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13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왜이리 재료가 없는거야..

대충 있는 걸로 만들어야지..
..된장찌개 할까..

매번 회식하고 오면 다음날 아침에 된장찌개를 현오가 끓여줬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개인적으로 현오에게 만드는 법을 배웠었다.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미쳤나봐. 자꾸 그 새끼 생각을 왜하냐고..

여러 생각을 하면서, 나는 두부와 여러 재료들을 손질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있고, 나는 계란말이도 했다.
준비가 대충 다 된듯 했다. 나는 서재로 가서 노크를 한번 더 했다.


"아빠, 저녁 드세요."

나는 눈치를 보면서 애기했다.

"가지."

아버지는 나를 따라왔다.

"된장찌개에요. 드세요."
"요리는 언제부터 공부한거냐."
"...할 거 없을 떄, 인터넷이나 책같은거 보면서 공부해봤어요."

그 후로는 아버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반응을 보니가 윤 설을 무작정 미워한건 아닌가...
윤 설의 기억은 뭐지...

하긴 윤 설의 시점에서만 봤으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폭언들은 윤 설의 어머니라는 그 여자가 했으니까. 혹시....설마....

(쨍그랑-)

나는 일부러 숟가락을 떨어트렸고, 숟가락을 줍는 척하며 비틀거렸다.
아버지의 표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왜 저리 놀라지..
대체 이 집 사람들의 관계성은....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언제 일어섰는지 모르겠는 아버지가 나를 잡아주고 계셨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는 생각을 안했는데.. 어쩌지..

다음 행동을 생각하려는 도중에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빙의한 후로 처음보는 윤 설의 어머니와, 지난번 나를 개무시하던 형이었다.

둘은 들어와서는 나와 아버지가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굳었다.
알겠네.. 저표정들을 보니까, 저 둘은 날 진짜 싫어한다. 마치 하여운처럼.

아무리 윤 설이 잘해보려고 애를써도, 별 되도않는 말로 폭언을 했던 어머니는 애초에 윤 설을 좋아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네.

저 둘은 포기하고, 아버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여보, 왜 먼저 저녁드시고 계신거에요?"
"아버지. 오늘 같이 외식하기로 한 거 잊으신거에요?"
"...."

아.. 또 지들끼리 밥먹으러 가기로 한거야??
와...진짜 그래서 가정부도 미리 보낸거야? 나 밥안주려고?
아무리 미워도 밥은줘야되는거 아닌가...

하..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어머니란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아버지의 그릇을 보았다. 아직 많이 먹지 못한 아버지의 그릇을 보더니, 나의 손목을 잡고 아버지와 떨어트려놨다. 이 정도면 잡은게 아니라 거의 뭐... 아무튼... 그리고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 끌었다.

"빨리 먹으러 가요. 여보"
"아버지, 제가 예약했으니까, 얼른가요. 늦으면 못 먹는 곳이라더라고요."
"......"

와... 이렇게 대놓고 모른척을 한다라는 말이지?
좋다 이거야. 나도 쉽게는 못 물러나지.

나는 일부러 그 3명에게서 티가나게 떨어졌다.
아버지도 다 못먹었지만, 나도 반도 다 안먹은 상태였다.
배는 고픈데.. 뭐 내일 많이 먹으면 되겠지?..

나는 내 그릇을 빨리 치워버리고,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얘기했다.
손목을 만지작 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이제 다 먹었으니까, 다녀오세요. 제가 치울게요. 감사합니다."
"......"

아까부터 아무말도 하지 않는걸 보니까, 신경쓰이긴 한가보다. 원래 이렇게 천천히 꼬드기는거 아니겠냐.. 나는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 소리를 들으니까 3명 다 나간 것 같았다. 사실 손목은 진짜 아팠다. 윤 설은 안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몸이 안 좋은데 저리 악의를 가지고 손목을 쥐어잡으면.. 엄청 빨개졋네..

"멍 들겠다."

피곤해.. 나는 얼른 씻고와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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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삐-삐)

알람소리 한번 엄청 격렬하네.
나는 휴대폰 알람을 끈 후,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이제 금요일이니까, 곧 주말이네.
오늘은 별일없이 지나갔으면...

아직 학교에 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산 공책을 폈다.
일단 확실하게 넘어온 애는 이도하...

나는 이도하의 이름에 체크를 했다. 이틀만에 한 명 꼬신거면... 나 마성의 게이아닌가..

나는 별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웃었다. 지금쯤 가면 되겠네.
일 층으로 내려온 나는 집 밖으로 나갔다. 나오기 전에 어제 그 여자가 잡은 손목에 상태보다 더 심각해보이게 치료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근데 멍이 진짜 들긴 했으니까. 속이는 건 아니지.

