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사

"흐아... 드디어 도착이야..."

귀에 들리는 낯선 언어들, 낯선 사람들, 낯선 건물들의 모습까지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오긴 했지만 아직 듣는 것과 읽는 것만 잘할 뿐, 말하는 것과 쓰는 것엔 아직도 부족했다.

"엄마, 저 한국에 도착했어요. 아니요, 아직 집에는 가지 않았어요. 지도 보고 찾아가면 갈 수 있을 거에요. 지도 앱을 이용해 보았는데 너무 불편했어요."

내 어리숙한 한국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엄마, 이제 전화를 끊을게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절 쳐다보면서 가고 있어요. 도착하면 다시 전화 할게요."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캐리어를 끌고 엄마가 알려준 택시에 탔다.

"안녕하세요."
"..."

택시 운전기사는 아무말 없었다. 그는 폰 거치대에 폰으로 뉴스를 틀어놓고 정치를 보고 있었다.

''''''''이OO 국회의원 과거 부조리가 들켜졌다? 뒷돈과 뇌물, 학력위조?''''''''

"에휴, 이래서 OO당은 안되는 거야. 아가씨, 아가씨는 이번 선거에서 어느 당 뽑았어?"
"네? 저는 투표 안 했습니다."
"응? 투표를 안 하면 어쩌나! 국민의 의무는 투표고, 그걸 잘 해야 좋은 국회의원이 뽑히는겨!"
"아... 네."
"근데 발음이며 하는 거며 왜 이렇게 다 어눌한가? 혹시 외국인인감?"
"아, 아닙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아, 그런감? 자, 도착이네. 7천원이네."
"아, 예..."

택시에서 내리자 조금은 편해졌다. 눈 앞에 보이는 원룸이 내가 살 곳인가?

내가 살 401호 옆에는 402호가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치던 중 옆집에서 누군가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옆집에 이사온 하엘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네. 공채현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이 말만을 남긴 채,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뭐지, 저 사람 어디서 본 기분이네.''

ⓒ 2022. 이멷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22-07-01 22:00 | 조회 : 759 목록
작가의 말
이멷

안녕하세요, 데일리원을 연재하고 있는 이멷 작가입니다. 한동안 데일리원이 계속 안 올라와서 걱정하셨죠? 이번에 새 작품 준비를 하느라 굉장히 바빴습니다. 스토리 보드에 등장인물 러프까지 다 따다보니 이렇게나 늦어버렸네요. 이번 작품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