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렇게 도망치듯 교실을 나와서 화단 쪽으로 나왔다. 화단에 나와서 바람과 함께 공기를 들이마시는 중이었는데,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급식실에서 밥을 다 먹고 반을 가는 아이들 또는 매점에 들려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운동장을 도는 아이들로 인한 소리였다. 어차피 친한 친구도 없었기에 그냥 화단에서 꽃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웅성웅성 소리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서는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백승호 무리와 메인수인 하여운이 밥을 먹고 나오는 듯 했다. 아까 봤던 빨강머리의 김태겸과 백승호와 하여운 그리고 성 준이 있었다. 내 머리 색도 그렇지만 쟤네 머리색은 진짜 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 황당한 머리색이다. 김태겸은 빨간색, 백승호는 그레이색, 성 준은 노란색, 하여운은 핑크색....진짜 웃기지도 않는다.
내 머리색은 하늘 빛이 도는 듯한 머리인데, 소설이라 그런지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것 같다. 쟤네도 그렇고......

괜히 엮이기가 싫으니까, 나는 다시 반으로 올라가려했다. 날 부르는 하여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설아!! 안녕?"

누가봐도 주인공이구나 싶게 생긴 여리여리한 예쁨의 얼굴인 하여운이 날 향해 달려왔다.
근데... 윤 설이 쟤랑 친한 컨셉이였나...? 내가 쟤 괴롭힌지 꽤 되지 않았나?

"...."
"설아!!"
"...응?"
"오늘 왜 밥 안먹었어? 너 안그래도 몸 안좋아보이는데 밥은 먹어야지.."

하여운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모습으로 날 걱정했다.
쟤...왜 저래? 착하고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하여운이 아니었던가....

"설아...왜 대답을 안해.."
"됐어. 굳이 쟤를 왜 신경쓰냐."
싸가지 말아먹은 김태겸이 또 지랄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설아 너 친구 없어서 그런거야? 다음부턴 우리랑 같이 먹자."

하여운이 나를 또 멕이는 듯한 말을 했다. 괜히 내가 예민한건가..?
아.. 엮이기 싫다니까 자꾸 신경쓰네..진짜

"괜찮아. 나 요즘 몸이 많이 안좋아서 그냥 따로 가져와서 먹어. 특별히 제안해줬는데 미안해. 고마워."

나는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빙의전부터 알바와 직장일을 하면서 다져온 비즈니스 웃음을 날려줬다.

"...."

하여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괜히 신경쓰기 싫었다.

"이만 가볼게."

난 하여운에게 인사를 하고, 백승호 무리의 아이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반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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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올라가니까 아직까지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는 않았다.
아까 일을 떠올려보았을 때, 내가 빵을 먹다가 마주친 검정머리의 잘생긴 아이는 이도하였던 것 같다. 이도하는 내가 이 BL 소설을 읽을 때 매우 좋아했던 캐릭터이다.

이도하는 반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주인수가 힘들어하거나 지쳐할 때마다 늘 옆에서 위로해주면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캐릭터였다. 난 이도하를 볼때마다 연애초,중반의 박현오가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 더 애정이 갔던 것 같다.

그런 쓸때없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뒤통수가 뚫릴 듯이 누군가가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본 나는 이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왜 저리 보는거지....?
설마 아까 내가 음식뱉은 것 때문에 짜증난건가..??
그렇다고 저렇게 무섭게 쳐다보는건 조금....
뭐 그 모두에게 친절한 이도하가 유일하게 싫어했던 사람이 윤 설이기는 하지만..
뭐 내가 아까 뱉은 수준이 아닌, 거의 토한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뭐 저렇게까지 째려보는 이유는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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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야~ 윤 설 왜 저러는 거얌?"
성 준이 귀여운 척을 하면서 사라진 윤 설 쪽을 보고있는 승호에게 물었다.

"몰라. 내가 어찌 알아."

"저 새끼 하는 짓이 뭐 예상가지. 관심법을 저리 끄는거 아니냐고..진짜 또라이 새끼. 백승호 니도 존나 안됐다. 저런 새끼한테 걸려가지고."

"얘들아.. 설이 없는 곳에서 설이 욕 하지말자. 우리 매점 가서 아이스크림 조금 사서 운동장 좀 돌다가, 도하 오늘 배 아파서 밥 못먹었을 테니까, 빵이라도 사다주자."
하여운이 싱긋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 그러자. 여운아 너는 화를 좀 낼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윤 설 저 새끼가 너한테만 지랄하지."
윤 설을 그렇게 노려보던 김태겸이 완전 다른 사람인 듯한 말투로 하여운의 말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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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야~ 속은 좀 괜찮아? 여기 배고플까봐 빵 사왔어."
하여운과 백승호 무리가 이도하에게 말을 걸자, 드디어 그 뜨거운 눈빛이 나에게서 돌아섰다. 하..시발 진짜...

(딩-동-댕-동)
5교시 시작종이 울렸고 나는 또 내 책상에 엎드렸다.
저 정도 내용의 수업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데다가, 윤 설 성격도 제대로 모르는데 괜히 나서기도 싫었기에 그냥 계속 잠만 자려했다.
이번시간은 수학시간이었고, 나는 엎드려있었다.

그런데 나의 잠을 수학선생님이 방해하셨다..

"윤 설! 막나가는 건 알고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대놓고 자는건 누구한테 배운 버릇이니?"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말씀에 눈을 떴다. 그런데 아까 보건선생도 그렇고 왜 자꾸 윤 설보고 막나간다고 그러는거지? 설마 윤 설이 하여운만 괴롭힌게 아니라 선생님들 한테도 막행동한거였나?... 하....진짜 그냥 뛰어내릴까?

"윤 설!!!!!"

내가 생각하느라 대답이 없자 선생님이 한번 더 소리를 질렀다.
정신을 차리니까 모든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시선에는 익숙하지 않다니까...

"네.. 선생님"

내가 한 마디를 내뱉자 애들이 아침에 내가 문학선생님한테 사과했을 때와 같이 깜짝 놀랬다.

설마 윤 설 너 혹시 선생님한테 존댓말도 안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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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0 21:42 | 조회 : 2,770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헿헿헤헤헤헤헤ㅔ 소설쓰는거 꾸르잼인걸요! 맞춤법 지적 다 받아요! 대신에 이쁜말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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