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과거, 준일이와 현수-외전2

시끄러운 교실 안.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남학생 한명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있는 세상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재미없어.”

그의 한 마디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분명 그는 혼자있었지만

절대로 무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겨왔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였지만 삐질삐질 흘러나오는 식은땀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귀찮아..’

입 안이 허전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갔다.

초가을에 들어선 날씨는 얇은 옷만 입기에는 추운 기색이 있었다.

사박사박 발밑에서 느껴지는 매마른 낙엽들이 짓밟혀 조각조각부서졌다.

걸음을 옮겨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화단으로 향하였다.

주머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든다.

이제 중3겨울도 끝이 보인다.

성적과 봉사점수 벌점은 이미 망했지만 뭐. 아버지가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언제부터 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담배를 피고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

입에 문 담배를 빨았다.

폐 가득 채워오는 공기가 느껴졌다.

“후우-”

입에서 하얀 담배공기가 뿜어져나왔다.

“맛있어?”

“!!!”

뒤를 돌아보니 중2 명찰을 달고있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남자아이가 창문을 통해 현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흐음…어때? 막 쓰지않아?? 아니야???”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듯 자신에게 예뻐보이는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단발정도의 머리를 가진 그 아이.

“몰라.”

‘아. 나 뭐라는거지..’

홀린듯 대답해버린 그가 아차했다.

“나도 피워볼래!!!”

손을 뻗으며 창문 사이로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꼭 어린 펭귄을 보는 것 같았다.

“안돼.”

“왜에에ㅔ?!?”

“몸에 나빠.”

나도 내가 지금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그거 말 안되는거 알아? 너는 피고있는데 난 안돼?”

재밌다는듯 깔깔웃는 그 아이는 어둠 한 점 없이 아름다웠다.

“눈망울.”

“어??그게 뭐야???”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빛 눈동자를 보니 나온 말이었다.

슬쩍 그 아이가 있는 교실을 보았다.

[보건실]

아무렇지않게 남자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픈애가 무슨 담배야.”

“흥..준일이 안아픈뎀...”

“하!! 아프지도 않는데 보건실에는 왜있냐??”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그 모습이 남들이 하면 이상하고 느글거리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준일이라는 그 아이는 전혀 이상하지않았다.

“아냐!! 나 진짜 안아퍼. 아, 아마도...”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그.

‘내가 건드리면 안될 곳을 말한건가?’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걱정이 들었다.

뭐 그럼 어때. 나랑 상관 없는 일인데.

“으윽…! 헉!!”

갑자기 머리를 잡으며 비틀거리는 그 아이.

빛나는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떨어졌다.

털썩-

곧이어 의식을 잃으며 쓰러지는 그.

쿠당탕탕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본 그가 이내 눈을 크게 뜨며 창문 턱을 잡고 외쳤다.

“야!!! 정신차려-!”

식은땀을 흘리며 헉헉거리는 모습을 본 그가 급하게 창문을 넘어왔다.

“씨X 뭐하는 짓거리야…쯧”

혀를 차며 낮게 중얼거리며 상태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다른 이상은 없는 듯 하였다.

아마 잠시 의식을 잃은거겠지.

“읏차-”

쓰러진 아이을 안아 올렸다.

“!?! 뭐야. 얘 왜이렇게 가벼워. 여잔가?”

아니야. 남잔데…

이상할정도로 가벼운 몸무게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 아이의 팔을 붙잡자 고스란히 느껴지는 앙상한 뼈가 그를 화나게 하였다.

“이새끼는 무슨 이슬만 먹고사나-”

조심스레 침대에 그를 눕히고는 옆에 걸터 앉았다.

“왜지.”

왤까. 왜 이렇게 이 아이는 눈에 밟히는 것일까.

분명 아까같은 경우가 다른 사람일 경우, 난 그저 오늘은 재수없는 옴이 붙었나 라고 하며 자리를 떳을 터였다.

깊은 잠에 빠진듯한 아이의 머리카락을 스르륵 손으로 잡아보았다.

그때 그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입맛을 다셨다.

“음냐음냐… 감자튀김..가지마아-”

손이 얼굴에 깔린 탓에 흠칫하였지만 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상한 녀석…쿡”

살며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가 일어났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음...? 뭐지?”

옆에는 작은 종잇조각만이 놓여있었다.

-아픈거 맞네. 3학년 4반. 박현수.

픽.

웃음이 세어나왔다.

“들켰네.”

가을바람이 봄을 싣고 오고 있었다.




-그들의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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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19 20:40 | 조회 : 3,981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준일이와 현수 이야기는 길게 잡았어여!! 그래야 시즌2 이해가 쉽거든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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