시구만, 좋소, 내 근처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모두 알려 드리리다."

그렇게 말하며 점원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하아..."

약 한시간 후,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점원에게서 알아낸 정보 중에서 쓸만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덥잖은 일부터 시작해서 꽤나 가치있는 정보도 있었지만 지금 상태의 나, 또는 루카에게 도움될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방 앞에 도착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상모르게 잠에 빠져든 루카의 모습이 보였다.

"으음..."

창문이 열려있던 탓에 차가운 바닷바람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루카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루카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

잠든 루카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신이라고 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잠든 루카의 모습을 바라보았을까... 루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정신차리자,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하아..."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잠시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식혔고 어느정도 머리가 식자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덕을 따라 만들어진 마을의 야경,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차가운 달빛이 내린 바다의 풍경은 상당히 멋졌다.

"지금 이럴때가 아니잖아..."

그 광경을 보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라고는 해도 상황이 너무나도 복잡했다.

나는 현상수배인 몸이고 루카 또한 언제 다시 습격받을지 모르는 상태 적이 누군지도 모르며 어디서 나타날지도 알 수 없었다. 현 상황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이 필요했지만 정보는 커녕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여러 문제들이 뒤섞여 복잡하게 그지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아..."

머리가 복잡해진 나는 크게 한숨을 내 쉬었고 그 순간, 안에서 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음... 벨레드..."
"일어났어?"

침대에서 일어난 루카를 보며 나는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벨레드...?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표정이 좋지 않구나."

일어나자마자 내 얼굴은 본 루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걱정해줘서 고마워."

루카에게 걱정거리를 주고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내 말에 루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으음..."
"정말이라니까?"

이런걸 보고 도둑이 제 발저린다고 하던가?

"거짓말하지 말거라, 그렇게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지 않느냐."
"그정도였어?"
"말해보거라, 무슨 고민이 있는 것이냐."

그렇게 말하는 루카를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루카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해봤어."
"앞으로의 일? 그게 어때서 그러느냐?"

내 말에 루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어. 심지어 우리가 어떤 적을 두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이래서는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되풀이 되기만 할 뿐이라고."
"으음..."

그런 내 말에 루카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잠시 후, 나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벨레드, 나와 함께 밖에 나가지 않겠느냐?"
"뭐?"

난데없는 제안에 나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아까 밖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때 보았던 그 건물... 등대라고 했느냐? 그곳에 한번 올라가보고 싶어서 말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거기 올라가는건..."
"그건 걱정하지 말고 잠자코 따라오거라!"

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하던 내 손목을 붙잡은 루카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밖으로 향했다.

"루, 루카?! 자, 잠깐만 당기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루카를 향해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루카는 아랑곳하지않고 나를 잡아끌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으음..."

눈앞의 등대를 보며 나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등대 앞에 도착한것까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슨 수로 저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등대 위로 올라갈 생각인지 나로써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후후, 보면 알 것이니라."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루카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경비병들이 서 있는 정문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루카!?"

난데없는 루카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소리쳤지만 루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문을 향해 다갔고 그 순간이었다.

"어... 어라?"

눈앞의 광경에 나는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경비병들은 루카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듯 루카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하고 있는것이냐? 얼른 오지 않고."

영문 모를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던 나를 향해 루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향해 손짓했고 그 순간, 나는 검은 연기처럼 보이는 기운이 루카와 나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 응..."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루카를 따라 등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환상으로 우리 모습을 잠깐 가린 것이니라, 그리 오래가지는 않으니 얼른 움직이는게 좋을것이다."
"이런 능력도 있었던거야?"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계단을 올랐고 나도 그런 루카를 따라 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오오! 정말 높구나! 등대라는건 참 마음에 드는구나!"

등대 위에 도착하자 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네, 꽤나 멋진 광경이네."

