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빠 _ 01

아이의 아빠



1화 부제 _ 널 데리러 왔어.



이브리트 백작가의 장남, 아르델 휴고 이브리트. 그가 사라진지 7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에 점차 잊혀갔다. 아꼈던 아들이 사라져 생기를 잃은 이브리트 백작가. 지나가는 사람들은 백작가를 살아있는 유령의 집이라 불릴 정도로 예전의 아름다웠던 저택이 없어진지 오래였다.

"주인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돌아가라 이르거라."

앞에 놓여진 업무들을 보면서도 그저 펜만 들고 있는 이브리트 백작에게 누군가 손님이 찾아왔다. 백작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종이를 바라보며 손님을 거절했다.

"허나 찾아오신 손님께서..."

하지만 그에게 소식을 전한 집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찾아온 손님의 이름을 말하자 백작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더더욱 돌아가라 이르거라."
"그리 절 만나고 싶지 않은가 보군요."
"노벨하튼 공작."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시길래 이리 찾아왔습니다."

접대실에서 기다려야할 손님은 집사 뒤에 서있었다. 갑작스런 손님 등장에 집사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 앞에서 비켜주자 자연스레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손님을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만."

백작은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노벨하튼 공작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차를 내오라 집사에게 말한 후,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어디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뉘앙스였다.

"아르델을 찾았습니다."

노벨하튼 공작 입에서 나온 이름을 뜻밖의 인물이었다. 이브리트 백작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자신의 아들이었다. 7년전, 무슨 이유로 편지 한통 없어진 아들의 이름이었다.

"에퀘스 왕국에 있더군요."
"어째서 다른 나라를 찾아볼 생각을 안했던거지.."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가까운 곳에 있더군요."

노벨하튼 공작이 들고 있던 찻잔의 손잡이가 금이 갔다. 이브리트 백작은 금이 간 찻잔 따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아들이 있다는 에퀘스 왕국에 가야만 했다.

"오늘 새벽 출발할 예정입니다."
"그럼 저도 지금 당장 준비를-!"
"아니. 백작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절대 데려가지 않을 거란 완고한 눈빛에 이브리트 백작은 한발짝 물러섰다. 집무실에 앉아 서류는 커녕 멍을 때리던 백작과 침실에서 울기만 했던 백작부인이 만나 함께 차를 마셨다.

"각하께서 휴를 데리러 갔소."
“휴, 휴를 찾았다는 말씀이신가요?”
“에퀘스 왕국에 있다고하니 적어도 한달정도 걸릴 듯하오.”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백작 부부 모습에 사용인들 또한 연달아 생기를 찾았다. 미로 정원 가운데 있는 하얀 벤치에 앉아 독서를 즐기던 아르델을 위해 색이 벗겨진 벤치를 다시 칠을 하고 그가 평소 좋아하는 노란 장미를 다시 심는 그들이었다.

한편 현재 아르델이 지내고 있다는 에퀘스 왕국의 작은 시골 마을. 왕국민에게 마을에 대해 물어도 그런 마을이 있었냐고 되물어 볼 정도로 작았다. 누가봐도 높은 귀족인 남자 셋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있었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지나갔다.

"바쁜 그대들이 여긴 어쩐 일인가?"
"전하께서야말로 작은 마을에 무슨 일 있습니까?"
"그대도 여긴 무슨 볼일로 온거지, 에드먼드 후작."

금발에 잘 어울리는 푸른색과 하얀 제복이 어울리는 남자, 제로니스 폴로디오 디젤 페르베르나. 그는 푸른 바다를 연상케하는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 뒤로 무장한 10명의 기사들이 서있었다.

“기사들과는 왜 함께 동행하신겁니까? 왔다고 소문이라도 내실려고요?”

