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3화

"저기...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

"..."

어디로 항하는 것인지 영문도 모른 채 윤기 뒤만 졸졸 따라가고 있자니,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태형은 용기를 내어 윤기를 향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으나, 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는 것인지 태형의 말은 자연스레 묻히게 되었다. 무슨 벽과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태형은 괜히 혼자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였고, 계속해서 무덤덤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윤기에 태형은 무안해졌다. 그때였다.

"아 이제 다 왔다. 야 너 담 넘을 수 있지? "

"...? "

그렇다. 윤기는 지금 태형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주변 편의점을 갔다, 산책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태형은 자신이 윤기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자신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담을 넘어본 적이 없었으며, 선생님한테 걸리면 어떡할까, 넘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다른 아이가 보면? 등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윤기는 가만히 서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태형을 보고는, 생각했다. 꽤 귀엽네. 그러고 보니 오똑한 코와 긴 속눈썹. 그리고 선홍빛의 입술과 날렵한 턱선, 예쁜 눈매. 전체적으로 선명한 이목구비는 윤기에게 태형이 굉장히 곱상하게 생겼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모든 걸 갖춘 아이가 왜 친구가 없는지 의문이었다. 성격도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그때 태형이 입을 열었다.

"으응... 저기, 나 나... 담 못 넘어... "

"뭐? "

"게다가 선생님한테 걸리면, ㅁ, 뭐 하는 거야...! "

담을 못 넘는다며 쭈뼛거리던 태형에 윤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더니, 곧이어 별 걱정을 다 하는 태형의 말이 듣기 싫어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고는 태형의 등 뒤로 가 엉덩이를 받쳐 올려주자 어버버거리면서도 자연스레 태형이 올라가 철장을 잡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터치에 태형은 귀까지 빨개져선 입술을 물었고, 윤기가 미는대로 어쩔 수 없이 어설프게 담을 넘게 되었다. 그렇게 윤기도 뒤따라 담을 넘었고, 아직도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혼자 얼굴을 식히는 태형을 보며 씩 웃고는, 태형의 손을 잡아 또다시 어디론가를 향해 이끌었다. 태형도 색다른 경험에 지금만큼은 아무런 고민없이 윤기를 따라갔다.

그리고 누군가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정국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교실을 와보니, 있어야 할 태형이 없자 의문이 들었다. 복도를 나와 태형을 찾으러 나가던 도중 창밖으로 태형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국은 창밖을 확인하였고, 윤기의 손이 태형의 엉덩이에 있는 것부터 윤기와 함께 담을 넘더니 이때까지 자신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편한 얼굴을 한 채 윤기와 손을 잡고 학교 밖을 나가는 것까지, 서서히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이 꿈틀거렸다. 알 수 없는 좆같음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고 정국은 생각했다.

태형을 오늘 가만두지 않겠다고,

34
이번 화 신고 2018-08-27 14:14 | 조회 : 5,273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하트를 꾸준히 눌러주시는 nic51556281 님 감사합니다~ 그 외 하트와 댓글을 써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사랑합니다 ^ㅁ^)/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