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03화

용사의 마왕님 03화

부제 : 성안 탐방



기겁을 하며 들어온 주황 머리 여자는 피를 흐르는 손을 지혈하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떻게 칼로 손을 이렇게 하실 수 있으세요..!"
"...현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볼.."
"그런 건 저에게 물어보시면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데"

어느새 흰 손수건이 붉은색으로 전부 물들어질 때 쯤 문을 열고 거친 숨을 내쉬며 뛰어오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남자는 흐트러진 안경을 고쳐 쓰고 치료해준 뒤 나와 눈을 마주친다.

"흉은 안 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짓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에시랴, 참기 힘들었을 텐데 잘 참으셨습니다."
"하이텔 경, 와주셔서 감사해요."

하이텔 경이라 불리던 남자는 경례를 하고 방을 나간다. 흰 붕대를 감은 손바닥을 돌며 손을 확인하던 중 여자가 상처난 손을 조심히 만지며 말한다.

"어서 빨리 나으셔야 해요."
"...죄송한데 누구신지."
"당신을 모시게 된 에리샤라고 해요."
"저는 신태일이라고 합니다."
"네. 태일님. 앞으로 제가 잘 모실게요."

내가 다쳤다는 걸 들었는지 에리샤와 얘기를 나누던 중, 마왕이 나타나 다친 내 손을 보고 화난 표정을 짓는다.

"그대는 진정 내가 화나는 걸 보고 싶나?"
"지금 화내고 있는 거 아닌가."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그럼 태일님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가만히 우리를 보던 에리샤가 방을 나간다. 단둘이 남게 되자 마왕은 에리샤가 불렀던 내 이름을 부른다.

"태일? 그대 이름인가? 이상한 이름이군."
"...그쪽보단 멋진 이름인데. 그쪽 이름은 뭔데."
"세이블리안 폰 에스반드."

세이, 뭐? 무슨 이름이 그렇게 길어. 외우지도 못하겠네.

"..너무 긴데.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그대 마음대로. 손은 괜찮나?"
"안경 쓴 남자가 흉 안 진다고 그랬어."
"하이텔이 왔다 갔나 보군."

마왕은 바닥에 떨어진 내 피가 묻은 과도를 들고 눈썹을 찌푸리더니 마왕의 손에 푸른 불꽃이 생긴다. '마법' 을 실제로 처음 봐 신기하게 보는 나와는 다르게 마왕은 아무렇지 않게 과도를 녹여버린다.

"멀쩡한건데 왜 녹.."
"그대를 다치게 했으니까."

아까 마음에 들었다고 한 것도 그렇고 내가 다쳤다는 말에 찾아온 걸 봐선 혹시..

"혹시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던가.."
"그대에게?"

마왕은 또 한 번 더 턱을 잡아 올리고 나와 시선을 맞춘다. 마왕의 푸른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마왕이 점점 다가와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조금 있다가 웃음을 참는 소리와 함께 마왕의 숨소리가 멀어진다.

"큭.. 그대는 내가 키스라도 할 줄 알았나보지?"
"...아니거든?"
"기분 더럽다고 그랬었지."
"그런데?"
"억지로 안 할거니까 너무 긴장하지말도록."

마왕은 내 코를 가볍게 툭 건들곤 나가버린다. 마왕이 만진 코를 괜히 문지르며 마왕이 나간 문을 바라봤다. 잠시 후 마왕이 나갔던 방 문이 열리고 에르샤가 옥수수향이 나는 수프를 들고 들어온다.

작은 숟가락으로 수프를 퍼서 먹다 보니 빠른 시간에 다 먹었다. 에리샤은 깨끗히 비운 그릇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으로 치웠다.

이 세계로 떨어져 용사가 되어버린지 3일이 지났다. 방에서만 틀어박혀 먹고 자고 싸고를 반복한지 3일째. 3일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심심함의 끝을 달리던 중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태일님 심심하시면 성안내 해드릴까요?"
"네..!"

에리샤를 따라 방에서 나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마왕의 집무실, 연회장, 주방, 정원, 후원, 훈련장 등등.

"그리고 이곳이 마왕님의 침실이랍니다."
"..그건 안 궁금했는데."
"늦은 밤 마왕님의 침실에 가실때 제가 옆에 없으면 큰일나잖아요. 마왕님은 애타게 태일님을 기다리는데 태일..."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지금까지 에리샤를 보면서 에리샤는 생각보다 많이 밝은 아이라는 걸 느끼며 성을 다시 구경하기 시작했다. 조감 더 걸어가다보니 다른 건물로 갈 수 있는 하늘 다리가 나왔다.

"이 쪽은 대부분 안 쓰는 방들이 많답니다. 윗층에 올라가시면 회의장이 나와요. 가보실래요?"
"조금 힘든데 우리 쉬었다가 다시 출발해요."

에리샤는 주변에 의자가 없어 급한대로 계단에 앉아 체력을 보충하고 있는 내가 걱정 됐는지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뛰어가버렸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에리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빠르다.."

에리샤를 기다리는 동안 욱씬거리는 다리를 주물며 벽에 걸려진 액자를 구경했다.

"문?"

아까전까지 없었던 문이 갑자기 벽에 생겼다. 가면 안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내 발은 그쪽을 향해 걸어가 문고리를 돌렸다.

"...초상화들.."

벽에 걸려진 커다란 초상화들을 구경하며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지막 초상화가 걸려져 있는 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마왕의 모습이 걸려져 있었다.

"전혀 안 웃고 있네."

전혀 웃고 있지 않는 마왕의 초상화를 보고 다시 걸음을 옮기자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착각 했을거라 생각하고 조금 더 걸어가 다른 초상화들도 확인해봤다.

"역시 뿔이 없어."

현 마왕에겐 다른 초상화에 그려진 마왕들과는 다르게 뿔이 없었다. 초상화들을 쭉 본 결과 분명 뿔은 마왕의 상징이라 생각되는 어째서 현 마왕에게 없는 거지.

에리샤에게 묻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걸음 주인공은 금발에 상당한 외모를 가진 남자이었다. 남자는 이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용사 아니십니까?"
"어, 절 아세요?"
"이야기가 많습니다. 마왕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용사에게 반했다니.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 용사를 보니 이해가 되는군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곳엔 무슨 일이십니까?"
"지나가던 길에 들어왔어요."

방금 이 남자 말을 돌렸다. 계속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나 또한 말을 돌렸다. 남자는 끝에 걸려진 현 마왕의 초상화를 한번 보곤 웃으며 말한다.

"궁금하신게 있으신거 같은데."
"그걸 어떻게..?"
"감이죠.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편하게 물어보세요."
"...그럼 모든 마왕에겐 뿔이 있던데.. 왜 지금 마왕에겐 없는지 궁금해요."

남자는 내 질문을 예상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음, 우선 마왕님은 전 마왕님의 자식이 아닙니다."

.
.
.

( 치료한 남자 )

이름 : 데민트 하이텔
나이 : (( 인간 나이 )) 32살
키 : 173cm
외모 : 보라색 머리, 짙은 푸른 눈동자
종족 :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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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0 21:10 | 조회 : 3,242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오래 기다리셨죠ㅠㅠ 진짜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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