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과거, 준일이와 현수-외전3

그 날 이후. 눈이 예뻣던 남자아이는 내 반에 찾아와 활짝 웃으며 같이 점심을 먹자 하였다.

“난 신준일! 보다시피 낭랑 15세인 파릇파릇한 중2라오!!!”

픽.

“뭐래…ㅋㅋ”

허물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가슴이 가벼웠다.

이렇게 편했던것이 얼마만이더라…

오래 전 매말라버린 볼 우물이 다시금 생겨났다.

“어? 너 보조개있었구나! 되게 이쁘다아-!!”

손가락으로 내 볼을 찌르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간질거렸다.

“하!! 어디서 ‘너’야. ‘너’는 동갑일때나 하는 말이지.”

“그래서. 싫어-? 응? 싫어어-????ㅎㅎ”

얼굴을 들이미는 준일.

‘가, 가까워...’

이렇게보니 정말로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멀리서 봤으면 틀림없이 여자인 줄 알았을거야..큼’

귀가 뜨거워지는것을 숨기기 위해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며 안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니, 니 마음대로 해…..”

“히히-”

새하얀 이를 보이며 웃은 그가 고개를 옆으로 기우뚱하여 현수의 어깨에 기대었다.

흠칫.

어깨가 작게 떨렸다.

보건실에서 일이 있고난 후 벌써 석달이 흘렀다.

가을이 지나가고 그에 이어 겨울이 온 계절 속에서

현수만의 공간이었던 옥상은 준일이와의 약속장소가 되었고

둘의 사이는 친구를 넘어섰다.

언제부터였을까.

점점 서로의 색에 물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주 천천히.

그 색깔은 이제는 뺄래야 뺄 수 없는 삶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였다.

“우와-! 현수야!!! 올해 첫눈이야!!!”

창문 밖을 내다보며 차가운 입김을 내뱉는 준일.

옆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어제가 첫눈이었다. 니가 못본거야. ㅋㅋㅋ”

삐진듯 볼을 부풀리며 중얼거리는 그가 말했다.

“그래도 내가 처음 봤으면 첫눈이지…그런게 뭐가 중요해? 올해 처음 눈을 보는 순간을 너와 맞이했다는게 중요하지 ㅎㅎ”

화악-

저 애는 일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순순한 의도로 말하는것일까.

‘아주 불여우가 따로 없어.’

눈이 마주쳤다.

빙긋 웃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에 빨개진 코와 볼도 귀여웠고 붉어진 입술도 예뻣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현수-읍..!”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멈칫하던 준일이도 그대로 입을 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격열한 키스가 계속되었다.

살포시 얼굴을 잡아 내빼려던 그를 다시 나의 얼굴을 보게 하였다.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내 등을 보기 좋게 잡는 그가 좋았다.

따뜻한 입안에서 상대방의 혀가 느껴진다는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느낌이었다.

“푸하-! 혀, 현수야...”

키스를 끝낼때까지도 놓고 싶지 않아서 그의 혀를 미친듯이 빨다가 놓았다.

그로인해 혀를 내밀 수 밖에 없던 준일이는 몽롱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더듬거렸다.

툭.

“미치겠다...”

붉어지는 얼굴과 감출 수 없는 욕구를 가리기 위하여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당황하던 준일이가 이내 푸스스 웃으며 현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수야. 우리 사귈레?”

“!!!”

뭐지.

내가 잘못들은건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이마를 맞대었다.

“사귈까? 응?? 사귀자아~헤헤”

‘아…진짜 널 어쩌면 좋을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해 현수야.”

“나도.”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서로를 원하고 탐하였다.

내 인생 속에서 이보다 행복했던 날은 없었을 것이다.





-첫 눈이 내린 우리의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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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5 13:42 | 조회 : 3,400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요즘 수위가 안나오죠? 담화 드디어 수위입니다..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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