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빠 _ 02

아이의 아빠 




2화 부제 _ 이들 중 누구일까.




아르델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앉아도 작았던 식사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덩치 큰 남정네들에게 이가 빠져있는 찻잔에 물을 담아 대접했다. 물 밖에 없다는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 아델.”

“두사람은 제게 할말 없어요?”

“미안하다.”

“나도 사과하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제로니스와 카멜의 사과였지만, 그들이 사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는 아르델은 넘어가기로 했다. 한편 루이스는 문 밖에 대기하고 있는 기사들과 그들의 일행을 창문을 통해 구경하고 있었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루이스는 귀족뿐만 아니라 기사들을 처음 봤기에 신기했다. 동화책에서만 봤던 기사들.


“루이스.”


늦가을이라 창문 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 오두막이었기에 아르델은 창문에 가까이 있는 루이스를 발견하고 아이를 불렀다. 


루이스는 곧장 창문에서 떨어져 아르델에게 달려가 안았다. 허리까지 오는 루이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아르델을 바라보던 카멜이 물었다.


“그 아이는?”

“제 아이죠. 누가봐도 닮았잖아요.”


아르델과 똑닮은 복슬한 갈색 머리와 흔하지만 예쁜 색을 띄는 호박 보석과 같은 붉은 빛 도는 갈색 눈동자. 누가봐도 아르델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였다. 


카멜은 말없이 루이스를 바라보자 아르델은 그런 루이스를 제 뒤로 숨겼다. 그러자 제로니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좀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지 않아?”

“닳아요. 그러니 제 아들한테선 관심 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사해서 안 본다, 안봐.”


평소보다 예민한 엄마가 걱정된건지 루이스는 아르델의 허리를 꽉 안았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아르델은 루이스의 작은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전 돌아가지 않을거에요. 귀한 발걸음만 하셨네요.”

“이브리트 백작이 많이 걱정하고 계셔. 아델, 함께 돌아가자.”

“이미 가문에서 나온 사람인데, 어딜 돌아가.”


아르델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자 카멜은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난 백작에게 그대를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쉽게도 그 약속 못 지킬듯하네요.”

“어째서? 백작은 가문에서 직접 나간 그대를 버리지 않았어. 근데 그대는 가문을 버리는거지? 혹 저 아이 때문에?”

“잘 아시네요.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혼전 임신이라니, 그것도 애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누가 절 받아주나요.”


아르델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카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델의 손을 잡았다. 카멜, 그 나름대로 살살 잡은 거였지만 아르델은 아팠다.


“그럼 문제 없겠군. 아이의 아빠는 나니까. 그러니 돌아갈까.”


그의 발언에는 아르델뿐만 아니라 그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당황했다.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졌지만 제로니스는 신경쓰지 않고 아르델의 손을 잡고 있는 카멜의 손을 쳤다.


“누가 아빠라고? 다시 말해봐, 공작.”

“제 아입니다. 전하.”

“이상하군. 누가봐도 공작보단 날 닮지 않았나?”

“무슨 소립니까. 어디가 전하를 닮았단 말입니까.”

“눈, 코, 입. 전부.”


말싸움을 하기 시작한 둘을 무시하고 데미안은 카멜에게 붙잡혀 붉어진 아르델의 손목을 쓰다듬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잖아. 그렇지, 아델?”

“에드먼드 후작, 그 손 놓지 못하나.”


한눈 파는 사이, 아르델의 손을 잡고 있는 데미안을 발견한 제로니스는 카멜을 두고 데미안을 뒤로 밀쳤다.


“아이 아빠는 나다.”


확신하는 제로니스의 말투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방은 제국의 후계 서열 1위인 황자라는걸 떠올리며 검으로 가는 손을 진정시키는 카멜이었다.


“확신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힛싸였던 아르델과 함께 있었던건 나였으니까.”


제로니스의 말에 도통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멜과 데미안이었다. 


“힛싸는 늘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만.”

“난 공작, 그대와 셋이 있었던 기억이 없네만. 무엇보다 난 그런 취향도 없고.”

“저야말로 그런 취향 없습니다.”

“아델이 힛싸였던 날엔 저도 함께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서로 노려보고 있는 제로니스와 카멜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코웃음을 쳤다.


“우성도 아니고 열성인 그대와 함께 있어도 아르델은 임신을 못할텐데.”

“아뇨. 그날 저 또한 러트였으니 가능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토론과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그들의 대화에 아르델은 루이스의 귀를 막고 복층에 있는 침실로 데리고 갔다. 침대에 누운 루이스는 두 눈을 깜박였다.


“아직 졸리지 않아요.”

“오늘만 일찍 자자구나.”

“...아저씨들 말대로 집에 못 돌아가는게 저 때문이면-”

“루이스.”


루이스는 애꿎은 이불을 만지며 말했다.


“상처, 되는 말해서 죄송해요…”

“잘자렴, 우리 아들.”

“엄마도 좋은 꿈 꾸세요.”


루이스가 잠들때까지 옆에 있던 아르델은 루이스가 잠들자마자 내려가 여전히 싸우고 있는 세사람을 말없이 쳐다봤다. 


세사람 중 아르델이 내려왔다는걸 가장 먼저 눈치 챈건 데미안이었다. 싸우고 있는 두사람 몰래 빠져나와 계단에 앉아있는 아르델에게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 보여? 원인 제공한건 당신들이잖아.”


데미안은 아르델의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피할거라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아르델은 얌전히 데미안의 넓은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아르델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나갈 생각이야..”

“당신이 돌아가겠다고 할때까지 있을 생각.”

“날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봐..”

“...미안.”


저들중 아르델에게 가장 약한 데미안도 나갈 생각하지 않는데 고집이 센 저 둘은 어찌할까. 당연히 나갈 생각 1도 하지 않는 그들이겠지. 데미안은 점점 중얼거리는 아르델에게 속삭였다.


“졸리면 자, 아델.”

“..쫓아 내야 하는데…..”

“응, 좋은 꿈 꿔.”


데미안의 인사를 끝으로 아르델은 잠들었다. 아르델이 깊게 잠든 걸 확인한 데미안은 여전히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불렀다.


"이제 그만 싸우시죠. 아델도 잠들었고 아이도 자고 있는 듯하니."

"그대가 뭔데 아르델을…"

"후작, 아르델은 내가 안고 침대에 눕히지."

"제가 합니다. 두 분은 싸우면서 어지럽힌 거실이나 치우고 계세요."


뒤로 넘어진 의자와 다 마시지 못한 물잔,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온 음식들이 담겨진 바구니는 두 사람에게 맡기고 데미안은 가볍게 아르델을 고쳐 안아 자고 있는 루이스 옆에 아르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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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1-02 21:46 | 조회 : 1,09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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