나는 기사님과 인사를 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3일 째 정도 되니까 기사님이 당황하지 않고 인사를 받아줬다.

학교에 도착하니까 7시 15분이었다.
교실로 가니까 내 예상대로 이도하가 있었다. 그런데 이도하 옆에 성 준도 있네.
쟤는 왜저리 일찍 왔대..

"......"
"안녕 이도하, 성 준."
"..와 너 나한테 인사한거야?"
"안녕."

이도하는 인사를 해줬는데, 성 준은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럼 니한테만 인사를 안 하냐.. 너도 꼬드겨야 하는 인물 중 한명인데...

라는 말은 절대 할 수 없고.. 그냥 눈을 마주보다가 슬쩍 피했다.

성 준은 항상 모든 소설 속에 나오는 귀여움 담당인 애로 알고있다.
근데 키가 큰 편이었네....? 나는 정상 키다. 아무도 묻진 않았지만, 절대 내가 조그마한 아이고 그렇진 않다. 아무튼 나보다는 조오금 큰 성 준이 내 앞에 서 있으니까, 아무말도 못하긴 했다. 얘도 뭔데 이리 잘생겼냐.. 뭐 이미 30이 다 되가던 나에겐 아직 애들이지만......

? 성 준의 얼굴에 상처가 있네.. 한 번 건드려봐?
나는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내 약통을 넣고 다니는 주머니를 꺼냈다.
거기서 연고와 밴드를 꺼냈고선 성 준 앞으로 다시 갔다.

".....?야"

나는 아무말 하지 않고 나보다 큰 성준의 얼굴에 연고를 바르고는 캐릭터 밴드를 붙여줬다.

"상처 치료 안하면 아프니까. 난 아픈거 싫어서. 근데... 밴드는 이거밖에 없어. 미안"

사실 일반밴드도 있는데.. 내가 기억에 더 남으려면 이게 더 좋지 싶어서,, 귀엽잖아 캐릭터 밴드 들고다니는 남고생이 나를 치료해주었다. 약간 이런 느낌알지... 여긴 클리셰 소설 속이니까.. 이런 것도 잘 먹히겠지.

"무슨? 하하핳..고마워."
"별로.."

성 준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더니 엄청 웃었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했다. 애초에 성 준은 나에게 딱히 나쁜 마음은 없었던 것 같네.
나는 부끄러운 척 고개를 돌리며 내 자리로 갔다.

가는 도중에 이도하와 눈이 마주쳤고, 이도하도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렇게 웃겨? 난 인상에 남으려고 한거지, 웃기려고 한거 아니거든?
하... 마음껏 웃어라,,

그러고 있는 사이에 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설아!"

윤지가 뛰어오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
"설이의 미모는 아침에 봐도 눈부시네....하하핳 표정봐.. 알았어 농담. 그냥 놀린거야."

내가 째려보자 장난을 치려했던 윤지는 그 말을 다시 철회했다.

윤지와 재밌는 얘기를 나누고 있던 와중에 반 아이들이 거의 다 들어왔고, 선생님도 들어오셔서 조례를 하고는 나가셨다.

그런데 왜.. 하여운이 없지? 걔가 없으면 불안해... 또 어떤 지랄을 할까...
......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하여운이 뺨에 상처가 생긴채로 우울한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왔다.

하여운의 상태에 반 아이들은 물론, 걔네도 다 하여운을 바라봤다.
다른 애들이 봤을 때는 어떨지는 모르지만, 내가 볼 때 하여운은 자기에게 관심이 쏠린 것을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태인 듯 했다. 쟤 진짜 관종인가...

하여운이 나와 눈을 마주치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눈을 피했다. 반 아이들은 이미 내가 하여운을 엄청 괴롭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내가 말해봤자, 제대로 믿을 사람은 이도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도하는 어제 나 데려다줬으니까, 내가 하여운 안 만난줄 알거아니야.
하지만 반 아이들은 이미 확신을 하고는 거의 다 들리도록 소곤댔다.

"쟤 진짜 어디까지 막나가려는거야?"
"...여운이 볼 어떡해..."
"쟤 땜에 맨날 분위기 뭐냐. 그냥 어디가서 확 죽었으면 좋겠네."

저게 무슨소리야. 알지도 못하면서 죽었으면 좋겠다니..
잘 풀려가던 와중에 이게 뭐냐고.. 너무 쉽게 생각했어. 하여운이 어느정도로 이상한 애일까? 싶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쓰레기였네.


이제.. 어쩌지.. 내가 여기서 뭘 안하면 쟤네도 믿을 것 같은데...
아!
나는 내가 가져온 음료수를 마시다가 실수로 쏟는 척 내 팔 위로 떨어트렸다.