그런 루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최대한 아래쪽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벨레드? 왜 그러느냐? 얼굴색이 좋지 않다만?"
"아, 아니야. 아무것도... 괜찮을꺼야. 아마..."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아래쪽을 보지 않기 위해 저 멀리 달빛이 내리는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실 나는 중증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루카가 처음 등대에 가자고 했을때 곤란할 것이라고 했던 것도 내가 고소공포증인 탓이 약간은 있었다.

"벨레드, 정말 괜찮은 것이냐?"
"으, 응... 정말이야."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묻는 루카에게 대답하며 나는 아래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기 위해 먼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 위로 달이 비치며 수면에 또 하나의 달을 만들어내고 있는 광경은 멋지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그런 걱정은 말거라."

잠시 후, 조금 진정이 된 것일까, 조심스럽게 말을 거내자 그런 내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루카는 달빛이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루카, 갑자기 왜 여기에 오려고 한거야?"
"네가 너무 걱정이 많아 보이길래 머리라도 좀 식히라고 데려온것이니라."
"뭐?"

그런 루카의 대답에 나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머릿속이 복잡할땐 단순하게 생각해야할 때도 있는 법이잖느냐."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루카의 말 대로였다. 혼자서 끙끙거려봐야 정답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었을까 아까보다 훨씬 머리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좀 표정이 나아보이는구나."
"덕분에, 고마워 루카."

그런 나를 향해 루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런 루카의 말에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이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얼마나 멍하니 달이 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벨레드, 한가지만 물어봐도 되겠느냐?"

그때 그런 나를 향해 루카가 말을 건네었다.

"응? 뭔데?"
"어째서 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이냐?"
"뭐?"

그 말에 나는 의아한 목소리로 루카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걸 묻는거야?"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조금 궁금해졌을 뿐이니라."

그렇게 말한 후 입을 다문 루카는 잠시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때까지 내가 만났던 자들은 모두 나를 죽이려 했었다. 실제로 몇번이고 죽을뻔 한적도 있었지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지. 그 이유가 궁금하구나."
"으음..."

그 말에 나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

"페리안에서 보았던 네 모습이... 나와 너무나 닮아보였거든."
"....?"

그런 내 말에 루카는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무슨 말이느냐?"
"사실 난 부모님이 없어."

그 말에 루카는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부모라면... 널 낳아준 사람을 말하는 것이냐?"
"맞아, 내가 아주 어릴때 사고로 돌아가셨지."
"으음... 괜한걸 물어보았구나 미안하다."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없던 루카가 나를 보며 사과했다.

"아냐, 이젠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렸던 나에게 있어서 부모님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지 고작 12살짜리가 뭘 알겠어. 슬퍼서... 진짜 미칠듯이 슬퍼서 한참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지..."
"벨레드..."

그런 나를 보며 루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물론 지금은 괜찮지만. 아무튼, 그때의 내 얼굴과 처음 보았을때의 네 얼굴이 너무 비슷해보여서... 그래서 널 돕고싶다고 생각했던거야. 동질감이라고 해야할까..."
"내 얼굴이 말이냐?"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루카가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물론 외형적으로 닮았다는 이야기가 아냐... 그러니까 뭔가 좀 더 복잡한 측면의 이야기인데..."
"으으음... 어렵구나."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벨레드, 너에겐 감사하고 있다."

잠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루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어서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이때까지 난 이 세계의 모두가 나를 증오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지금까지의 루카에게 있어 그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건 사실이었지. 널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루카의 모습을 본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끝없이 절망하고 상처받고 그렇게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삶.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 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만약, 그때 네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나 스스로를, 이런 나를 만들어낸 이 세계를 끝임없이 저주하며 죽어갔겠지."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고민하던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벨레드, 너에게 다시한번 고맙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전과는 다른, 분명 한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익숙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나 또한 루카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 있었나."

공중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0
이번 화 신고 2017-10-14 00:07 | 조회 : 1,564 목록
작가의 말
Cellistia

봐라! 인간이 쓰레기 같구나 핫하!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