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연가

착─!



황제폐하가 손짓하니 박을 들고 있던 악사가 다급히 연주했다.

그도 그럴것이 자자하지 않는가, 황태자 시절 그 어린나이에 전장으로 나가 큰 공을 세운 명성과 즉위하자마자 제 심기를 거슬리게 한 대신들의 목을 직접 베어 갈아치운 악명까지….

가악이 흥겹게 연회장에 울려퍼지자 무희들이 나와 긴속눈썹을 가진 눈들을 아래로 떨구며 피백을 들었다, 놨다, 바람에 살랑거리게 늘어트렸다.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황제폐하는 무료한 얼굴로 앉아있기만 했다.

그때, 청초하고 앳되어 보이는 악사가 대금으로 새소리를 내더니 자연스레 가악이 바뀌었다.



“이제야 퍽 재미가 생기는군.”



옆에 있던 내관은 흥미로운 먹임감을 찾은 듯 한곳만 응시하는 황제폐하의 눈길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천추절에 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홍 내관. 저 악사를 오늘 내 침소에 들이거라.”

“예? 예. 폐하.”



그 말을 끝으로 진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황제폐하는 자리에 일어나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천추절 연회에서 황제폐하가 떠나자 연회가 흐지부지 해질 때쯤 황궁 시종이 악사들 사이에 유독 출중한 용모를 가진 대금 악사를 데려갔다.



“저를…왜….”



물음에 답하지 않는 시종들은 목간통에 들어가 있는 악사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묵묵히 닦기만 하였다. 이유도 모른 채 이러는 황궁 시종들의 행동에 기가 빠져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신이 완벽한 연주를 했나 보다 싶었다.



***



황궁 시종들이 데려간 곳은 기둥 위로 용의 모양을 조각해 놓은 복도를 지나 어느 커다란 창호지문 앞이었다. 홍 내관은 자신이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와있는지 모르는 얼굴을 한 악사를 힐끔 보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 크게 들이 마셨다.



“폐하. 악사를 들이겠습니다.”

“그래.”



‘…자,잠시만…. …폐하?’



악사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일개 악사가 황제폐하의 침소에 발을 들이다니, 말도 안되는 짓이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에 있을 것이냐.”

“아…, 태성제국의 해. 지고하신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안으로 한 발자국 내딛자 시종들은 황제폐하가 피우던 남초의 연기조차 나갈세라 곧장 문을 닫아버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도 이연이라 하옵니다.”

“고개를 들어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이연은 그제서야 눈알을 굴려 방 안을 살펴보았다. 돌아가는 눈동자를 보던 황제는 주렴을 손등으로 살짝 쳐내 천천히 걸어나왔다.

침의를 입은 황제의 상의가 풀어져 옥체가 훤히 드러났고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곱고 뚜렷한 미모와 다르게 단단한 몸의 근육들은 살짝 그을려진 피부색으로금 한층 더 독보였다.

연회 때는 긴장하여 보지 못했던 용안을 마주하니 자동으로 헙, 소리가 나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나온 외마디에 놀래 입시울을 깨물었다.

그 모습에 황제는 제 손을 뻗어 이연의 도톰한 입시울을 매만졌다. 손을 따라 어깨서 떨어진 황제의 머리칼은 이연의 뺨에 닿아 간지럽게 만들었다.



“내 너의 이곳이 마음에 들어 불렀거늘.”



그의 한마디에 뺨에 닿은 머리칼이 차갑다고 느껴질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짐이 못 할 짓이라도 한 듯 말하는구나. 이제 더 한 것도 할텐데 말이야.”


황제는 수그려 앉아 이연의 머리통을 한 줌에 잡고선 입술을 포개었다.
땡그래진 눈으로 행동이 멈췄다가 금세 붉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온곳이 빨개지더니 두 손으로 황제의 가슴팍을 밀쳐내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몸에 되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으…, 비역질을 하려거든 다른사람을 찾아보십시오!”



“덜그럭―.”
“스릉―.”



질색하는 그에게 심기가 매우 상한 듯 혀를 끌끌 차며 칼을 뽑아들어 목에 겨눴다.



‘히익…!’



베인 상처에 송글송글 피가 맺히더니 한데 뭉쳐 주르륵 떨어졌다. 이연은 한번더 부정한다면 나머지도 나가 떨어지고 말 것 같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송장이 되어서 나갈테냐, 악기도 못 드는 팔병신이 될테냐.”

“하겠…, 하겠습니다….”

“스스로 벗거라.” 



목숨을 연명했다는 안도감, 협박질에 굴복해 비역질을 해야된다는 스스로가 너무 한탄스러웠다.

심지어 첫 입맞춤이라는게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였다.

한 겹, 두 겹, 벗어내면서 눈물도 한 방울, 두 방울, 훔쳐보냈는데 더 참을 수 없는 건 자신을 내려다 보는…, 잡아 먹힐 것 같은 눈빛이였다.

버선만 남긴 채 내놓은 이연의 뽀얀 속살은 군데군데 음탕한 부위만 발그스름히 물들어 있는 것이 야시시한 느낌을 풍겨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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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5-03 06:44 | 조회 : 1,18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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