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02화

용사의 마왕님 02화

부제 : 마왕



싱크홀에 빠진 남학생이 신의 기사, 용사가 되는 과정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제로부터 용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그 다음날 황제는 용사가 이끄는 기사단을 만들어 날 마계로 보내버렸다.

물론 조심하라는 말이 아닌 황녀를 부디 안전히 구출해달라는 말과 함께.

"용사님, 저 검은 성이 마왕이 사는 성입니다."
"..네....그렇군요."
"저희가 마계에 들어왔다는 걸 마왕이 눈치 챘을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출발해야 합니다."
"..아, 네. 바로 출발하죠. 황녀를 구하려면."

솔직히 말해서 내 뒤로 덜덜 떨면서 쫓아오는 기사들에 비해 떨고 있지 않았다. 지금 나는 혼수상태에 빠져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용사님은 무섭지 않은가 봐."
"계속 두려워할 수는 없지. 우리도 용사님을 본받아 마왕으로부터 황녀 전화를 구출하는 거야!"

기사들은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두운 마왕성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마왕성에 도착했고 기사들은 검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나를 보고 한 기사가 다가와 의문이 들었는지 나에게 묻는다.

"용사님은 준비 안 하십니까? 이제 곧 들어가야 하는데."
"아, 네."
"...역시.. 용사님..!"
"어차피 꿈인데, 소용이 있겠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하하, 모두 준비 다 하셨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 주먹을 쥐고 진지한 표정을 하는 기사들을 봤다. 그런 기사들 모습에 괜히 침을 한번 삼키고 말았다.

"마수들이 공격하기는커녕 길을 터주고 있습니다."
"용사님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이상하네. 마수가 길을 터주다니."

기사들 말이 맞았다. 이상하게도 마수들은 우릴 어딘가로 안내하는 듯 길을 터주며 지나가는 우릴 지켜보고 있다. 3m는 넘어 보이는 문을 힘껏 열고 들어가자 황제가 날 기다리고 있던 연회장보다 몇배는 더 큰 연회장이 나왔다.

"용사가 드디어 나타났나 보군."
"그렇다! 이제 순순히 황녀 전화를 돌려 보내줘라!"
"호오, 용사를 믿고 나대는게 참 보기 좋군."

언뜻 봐서는 옥좌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마왕인거 같았다. 마왕은 은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차가워 보였다. 또한 그가 앉아 있던 옥좌는 금이 아닌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지만 은은하게 푸른색을 띄며 반짝거리고 있어 차가워 보이는 마왕을 더욱더 차갑게 보였다.

"황녀를 데려와라."

마왕의 말에 금발의 여자가 끌려 나온다. 황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두려움에 눈물을 흐르고 있는 모습이 꼭 요정처럼 보였다.

"자, 그럼 황녀를 구한다는 용사는 누구지?"

날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은 나에게서 한발짝 물러섰다. 짧은 순간에 내 주변에 아무도 없어져 마수들과 마왕의 시선은 나에게 향했다.

"....흐응."

날 쳐다보는 마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입술을 핥는다.

"황녀를 돌려보내주지."
"황.."
"대신 용사를 나에게 주고 가. 어때, 좋은 거래지 않나."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님 전부 나에게 죽고 용사를 두고 갈래? 선택해. 선택하는 건 그대들의 마음이니."

마왕의 말을 끝나기도 무섭게 기사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얼마나 더 줘야하지?"
"용사, 님을 두고 갈테니까 황녀 전하를..!"
"좋아. 풀어줘."

짧은 시간에 날 두고 간다는 기사들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이미 황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마왕은 옥좌에서 내려와 나에게 걸어왔다. 가까워진 마왕은 내 턱을 잡아 올리고는 좌우로 흔든다.

"황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요정이라 불렸지."
"...하?"
"그럼 황녀보다 아름다운 그대는 여신인가."
"아니, 그게 무슨.."
"마음에 든다는 소리."

마왕은 망설임없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댄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어버린 나를 보고 피식 웃더니 입술을 때물어 입을 벌리게 만든다.

"윽.."

한동안 계속되는 키스에 힘이 빠져 쓰러지는 내 허리를 감싸 지탱해준다. 내 허리를 감싼 마왕의 팔을 밀치고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읏.. 이거.. 성폭력이야.."
"성폭력?"
"억지로 하는거 기분 더럽다고.."

첫키슨데 마왕, 아니 남자한테 뺏겨버렸다. 마왕은 소리내서 웃다니 내 입술을 차가운 손으로 문지른다.

"재밌군. 안을때 어떤 반응인지 궁금해."
"..죽어."

마왕은 날 가볍게 안아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봤던 일명 ''''''''공주님 안기''''''''로 날 안고 연회장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한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마왕은 날 꽉 안는다. 생각보다 힘이 센 마왕에 꽉 안을수록 아파 얌전히 안겨 있었다.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군. 황녀는 계속 발버둥 쳤는데."
"...아픈데 어떡하라고."
"아까부터 반말 마음에 안 드는데."
"당신에게 억지로 키스도 당하고 잡혔는데 반말정도는 허락 해주지?"
"그래. 허락 해주는 대신 앞으로도 키스하겠다."
"그거 성폭행이라고..!"

마왕은 가볍게 내 말을 무시하고 어느 방에 있는 침대에 날 눕혔다. 설마 하는 마음에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침대 구석으로 도망가자 마왕은 귀엽다는 듯 쳐다보곤 방문을 연다.

"앞으로 그대가 쓸 방이야. 불편하거나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 그대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

마왕이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까지 보고 그제야 숨을 돌렸다. 그보다 꿈인데 모든 감각이 생생했다. 꼭 현실처럼 추위부터 시작해서 배고픔, 심지어 키스까지. 날 잡아먹을 듯한 키스를 떠올리자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읏.. 갑자기 키스가 왜 떠올라서.."

손부채를 연신 하면서 빨리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다 과일 썰때 쓰는 작은 과도가 눈에 띄었다.

"...진짜 현실이면 아플거야."

작은 과도를 손에 들고 손바닥을 긁었다. 생각보다 갚게 들어간 칼에 피가 많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큰 고통이 뒤따라 찾아왔다.

"으..아프다.. 진짜로 아파.."

큰 고통에 들고 있던 과도를 떨어뜨리고 피를 흐르는 손을 붙잡으며 떨고 있을때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주황머리 여자가 들어와 피를 흐르고 있는 내 손을 보고 기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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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7 21:09 | 조회 : 3,54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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