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5화

집으로 향하는 길이 평소보다 어두웠다. 주변의 가로등이 고장나 깜빡이다, 이내 꺼져버렸다. 밤이 찾아오니 공기도 낮에 비해 차가워져, 괜스레 으스스해진 태형은 팔을 쓸었다. 이제 가을이 오려나, 몇 달 전엔 하늘이 까맣게 물들어도 더웠기에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날씨였다. 태형은 낮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혼자 수줍은 듯 웃음을 지었다. 태형은 자신이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러던 때에 저 말고도 다른 발자국 소리가 하나 둘 들려왔다. 이 시간에, 이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고 있자니, 사내인 태형도 겁이 났다. 빨리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니, 다른 발자국 소리도 점점 그에 맞게 빨라졌다. 인기척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태형은 달리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으웁...! 으, 읍, 윽! 흐읍..."

"야 안 때려- 가만히 좀 있어 봐"

"아 이 새끼 더 꽉 붙잡아! "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붙잡더니, 거친 손길로 자신의 입을 막고 손목을 잡아 결박하였으며, 상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아니, 여러 명이었다. 태형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두려웠다. 빠져나가고 싶었다. 아 왜 나는 항상 이런 일을 당하는가,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진 태형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졌다. 계속해서 발버둥치다가도 한계라는 것이 있었기에,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잠잠해진 태형에 무리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태형을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힘없이 그들에게 끌려갔다.

.

억센 손길들로 인해 끌려만 갔다.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왜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던 그때, 딱 타이밍 좋게 어느 집 앞에 도착하자 발걸음이 멈췄고, 무리들은 집주인을 부르는 듯 보였다. 그러자, 무리 중 하나가 익숙한 이름을 언급하였고 태형은 설마, 아닐 거야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형은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의 얼굴을 확인한 뒤, 절망스럽다는 듯이 아직도 믿기 힘든지, 계속해서 멍하니 집주인의 얼굴만 올려다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는 정말 운이 없구나. 라고,



그래, 정국이었다. 이 무리들은 네가 데리고 다니는 벌레들, 태형은 정국의 악행이 어디까지인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저 허탈했다. 실성한 듯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두 눈엔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이렇게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왜 항상, 왜 이렇게도 나를-

"민윤기랑 노니 좋았어? 역시 걸레는 걸레인가 봐"

" ... "

"몸 굴려서 꼬셨냐? 응? "

정국의 말이 비수가 되어, 태형의 가슴에 꽂혔다. 나는 단지, 정국은 벌레들에게 이제 가보라며 명령하였고 벌레들 중 하나는 태형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뒤돌아 미련이 없다는 듯 앞만 보며 걸어갔다. 정국은 태형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아, 자신이 자취하는 집 안으로 태형을 끌고 들어왔고 종잇장처럼 힘 하나 들어가있지 않은 여린 몸을 방 안으로 던지듯 놓아버렸다. 그리고 방문을 잠근 뒤 정국은 침대 위에 앉아, 바닥에 주저앉은 채 참 서럽게도 울며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태형을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김태형, 옷 다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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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9 23:00 | 조회 : 5,581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여러분! 이번에도 많은 하트와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이렇게 힘을 내서 또 연재합니다~ 이번에도 즐겁게 보셨다면 하트와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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