제로니스에게 묻는 은발의 청년, 데미안 샨 에드먼드. 그는 급하게 온 모양인지 세 남자중 가장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반짝이는 은발과 금안은 누가봐도 귀하게 자라온 귀족이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데미안의 물음에도 제로니스는 가볍게 무시하자 데미안은 울컥했지만 마음을 추스렸다. 그런 그들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 카멜 마르시안 노벨하튼 공작. 카멜은 어두운 밤하늘과 닮아있는 흑발과 흑안은 차가웠다.

“주군, 이쪽입니다.”

카멜과 함께 온 일행이 두사람 몰래 속삭였다. 일행의 말에 카멜이 자리를 옮기자 두사람도 그를 뒤쫒아 따라간다. 따라오는 두사람에 기분이 나빠진 카멜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난 공작 따라가는게 아닐세. 방향이 이쪽이라."
"저도 가는 방향이 여깁니다."

그들이 도착한 시골 끝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 대표로 카멜이 문을 두드리자 어린 소년이 문을 열었다. 차가운 인상과 커다란 덩치에 소년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히끅, 끅...”
“하하하, 자네 때문에 아이가 겁을 먹었지않나.”
“그게 왜 저 때문입니까.”
“정 몰라서 묻는게 아니지, 카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겁을 먹은 아이 때문에 기분이 더 상한 카멜인데, 옆에서 부채질하는 제로니스 때문에 더욱 기분이 나빠진 카멜이었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평소에도 후원하는 고아원에 자주 들려 아이에게 익숙한 데미안이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안녕?”
“....안녕하세요…"
"몇살이니? 5살?"
"...6살이요..근데 나으리들이, 저희 집에는 왜..?”

당장이라도 문을 닫으려고 눈치 보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미안과 그 뒤로 카멜의 찌푸리는 인상을 꾹꾹 누르며 웃는 제로니스였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데미안은 처음보다 경계심이 덜한 아이에게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우린 지금 이 사람을 찾고 있거든. 혹시 본 적 있니?”

품 안에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작은 초상화를 꺼냈다. 해맑게 웃고 있는 한 남자.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예쁜 남자였다.

“잘,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아이는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알고 있는 듯 행동했다. 그런 아이에게 더 이상 묻기 곤란한 데미안은 고민하다가 품 안에 있던 사탕을 떠올랐다.

"아, 혹시 사탕 좋아하니?”
“사탕이요?”
“맛있는 거야. 자, 아.”

평소 좋아해서 들고 다니던 레몬맛 사탕을 아이의 입안에 쏙 넣어주자 아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맛있는지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거리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귀엽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이었다.

“루이스!"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리운 목소리. 남자들은 뒤돌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는 데미안에 가려져 자신을 부른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망설임 없이 데미안을 지나쳐 상대방에게 달려가 안겼다. 데미안이 보여준 초상화의 주인공이었다.

“엄마!!!”
“다녀왔어, 루이스.”
"아르델..?"

편지 하나 없이 사라져버린 아르델이었다. 아르델은 7년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똑같았지만 고생했는지 온몸에 작은 생채기가 생겨 있었다.

"아르델..!"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인건 제로니스였다. 제로니스는 힘겹게 걸음을 옮겨 아르델을 끌어 안겼다. 7년이 지났다. 7년이나, 긴 세월이 지났는데, 아르델이 과거보다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 제로니스였다. 아르델은 갑작스런 그들의 등장에 놀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여길.."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아르델…"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울먹거리는 제로니스와 그의 어깨너머 입술을 깨물고 있는 카멜과 데미안이 보였다. 아르델의 손을 잡고 있던 루이스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의 손을 흔들었다.

"엄마..?"
"아."

루이스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아르델은 제로니스를 밀치고 물러섰다. 어느새 다가온 카멜과 데미안은 휘청이며 밀린 제로니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긴 무슨 일로 왔냐는 아르델의 물음에 제로니스와 데미안이 머뭇거리자 카멜이 답했다.

"널 데리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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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0-30 22:45 | 조회 : 1,573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비록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오타는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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