"...설아! 너 음료수."
"...아... 괜찮아."

나는 내강 입고 있는 가디건을 벗고, 팔 부분에 묻은 음료수를 닦기 위해 와이셔츠 소매를 겉었다.

"설아.. 너 팔이 왜그래?"

나이스. 잘한다. 우리 윤지. 내가 많이 아껴. 이틀 밖에 안됐지만...

"....어..아니야.."

나는 최대한 천천히 반 아이들에게 다 보여준 후, 다급한 척 팔을 가리고 나가려고 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하려했는데..

어라.. 이도하가 도와주네.

이도하가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실제로 아팠지만, 더 오버하며 아픈 척 했다.

"...아파.."
"..너 왜이러는데?"

이도하가 내 팔을 놓아주며 물었다. 화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다정한 듯 했다.
...저 모습에 현오가 보였다. 아.. 눈물날 것 같아.

".....아냐.."

나는 현오 생각에 눈물을 글써였지만... 뭐 다른 애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은 것 같네.

"뭐가 아닌데? 너... 어제 학교마치고 나랑 집 갔잖아. 너 언제 그렇게 된건데."

"....뭐?"
"..둘이 왜?"
"..."

내가 말하기도 전에 백승호와 김태겸이 말을 했다. 하여운의 표정을 보니까 집에 갈 떄, 이도하가 데려다 줄 건 생각못했나보네. 그니까 날 자기를 괴롭힌 사람으로 몰아가려하지.

"...윤 설..쟤 하여운이랑 어제 안 만났나봐."
"..뭐야. 근데 여운인느 왜 저리 무서워했데..."
"..윤 설이 괴롭힌게 하도많으니까 뭐. 어젠 아니어도 이때동안 괴롭힌게 무서웠겠지."

반 애들은 나를 몰아갈 때에는, 그렇게 까고 있더니.. 내가 아니라는 걸 알아도.. 자신들이 나를 욕한건 내가 문제가 있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네...진짜... 어이없네.. 요즘애들 악독해...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하여운이 나와 이도하 사이에 끼어들었다.

"설아. 미안...어제 길가다가 누구 좀 도와드리다가, 시비가 걸려서 맞았는데, 너 얼굴보니까 갑자기 옛날이랑 어제랑 겹쳐져서.. 미안해... 안 좋은말 듣게해서.."

하여운이 울먹이며 얘기했다. 이 소리는 내가 자기를 옛날에 때렸다는 거지.. 일단 이 상황에 하여운쪽으로 여론을 몰리게 해서는 안되니까. ...

"...아냐.. "

나는 일부러 손목을 과하게 가리는 척 하면서 반을 나갔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로 보니까 윤지가 내 욕을 하고있는 애들에게 대신 지랄해주는 것 같았다.

윤지야....너가 내 최애야... 맛난거 사줄테니까 부탁할게...

내가 나오자, 이도하가 바로 따라나왔다. 애초에 이도하는 내가 옛날에 하여운을 때렸다는 헛소리를 듣자마자 까먹은 것 같았다. 내 손목이 더 신경쓰이는 건가....

"..너 손목 왜그러냐니까? 나한테도 못 말해줘? 난 이미 많이 알고있잖아. 넌 옛날부터 왜그래.."
"....?"

옛날이라니..저게 무슨소리야...
뭔가 이상해.. 하긴.. 이상한게 한두개가 아니다.

일단 이도하가 이렇게 쉽게 나한테 넘어오는게 너무 이상하다.
이도하는 제일 비중이 큰 서브남이었다. 내가 빙의했을 때, 이미 이도하는 하여운에게 빠져있어야 하는데... 내가 빙의한 후 이도하는 하여운에게 상냥했지만.. 사랑에 빠진 느낌은 아니었다. 뭔가 소설 속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있는건가. .

"윤 설!"
"...어머니가..그랬어."

아..씨 깜짝아 ...
하긴 나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 내가 집을 나가도 재워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도하한테 슬쩍 흘려봤다.

"....어머니가 왜?"
"...아직은 안돼. 나중에 제발."

나는 웃으면서 그만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뒤를 돌았다.

"....하..아프면 말해. 제발."
"....어."

이도하가 뒤를 돈 내 어깨에 자신의 이마를 대면서 말했다.
저리 잘생긴 애가 얼굴을 가까이 하니까 조금 설레긴 했는데...

그것보다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새끼는 완전히 넘어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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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2 23:52 | 조회 : 2,621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저의 취향대로 쓴 글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글 쓰는게 너무 재밌어지고 있어요^^ 맞춤법 지적 감사히 받아요, 하지만 둥근 말투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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