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4화

윤기와 태형은 학교 주변 편의점 내부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친하지 않은 둘이 서로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급식을 대신할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어색한 분위기에 공기가 꽤나 무거웠다. 어색한 분위기를 좀 풀어보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윤기는 좋은 게 생각난 듯 태형을 향해 바로 질문을 던졌다.

"야 넌 좋아하는 애 없냐? "

" 어? 으응... 그게, "

"왜, 있어? 누군데 나한테만 알려줘 봐"

대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 윤기의 질문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 정국밖에 없었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분명 남자를 좋아한다 말하면 날 이상하게 볼 텐데,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걸-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뭔가 윤기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태형이 판단한 윤기의 모습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어쩌면 소중한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아이였기에 태형은 윤기에게 마음을 열었다.

"전정국"

.

윤기와 태형이 편의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쯤 정국은 자신의 질낮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오늘 태형을 잡아 자신의 자취방에 데려오라고, 사실 정국의 친구들은 진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아니었다. 다들 정국의 돈만 보고 정국에게 잘 보이려드는 벌레들일 뿐, 정국에게 있어 이 벌레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있으면 편한 놈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집안이 꽤나 부유한 정국에게 있어 돈, 물건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원하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이 세상이 참 같잖고 지긋지긋했다. 그랬기에 지긋지긋한 부모님에게도 혼자 독립을 하여 인생의 쓴 맛을 배워보겠다며 자취방을 구해달라 말한 뒤, 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의견을 바로 오케이 한 단순한 제 부모님들 덕분에 혼자 편하게 살게 되었다. 그런 정국에게도 없는 것이 존재하였다. 하나 있다고 말한다면, 진심. 그 누군가가 정국에게 진심으로 다가와, 정국의 마음을 채워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국은 언제나 외로웠다.

세상이 흑백처럼 칙칙했다. 그러던 정국에게도 빛을 보게 해준 이가 있었으니,

급식이 어느정도 끝나고 남은 점심시간에 또 벌레들이 하나 둘 꼬여, 정국에게 축구를 하러 나가자 말했다. 정국은 이미 속이 훤히 보이는 가식적인 벌레들의 말에, 자신은 오늘 빠지겠다며 아이들을 보내놓고 창가에 홀로 앉아 따분하다는 듯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다들 신나게 뛰어놀 때 혼자 학교 화단에 물을 주던 아이가 있었다. 시선이 절로 그 아이에게 향했다. 어차피 다 죽을 텐데 뭣 하러,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자신을 향해 아주 따스하게 웃어주었다. 예뻤다. 너무나도, 아주 많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태형이었다.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떨림이 이상했다. 뭘까, 이런 기분 정국에겐 처음이었다. 낯설었고 이상했으며 뜨거웠다. 저 아이 때문인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심술이었지, 아직 어려도 한참 어린 정국은 생각했다. 언제까지 그 웃음을 유지할지 두고 보자고,



태형은 자신에게 있었던 모든 일들을 윤기에게 털어놓았고, 윤기는 역시 태형을 이상하게 보지도,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공감해주고 격려해주었으며 응원해주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해진 태형이었다. 그렇게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학교로 향하였고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담을 넘고 학교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두운 저녁이 찾아오자, 학교도 마쳤다. 오늘만큼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자신에게 곧 닥칠 그림자들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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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8 15:58 | 조회 : 6,661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댓글을 자주 달아주시는 뇽코 님, 끙이 님, kiss me 님께 아주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하트를 꾹꾹 눌러주시는 nic51556281 님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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